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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후 정치권에 대한 불신 커졌다"

irene777 2015. 2. 18. 18:11



"세월호 사고 후 정치권에 대한 불신 커졌다"

안산서 '4·16 희망과 길찾기 1000인이 말하다' 대토론회 열어


- 오마이뉴스  2015년 2월 8일 -





▲ 안산시민 1천명 원탁토론 7일 오후 안산 올림픽기념체육관에서 열린 ‘4·16 희망과 길찾기 

1000인이 말하다’ 대토론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두 가지 주제를 놓고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원탁토론을 하고 있다.   ⓒ 박호열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안산시민 대토론회 '4·16 희망과 길찾기 1000인이 말하다'가 지난 7일 오후 1시부터 안산 올림픽기념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세월호 참사의 최대 피해지역인 안산시민들이 직접 참가해 세월호를 잊지 않고 새로운 지역공동체를 함께 만들어나가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는 청소년·주부·노동자· 노인·기업인·공무원·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안산지역 82개 시민사회단체 협의체인 1000인 시민대토론회 추진위원회와 안산시, 안산시의회가 토론회를 공동주관했다. 토론회는 미국의 뉴올리언스 등 대참사를 겪은 도시에서 열렸던 토론 프로그램인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됐다. 


원탁토론 사무를 총괄한 김경민 안산경실련 사무국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곁에서 지켜본 시민들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앞으로 안산에서 살아가기 위해 안산이 어떻게 회복되고, 치유되고, 나아가야 될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정책과 제도로 반영할 수 있는 집단지성을 도출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체육관에는 10명 내외로 앉을 수 있는 1~99번의 원탁 테이블이 2층 관중석까지 준비됐다. 지난 1월 7일부터 참가신청을 했던 시민들은 정오가 지나자 체육관에 들어섰다. 시민들은 입구에서 테이블 번호를 확인하고 입장했다. 1000여 명에 이르는 남녀노소가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토론회에 참석한 것일까?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토론회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빨리 규명되고, 정부가 시민과 국민의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 박유진(14, 이호중 1)


"세월호 참사와 관련 안전대책 마련과 안산시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왔다." - 육찬홍(18, 초지고 3)


"정치적 사건이 아닌데 정치적으로 몰아간다. 세월호의 진실이 규명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천해림(26, 회사원) 


"안산시민은 아니지만 진실을 규명하는데 작은 힘이 될 수 있도록 인천에서 왔다." - 나지아(35, 주부)


"사회복지사로 유가족과 함께 아파왔다. 앞으로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하고 방향을 찾는 지혜의 장이라 참석했다." - 최주영(46, 본오종합사회복지관) 


"원인규명이 전혀 안 되고 있는데, 철저한 진상규명과 선체인양을 촉구하기 위해 참석했다." - 박윤기(60, 건설노동자)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다. 이 나라를 짊어질 기둥인 학생들이 희생돼 너무 안타까워 신청했다."- 오기환(78, 전직 교사)



"세월호 참사 후 (안산의)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 한다"




▲ 7일 오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시의 미래와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원탁토론에서 58번 테이블 참가들이 첫 번째 주제인 ‘4·16 이후 우리는 

무엇이 가장 힘든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박호열



사전공연과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묵념에 이어 최연장자인 강대봉(83)씨가 개회를 선언했다. 지의상 공동추진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우리 스스로 우리의 희망을 만들어가려고 한다"며 "다시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 이웃과 함께하는 따듯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상식이 살아있고 우리 삶을 치유할 해답을 찾아가자"고 말했다. 


토론 주제는 1부 '4·16 이후 안산 시민으로서 (나 또는 우리) 무엇이 가장 힘듭니까?', 2부  '4·16 이후 안산 시민으로서 (나 또는 우리) 무엇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합니까?' 두 가지로 나뉘어 진행됐다. 


토론은 테이블별 참가자가 각자 자기주장을 2분간 밝히는 '입론'과 상호토론을 한 후 요약한 내용을 진행자를 통해 메신저에게 전달했다. 이를 대형 전광판 3곳을 통해 참가자 전체가 공유했다. 


이어 테이블별로 도출된 명제를 놓고 다시 상호토론을 한 후 전광판을 통해 최종적으로 추려진 내용에 대해 전자 투표를 실시해 전체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 후 결과를 전광판을 통해 중계하는 방식으로 시행됐다. 


'4·16 이후 무엇이 가장 힘든가'를 주제로 진행된 첫 번째 토론에서 시민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주고받았을까. 58번 테이블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홍익수 할머니(82, 안산 성포동)는 "손주보다도 어린 학생들이 희생됐는데 아직도 진상이 규명되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고, 이은주 학생(고잔고 2)은 "학생들도 추모 행사를 하고 싶은데 학교가 협조해주지 않는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위원장은 4번 테이블에 자리했다. 그는 "시민들이 세월호 가족들을 만날 때 편하게 말씀해야 하는데 어려워하며 거리감을 둬 아쉽다, 이제는 편하게 이야기하자"고 입을 열었다. 그는 또 "시민들의 어려움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가족들도 반성해야 한다"며 "이제는 우리의 마음을 먼저 다가서서 알려주면서 같은 시민으로서 대화를 하고 소통하면 여러 오해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모아졌을까. 시민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 속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메모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첫 번째 주제에 대해 테이블별로 입론과 상호토론을 통해 전광판으로 중계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영업이 잘 안 된다. 경제가 활성화되기 바란다."(28번 테이블)


"참사로부터 느끼는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까이서 늘 보고 있다." (46번 테이블)


"참사 후 국민으로서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이 생겼다." (50번 테이블)


"생활에 집중할 수 없어 힘들다. 교육과 안전에 대해 국가를 신뢰할 수 없어 힘들다." (60번 테이블)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해요. 많이 포기하고 무기력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힘들어요." (64번 테이블)


참가자들의 개인 발언도 쏟아졌다. 이해숙씨는 "세월호가 잊히는 거 같아 서운하다"며 "시민들이 똘똘 뭉쳐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힘을 다시 모으자"고 강조했다. 류지훈씨는 "가진 자와 정치인, 언론이 문제다"라며 "한 많은 눈물 알아주지 못하고 비방하는 현실에 분개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조사위 활동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눈 크게 뜨고 감시하자"고 덧붙였다.



