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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위헌? 빼달라는 언론, 못빼겠다는 국민

irene777 2015. 3. 10. 03:57



김영란법 위헌? 빼달라는 언론, 못빼겠다는 국민


‘부패척결’ 안전한 나라 만들기 바라는 국민들

‘행복추구권’보다 더 큰 언론의 법익은 무엇인가


- 미디어오늘  2015년 3월 7일 -




「변협, 김영란법 헌법소원 "언론 자유·평등권 침해"」. 5일 국내 한 주요 포털 화면에 뜬 기사입니다. 언론단체들이 아닌 변호사 단체가 김영란 법으로 검경에 박해받을 지도 모를 언론인들을 위해 나섰다는 소식을 전한 것입니다. 변호사들이 이토록 언론자유를 염원했는지는 그동안 잘 몰랐습니다. 언론인으로서 돈도 받지 않고 ‘민원’을 대행해 주는 변협의 연대정신이 참으로 가상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보니, 국민들의 생각은 언론인들과 변호사들의 생각과 전혀 딴판입니다. 추천수가 가장 많았던 댓글입니다.


“돈 받아 처먹고, 밥·술 받아 처먹는 게 언론자유냐.”


국민들의 상당수는 왜 반부패법안의 적용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 것이 ‘언론자유’를 침해한 것인지 납득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 기사의 댓글 내용뿐만 아니라 여론조사결과를 봐도 그렇습니다. 법 통과 직후 조사한 jtbc가 의뢰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반부패법안인 김영란법에 언론인들이 포함된 데 대해 국민의 70% 가량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많은 언론인들은 국민들이 아직 법안을 잘 몰라서 찬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위헌소지 등 법안의 문제점을 알게 하면 언론인이 포함된 김영란법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법 통과 이후 방송·신문은 수많은 관련 기사·사설·컬럼 등을 이런 관점에서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의문이 듭니다. 정말 국민 다수가 기자들이나 법률가보다 법에 대해 뭘 몰라서 찬성하고 있는 것일까? 기자 등 반대 집단과 국민들 사이의 이 괴리는 어떻게 설명돼야 하는 것일까? 기자가 찾은 가늠 잣대는 바로 ‘이익형량의 원칙’이란 것이었습니다. 상호 충돌하는 기본권의 법익을 비교하여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한다는 법 이론이죠.


한국사회에서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인해 부패척결이 제 1순위의 국민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국민은 개개인의 안전한 삶이란 ‘행복추구권’을 요구한 것입니다. 우리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이 같은 국민의 공통적 법익과 언론이 공직이 아닌 민간영역이기에 공직자와 동일하게 규제받지 않을 특정 집단의 법익이 충돌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서로간의 괴리가 발생한 것입니다. 두 권리의 법익 중 어떤 법익을 우선해야 할까요? 기자로서 억울한 일이지만 국민들 다수는 우리사회 부패의 주요한 축 가운데 하나가 언론과 언론인이라고 판단하는 듯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어렵게 하기 위해, 법안에 언론인이라는 ‘시한폭탄’을 슬쩍 끼워 넣었다는 기자들의 의구심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국회의원들이 슬쩍 끼워 넣었든 심사숙고해서 넣었든 국민 다수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위해 언론인을 포함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입니다. 국민들은 두 법익 사이의 이익형량을 따져보니 ‘기자집단’이 민간영역으로서 규제를 받지 않을 권리보다 규제를 받아서 전체 국민들이 누릴 법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맞서는 언론인들은 국민들에게 “여러분의 행복추구권보다 언론의 자유 보장이란 가치를 위해 민간영역으로서 규제받지 않을 권리가 더 보장돼야 한다”고 반론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다시 반문하고 있는 것입니다. “언론자유 중요하지? 그런데 돈 받아먹고, 밥·술 받아먹는 것도 언론자유냐?”라고 말입니다. 취재·보도를 위해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적 특성상 밥 먹고 술 먹고 골프치고, 해외공짜 취재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요? 이에 국민들은 뭐라고 반박할까요? “그럼 자기 회사 돈 내고 먹고, 치고, 가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이 반박에 어떤 궁색하지 않을 답변을 언론인들이 내놓을 수 있을까요? 검찰·경찰의 권한 남용이 걱정되기 때문이라고요? 그럼 국민들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공직자와 공직유관단체의 민간인들과 교사들은 검경의 권력남용에 억울하게 당해도 되나요? 나만 빼 달라고 할 게 아니라 ‘공동의 문제’이니 같이 해결해 가자고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언론인들은 이렇게 잇따르는 국민의 질문들에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반부패법인 김영란 법에서 언론인들은 빼달라고 할 수 있는 작은 명분이라도 생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일부 언론인들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기자 등 언론인 집단만의 권리는 아닙니다. 모든 국민의 헌법적 권리입니다. 그것은 기자나, 교사나 공무원이나 가릴 것 없이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그러니 반부패법안에서 언론인이 빠져야 하는 명분으로 내세우는 ‘언론의 자유’가 언론인의 전유물인 것인 양 너무 강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민들이 비웃고 있습니다.



- 미디어오늘  윤성한 논설위원 -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