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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특별법 꽁꽁 묶는 정부의 동아줄, 끊어질 것이다

irene777 2015. 4. 4. 06:45



특별법 꽁꽁 묶는 정부의 동아줄, 끊어질 것이다

상위법에 위배되는 하위법 들고 나온 ‘사법 하극상’


진실의길  육근성 칼럼 


- 2015년 4월 3일 -






“첫 회의도 하기 전에 세금도둑으로 불렸다… 인사관련 서류는 몇 주 동안 인사처에 쌓여 있다고 했다. 임명장은 대통령이 외국에 있을 날을 골라 건너 전달됐다… 그동안 설마 설마 했다...이 문제가 다름 아닌 세월호 참사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일까지 저렇게 나올 것이라고 의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시행령안을 받아들고 울컥하고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온갖 수단 동원해 특위 출범 막더니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특위) 김진 상임위원(변호사)이 모 일간지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대통령과 정부가 특위 출범을 어떻게 막으려 했는지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대통령은 특위위원 선출 절차가 마무리된 후 두 달이 지나도록 임명장에 서명을 하지 않았고, 위원회 출범 전에 마련됐어야 할 시행령과 예산은 임명장보다 더 늦어졌다.


친박 의원은 세월호 특위를 국민 세금 축내는 ‘세금도둑’이라고 비난했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옳소’를 연발했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특위설립준비단 해체를 주장하며 ‘기초조사 예산’을 ‘0원’으로 편성하자고 우겼다. 또 특위 출범을 늦추기 위해 월권까지 저지르며 정부에서 파견 나온 지원인력을 복귀시키기도 했다. 진상조사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특위 출범을 막던 정부가 황당한 시행령을 내놓으며 사법질서까지 짓밟는다. 막가자는 얘기다. ‘특위의 기능과 권한을 정부가 대신하겠으니 특위는 구경만 해라’ 이 게 정부시행령에 담긴 의도다.


세월호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특위의 업무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특별법 제3조, 제5조)이다.





하지만 정부시행령이 말하는 특위의 역할은 크게 다르다. 규명이 아닌 분석, 그것도 가해자격인 정부가 내놓는 자료를 분석하는 업무에 한정시켰다. 특위를 ‘정부조사결과 분석팀’으로 격하시키겠다는 얘기다. 우롱하는 것도 유분수다. 정부가 내어주는 자료 이외의 것을 더 알려고 해서는 안 되며, 정부 조사결과가 어찌 됐건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압박이다. 한마디로 진상규명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정부시행령에 담긴 의도는 ‘진상규명 하지마’


특위안과 정부안을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난다. 조직구성과 편제부터 천양지차다. 진상규명에 필요한 독립성과 객관성의 견지, 이것이 특별법을 관통하는 큰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특위가 결정한 안은 특별법의 이 같은 취지에 부합하는 반면, 정부안은 그렇지 않다.


특위안에는 특위업무가 진상규명소위, 안전사회소위, 지원소위 등으로 분장돼 민간인 소위위원장의 지휘를 받도록 돼 있다. 진상규명 업무를 맡은 진상규명소위는 소위위원장부터 하부구성원까지 민간인으로 채워진다. 이렇게 되면 특별법 제정부터 온갖 방해공작을 펴왔던 여당과 정부의 입김을 차단할 수 있다. 특별법 취지에 완벽하게 부합된다. 특별법 제16조는 소위원회 설치 목적을 “(위원회의) 업무 중 일부를 분담하여 수행하게 하기 위하여”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정부안은 소위 구성부터 특별법에 배치된다. 소위가 위원회로부터 업무를 분장 받아 수행해야 하는데 정부안에는 소위의 이름만 있을 뿐 업무가 없다. 들러리나 장식용에 불과한 셈이다. 소위가 수행해야 할 업무를 사무처가 대신하도록 돼 있다. 진상규명 업무도 사무처 산하 부서가 맡아 진행하고, 다른 소위 업무 역시 사무처가 대신한다.





사무처가 위원회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건 특별법 취지에 어긋난다. 특별법은 ‘업무’와 ‘사무’라는 용어를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소위는 “위원회의 ‘업무’를 수행”(제16조)하고, 사무처는 “위원회의 사무를 처리”(제18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돼 있다. 특별법 취지에 비춰보면 사무처의 역할은 행정·사무적 지원으로 제한되는 게 맞다.


소위를 껍데기로 만드는 대신 사무처에 모든 실권을 귀속시키려는 정부의 의도는 뻔하다. 사무처장이 여당 추천 몫(부위원장이 겸직)이기 때문이다. 많은 실권을 쥐게 될 기획조정실은 해수부 공무원이 맡는다. 이런 구도라면 사무처-기획조정실을 장악할 경우 특위 전체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이걸 노리는 것이다.



정부시행령은 ‘사법 하극상’


시행령은 법률 시행에 필요한 세부 규정을 정해놓은 법규명령으로 주로 대통령이 제정한다. 해당 법률의 하위법인 관계로 법률로부터 위임받지 않은 사항을 정하는 건 위법이다. 때문에 세월호 시행령은 상위법인 특별법의 내용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만 유효하다.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상위법우선의 원칙’조차 보란 듯이 짓밟으며 세월호 특위로부터 진상조사권을 빼앗으려 안달이다. 진상조사 권한이 없으면 특위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결국 특위를 해체하기 위해 이런 꼼수를 들고 나온 건가.


상위법인 특별법에 명시돼 있는 진상조사권을 하위법인 시행령이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위배행위이자, 사법질서를 유린하는 폭거다. 시행령 제정권자가 대통령이라면 이번 시행령 논란은 박 대통령이 직접 일으킨 만행이다. 유족에 대한 잔혹한 배신행위이며 304명 희생자를 다시 죽이는 살인행위다.


청와대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특별법의 손과 발을 꽁꽁 묶는 ‘동아줄’로 쓰기 위해 궁리해 낸 게 정부시행령이라면 그 방패는 반드시 부서질 것이고 그 줄은 끊어질 것이다. 상위법에 위배되는 하위법을 들고 나온 ‘사법 하극상’이기 때문이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