안산시민, 세월호 참사 분노·무력감·불안감 커... 미흡한 진상규명 '힘들어'




▲ 7일 오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안산시민 1천명 원탁토론에서 ‘4·16 이후 우리는

무엇이 가장 힘든가’를 주제로 진행된 첫 번째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전혀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박호열



첫 토론에서 입론과 투표를 거쳐 가장 많은 공감을 모은 의견은 '무기력감, 불안감, 분노, 국가(정치·언론)에 대한 불신'(305명), '미흡한 진상규명'(179명), '시민들 사이의 의견 차이와 갈등'(97명), '시민들의 무관심과 잊힘'(92명), '이웃 등과 대화의 어려움과 소원해진 관계'(41명), '안산시 소비위축 등 경제적 영향'(81명), '안산시의 부정적 이미지 확대'(59명), '기타'(21명) 순이었다. 


이어 진행된 추가 투표 결과 '세월호 참사가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가'라는 질문에서는 '많이 영향 받고 있다'(293명), '아주 많이 영향 받고 있다'(282명)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영향을 받고 있다면 어떤 심리적 영향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분노'(316명), '무력감'(128명), '불안감'(114명), '죄책감'(75명), '상실감'(63명) 순으로 응답했다. 


'무력감, 죄책감, 상실감을 얼마나 느끼는가'라는 질문에는 '많이'(292명), '아주 많이'(183명) '보통'(187명)순으로, '불안감을 얼마나 느끼는가'에서는 '많이'(297명), '아주 많이'(157명), '보통'(179명)순으로 나타났다. 


'위에서 제시된 심리적 문제로 인해 어떤 문제가 나타나고 있나'라는 질문에서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확대'(503명), '시민들 간 갈등 확대'(114명)가, '세월호 참사 후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라는 질문은 '미흡한 진상규명'(284명), '국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224명)이 가장 많았다. 


'무력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도 바뀌는 게 없어서'(284명), '진상규명이 미흡해서'(198명)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충분한가'라는 질문과 관련해서는 '전혀 충분치 않다'(483명), '충분치 않다'(131명)가 다수 의견이었다.



안산 공동체 회복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진상규명 촉구활동'




▲ 7일 오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안산시민 1천명 원탁토론에서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위원장이 총평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 박호열



'4·16 이후 우리는 무엇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나'를 주제로 진행된 두 번째 토론은 오후 4시 30분부터 시작됐다. 1부 토론이 2시간 넘게 진행됐으나 자리를 비우는 참가자들은 많지 않았다. 


다시 58번 테이블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선영 학생(초지고 2)은 "유가족의 의견을 정치인들이 좀 더 많이 들어주었으면 좋겠다"며 "단원고 생존학생 중 절친한 친구가 있어 지금도 자주 만나고 있다"말했다. 윤은주(안산 고잔1동)씨는 "진상규명 활동을 장기적으로 지속해가되, 단기적으로는 시민이 똘똘 뭉쳐서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탁토론을 진행한 윤성웅(안산시 사1동)씨는 "학생과 학부모, 어르신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4·16 이후 안산에 필요한 과제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전광판으로 중계된 테이블별 주요 내용을 보면 "4·16을 안산시민의 날로 정해서 이웃 간 서로 위로하고 소통하는 장, 4·16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전반에 시민의식교육과 토론의 장이 수시로 있었으면 좋겠다", "도시안전 기능을 강화해 사고발생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등의 의견이 소개됐다. 


두 번째 토론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모은 의견은 '진상규명 촉구활동'(134명), '도시 안전기능 강화'(111명), '시민들 간의 소통 강화'(102명), '도시공동체 강화'(91명), '기타(정치권의 올바른 역할 등)'(68명), '유가족과의 소통'(57명), '시민 심리치료'·'지역경제 활성화'(37명), '지역환경 개선'(25명), '복지와 교육강화'(18명) 순이었다. 


이어 진행된 추가 투표에서 '안산의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진상규명 촉구활동'(242명), '도시 안전기능 강화'(92명), '시민들 간 소통 강화'(97명)를, '안전도시 안산을 만드는데 가장 시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지자체 통합안전관리 시스템 구축'(178명), '의회-시청-시민참여 안전관리기구 구성'(157명), '재난재해 안전교육센터 건립'(84명) 순으로 꼽았다.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시민들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 활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일관되게 지적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시민들은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고 조사특위가 구성되면서 진상규명 활동이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공전하고 있는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날 원탁토론에서 논의된 내용은 보고서로 정리한 후 안산시에 정책으로 제안하는 한편 시민선포식도 열 예정이다. 토론회는 최단비 학생(17)의 폐회선언으로 끝났다. 폐회에 앞서 전명선 위원장은 총평을 통해 시민들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나 아무 것도 진행된 게 없습니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세금 도둑', '파견 공무원 철수' 등으로 인해 발족조차 못해 진상규명 활동은 전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토론 결과를 보면 시민들께서 규명활동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등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오늘 이 귀중한 자리가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지금까지 진행해 온 모든 활동 과정을 총 정리해서 국민들에게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오마이뉴스  박호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