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종합편성이 아니라 막말편성, 패널 구성도 편향적

irene777 2015. 3. 16. 04:41



종합편성이 아니라 막말편성, 패널 구성도 편향적


TV조선·MBN·채널A 시사프로그램 전수조사

미확인 주장·선정적 인상비평 난무, 폭력적인 의제 왜곡


- 미디어오늘  2015년 3월 13일 -




“이게 기자입니까? 쓰레기지.” 2월 11일 TV조선 엄성섭 앵커의 발언은 현재 종합편성채널을 설명하는 한 마디다. 이런 문제적 발언은 종편에서 또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종편 내부에선 이 같은 방송태도가 이념을 떠나 상업적으로 유효하기 때문에 택한 전략이란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 개선 의지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들 종편을 상대로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나서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의 시청률이 오르며 종편 시사토크프로그램의 편향성도 점점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에 익숙한 20~40대 시청층은 종편의 편향보도 문제점을 대체로 인식하고 있지만 지상파3사를 통해서만 뉴스를 접하던 50~60대 시청층은 기존의 방송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종편 뉴스를 무비판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그 결과 반인권적이며 심지어는 사실관계도 틀린 일방의 자극적 주장이 공론장에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종편의 무책임한 상업전략이 공공재인 전파를 얼마나 망가뜨리고 있는지 확인시켜주는 유의미한 분석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한겨레21이 2015년 1월 2일부터 2월 1일까지 4주 간 종합편성채널의 시사토크프로그램 16개 방송분을 전수 조사해 편향성과 각종 불공정성을 확인했다. 민언련은 12일 A4 20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종편 시사프로그램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점이 매우 고압적이며 반인권적이었으며 의제를 일방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종편은 얼마나 사회적 의제를 왜곡하고 있을까. 1월 24일 한 경비원이 5년 간 휴일수당 900여만 원을 못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두고 채널A <쾌도난마>(1/26)에 출연한 황태순 패널은 “그런 일로 목숨을 끊는다면 대기업 납품하는 사람들은 다 목숨 끊어야 한다”며 경비원을 가리켜 “분노조절 장애”로 표현했다. 이 같은 프레임은 사회적 약자의 극단적 선택을 정신질환으로 치부하는 것으로, ‘갑을’ 관계로 대표되는 약자에 대한 폭력적 사회구조를 가리는 효과를 낳는다.




▲ 채널A 1월 26일자 '쾌도난마' 한 장면

 


MBN <뉴스파이터>(1/19) 황장수 패널은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두고 “부부가 합쳐서 전문직에 있는 사람은 월 천 만원도 버는데 무상보육을 해서 저렇게 열악한 환경에 방치하는 게 옳습니까? 지금 저게 어린이 강제 수용소지, 저게”라고 주장했다. 종편은 ‘무상이란 이유로 전업주부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것이 어린이집 폭행사건의 배경’이란 프레임을 반복해 내보냈다. 무상보육을 폭행사건과 무리하게 연결 지어 복지정책을 때리는 발상이다. 


정보의 부정확성은 더욱 큰 문제다. 안산 인질극 사건 당시 피의자 부인 김씨가 사건 발생 나흘 전 경찰서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음에도 MBN <뉴스 빅5>(1/16)에 출연한 패널 장제원씨는 “엄마가 문제가 있었다. 죽은 딸이 2년 전 성폭행당한 걸 알고 있었다. 그럼 바로 경찰에 신고해 구속을 시켰어야 한다. 엄마의 일탈로 딸이 하나 죽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주장만 보면 엄마는 경찰서에 한 번 찾아가지도 않은 염치없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MBN <뉴스파이터>(1/5)에선 북한이 미인계로 해외인사의 아이를 임신시키는 ‘씨받이 공작단’이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이 방송은 패널 장진성씨 주장을 인용해 북한을 방문했던 이들 가운데 중교계 인사가 공작 대상이었다고 방송했다. 장씨 주장 외에는 확인할 길이 없는 일방의 주장이다. 패널 황장수씨는 같은 날 방송에서 “일부 재야인사가 북의 성상납을 잊지 못해 북한을 고정적으로 방문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MBN 1월 5일자 '뉴스파이터' 한 장면


 

TV조선 <황금펀치>(1/29) 진행자 이봉규씨는 “장성택이 왔을 때도 국정원에서 대접을 하지 않았습니까. 룸살롱 가서? 그러면요 (북한 고위층)네 명 왔을 때도 밤에 룸살롱 가서 대접을 하죠, 국정원에서? 우리 국정원도 북한 고위 인사가 오면 룸살롱 같은 데 데려가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먹인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지상파3사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위의 발언으로, 제대로 된 확인절차 없이 전파를 타고 나갔다. 


종편 시청률에 공헌하고 있는 ‘막말’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평론가의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TV조선 <정치옥타곤>(1/17)에서 신동준 패널은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언급하며 “여성분들도 반성해야 돼요. 잘생긴 남자가 뭐 좋은 차타고 와서 ‘야 타’ 그러면 탑니까? 자존심도 없는…”이라고 말했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 교사를 두고 MBN <뉴스 빅5>(1/21)에선 “이 교사 혹시 아이들 때리는 성적 취향이 있는 거 아니냐”는 막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채널A <정용관의 시사병법>(1/16) 백기종 패널은 “인간도 아닌 사람들을 국가 예산 들여서 먹이고 재우고 하는…, 사형제도가 있음에도 왜 사형을 안 시키는지…”라고 말했다. 사형제도를 둘러싼 수많은 쟁점을 무시하고 감정적으로 주장을 내뱉는 대목이다. 패널들 중에는 방송에서 “잡놈 새끼”, “살짝 맛이 간”등의 표현까지 나왔다. TV조선 <황금펀치>(1/8) 진행자 이봉규씨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을 가리켜 “살짝 맛이 간, 제정신이면 저럴 수 없다”라고 말했다. 


