청와대 인적쇄신? 책상 한두 개 위치 바뀐 게 전부
비서실장과 3인방 ‘유임’, 후임 총리발표로 청와대 유임인사 물타기
진실의길 육근성 칼럼
- 2015년 1월 23일 -
레임덕 마지노선인 지지율 30%도 위협을 받게 되자 급기야 인적 개편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지율을 반등을 위해서는 ‘혁신의 냄새’를 풍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완구 총리 카드, 김무성과 비박 견제용
청와대는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명하고, 국정기획수석을 대신할 정책조정수석에는 현정택 전 KDI 원장을, 미래전략수석에 조신 연세대 대학원 교수, 민정수석에 우병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내정했다. 또 이명재, 임종인, 신성호, 김성우 씨를 새로 신설되는 청와대 특보에 임명했다.
먼저 눈에 띠는 건 후임 총리 내정이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가 박 대통령의 ‘도로 제자리 인사’에 의해 떠나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자리만 지켜왔던 정홍원 총리가 드디어 물러나게 된 것이다. 내각을 진두지휘해야 할 국무총리가 9개월 동안이나 ‘식물 총리’처럼 지내야 했으니 국정이 제대로 돌아갔겠는가.
후임 총리 카드로 이완구 원내대표를 낙점한 건 당 대표를 견제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복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권 주자인 김무성 대표와 맞설 힘이 있고, 여당내 친박계와의 소통도 원활하며, 청와대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원내 출신이어서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무난할 거라는 점도 낙점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은 여전히 제자리 지킬 가능성 있어
말 많던 김기춘 비서실장은 유임됐다. 하지만 언론들은 ‘이번 인사개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김 실장이 조만간 퇴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 실장 스스로도 국회에 나와 수차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점, 김 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던 사실 등을 근거로 한 추측이다.
언론의 추측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실장이 여전히 제자리를 지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김 실장 교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분은 사심 없는 분”이라며 “당면한 현안이 있어 먼저 수습해야 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한마디로 당장 내보낼 생각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말한 대로 김 실장을 유임시켰다. 빠른 시일 내 김 실장이 청와대를 떠날 가능성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언론의 추측이 빗나갈 여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은 사실상 ‘유임’ 됐다.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에 대한 보직변경과 업부조정을 통해 '3인방' 논란을 마무리 짓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구상이다. 또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인사위원회에 더 이상 참석할 수 없도록 조치할 모양이다. 그동안 이 비서관은 김 실장과 몇몇 수석들과 함께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참석해왔다.
안봉근 비서관은 다른 파트로 수평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맡았던 제1부속실은 제2부속실과 통합돼 정호성 비서관이 그대로 자리를 지킬 것으로 알려졌다. 정 비서관에게는 ‘완전 유임’이 보장되는 셈이다.
‘문고리 3인방’ 사실상 유임
책상 한두 개 위치만 옮길 모양이다. 이것조차 박 대통령에게는 크게 마뜩잖은 일일 것이다. ‘3인방을 그 자리에 계속 두는 것’이 자신의 속내라는 걸 신년기자회견에서 본인 입으로 강변한 바 있다.
“(3인방에 대해) 교체할 이유 없다. 비리가 없을 거라고 믿었지만 이번 (검찰이) 대대적으로 뒤지는 바람에 ‘진짜 없구나’ 하는 걸 확인했다. 의혹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면 누가 내 옆에서 일 할 수 있겠나.”
국민여론이 어떻든 상관없이 ‘3인방’과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으니 책상 한 두 개 옮겨 놓는 걸로 마무리하겠다는 거다. ‘붙통 대통령’이 ‘책상 이동’이나마 결심한 건 ‘3인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얼마나 거센지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책상 두 개의 위치만 옮기겠단다. ‘기춘대원군’이 그 자리에 있는데다 ‘3인방’의 세 명 모두 청와대에 그대로 머물게 된다. 보직을 바꾸고 업무를 조정하면 이들이 국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게 되는 걸까.
보직 바꾸면 ‘3인방’ 아닌가?
아니다. 여태껏 이들의 행태를 보면 보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보직을 뛰어넘어 국정을 농단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 사례가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검찰은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이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과 문자메세지 7건을 주고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 전 행정관을 개인정보 불법 유출 요청자로 지목했다. 그도 검찰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사실을 순순히 자백했다.
그러던 조 전 행정관이 갑자기 “기억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다. 검찰이 삭제된 조 전 행정관의 문자메시지 복구에 실패했다는 걸 안 직후부터다. 이미 채 전 총장이 사퇴하고 국정원 대선개입 특별조사팀이 사실상 해체된 상태였다. 조 전 행정관이 이런 상황을 간파하고 말을 바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조 전 행정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과 법원 모두 살아있는 권력의 심장부에 칼을 댈 수 없었나 보다.
책상 두 개 위치 바꾼 게 전부
당시 조 전 행정관의 소속은 총무비서관실이었고 직속 상관은 ‘3인방’ 중 한 사람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었다. 청와대 안살림을 책임진 총무비서관실이 왜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을 캐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려 했을까. 민정수석실이 해야 할 일이다. 왜 총무비서관 쪽에서 설친 걸까.
책상 위치를 바꿔 놓아봤자 소용없을 거라는 얘기다. 정책 파트나 홍보 파트로 책상을 옮긴다 해도 여전히 그들이 ‘3인방’이라면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국민들은 김기춘 실장과 ‘3인방’을 청와대 인적쇄신 1순위로 꼽는다. 이들이 모든 의혹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또 국민을 외면했다. 마지못해 책상 위치만 바꾼 게 전부다. 특보단 신설이라는 양념을 곁들였지만 먹지 못할 음식이 될 게 뻔하다.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무수히 찍히기 때문이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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