패널 김태현씨는 TV조선 <황금펀치>(1/15)에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황선씨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을 두고 “검찰 좋죠 뭐, 일 빨리 끝나고. 황선 씨 또 입 나불나불대기 시작하면 더 힘들 잖아요”라고 말했다. TV조선은 2013년 12월 22일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을 생중계하며 경찰이 경향신문사에 진입하자 “야아, 이게 공권력이죠”, “어두워지기 전에 속전속결로 끝냈어야 하는데…”, 등의 멘트를 쏟아낸 ‘전력’이 있다. 당시 비판여론에도 막말과 극우 편향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1/20) 신혜식 패널은 배우 최민수씨의 MBC 연기대상 수상소감을 두고 “최민수씨, 말 하나 가지고 국민들에게 찝찝함을 주셨는데요, 반성하세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민수는 MBC <오만과 편견>에서 인천지검 검사 역을 맡아 황금연기상 수상자가 됐으나 “아직도 차가운 바다 깊숙이 갇혀 있는 양심과 희망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며 수상을 거부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태도를 ‘찝찝함’으로 묘사한 것으로, 평론의 영역이라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 TV조선 1월 22일 '돌아온 저격수다' 한 장면


 

또 있다. TV조선 <황금펀치>(1/6) 방송에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두고 “김정은이가 비아그라 만드는 공장을 직접 시찰을 했대요?”라며 “이 친구는 젊은 사람인데 벌써 성기능 촉진제 이런 걸 관심이 많나요”라고 말했다. 신동준씨는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1/22)에서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더 인터뷰>가 한국에서 상영되고 있지 않다며 “주무부서가 문체부죠? 제가 짐작컨대 좀 세게 이야기하면 종북이 의심되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라고 말했다. 


종편에선 왜 이렇게 문제적 패널과 발언이 많은 것일까.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민언련 분석에 따르면 조사기간 동안 종편에 출연한 패널의 32%가 보수성향, 64%가 ‘판단불가’ 성향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보성향은 4%에 불과했다. 패널 겹치기 출연도 상당했다. TV조선‧채널A‧MBN 겹치기 출연자만 13명이었다. 상위 출연 20위 패널을 대상으로 그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해 이야기했는지도 조사했다. 그 결과 전문분야 주제 토론은 52.4%, 비전문분야 주제토론은 47.6%로 나타났다. 


TV조선의 경우 2012년 대선 당시 <신율의 대선열차>란 프로그램에서 하일성 야구해설가가 등장해 ‘하일성의 대선홈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하일성 해설가는 종편에 출연해 간혹 정치평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종편 관계자는 “하일성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발언한 것”이라 전했으나 그가 비전문가인 것만은 분명하다. 민언련은 “시사토크 프로그램이 술자리에서나 나올법한 인상비평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주제에 전문성 있는 인물을 섭외하고 전문성과 관련된 내용만을 질의하는 형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 출연자 중 일부 패널은 도저히 방송 진행을 하기에는 부적절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TV조선의 한 기자는 “우리도 편향적 패널에 대해선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패널도 많다”고 말했다. 종편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종편이 패널을 섭외한 걸 보면 제작진이 어떻게 알고 섭외했나 싶을 정도로 생소한 사람이 많은데, (이들 패널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추천받은 사람이란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민언련은 또한 “모니터링 과정에서 패널이 무난한 발언을 하면, 진행자가 선정적 반응이 나올 때까지 토론 분위기를 주도하는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엄성섭 TV조선 앵커가 한국일보 기자를 두고 “쓰레기”라고 표현했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대규모의 북한 인민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내 사회적 비판을 받았던 종편채널은 여전히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언어로 여론의 입길에 오르며 노이즈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 TV조선 2월 11일 '이슈 격파' 한 장면




▲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이 2013년 5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 논란을 일으킨 TV조선, 채널A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노컷뉴스

 


종편의 무책임한 시사토크프로그램이 지속되는 상황은 심의기관의 무책임성도 한 몫 한다. 방심위의 종편 제재건수는 2012년 80건, 2013년 105건, 2014년 161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그러나 제재 건수보다 중요한 건 심의 태도다. 여권 인사 중심의 방심위는 ‘정치 심의’가 이뤄진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조폭사제단’”, “야권 정치는 김정일의 유훈정치” 등의 종편 출연자 발언이 모두 ‘문제없음’으로 결론 나는 것이 한 예다. 최근 TV조선의 “쓰레기” 발언도 권고라는 경징계에 그쳤다.


민언련은 “심각한 수준의 발언이 버젓이 방송에 나가고 있음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모니터와 심의는 과연 어느 수준으로 이루어지는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하며 방심위가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대해 집중 심의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종편은 막말보다 편파성이나 패널구성 편향성이 더 큰 문제다. 이 부분을 집중 심의‧제재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종편에 대한 각종 특혜성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쪽에 편향된 의견만 내보내는 방송의 재원 마련에 공적 지원을 지속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