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증거들 4
조작된 교신기록, 세월호는 정말 없었나?
- 우리사회연구소 2014년 7월 18일 -
세월호와 진도,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이하 관제센터) 사이에 이루어진 교신 기록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증거자료 중 하나이다. 그러나 담당 해경은 세월호가 진도 관제센터 관할 구역에 진입한 7시 8분부터 최초 교신 시각으로 알려진 9시 7분 사이에 교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정부는 물론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검찰도 해경의 해명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진도 관제센터가 보유한 세월호의 레이더 항적과 교신기록을 비교해 보면 관계 당국의 이와 같은 변명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삭제 후 공개된 진도 교신기록
진도 관제센터는 사고 이후 세월호와의 교신내용이 있었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세월호는 사고 당시인 16일 9시 5분 제주 VTS와 교신한 것으로만 확인된 상태였다.
하지만 <SBS> 4월 20일 “신고 못 했나, 안 했나…미심쩍은 교신내용 '비공개'”라는 보도에 따르면, 해경 관계자는 세월호가 사고 당일 아침 서해 흑산도와 도초도 사이, 즉 진도 관제센터 관할 구역에 진입하면서 진도 관제센터에 위치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해역별로 관할 관제센터가 정해져 있고, 모든 배들은 각 관제센터 구역에 들어갈 때 위치와 운항 계획을 보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림 1> YTN 보도 “진도VTS 교신, 편집 이어 삭제 의혹” 중 진도 관제센터의 교신기록이
삭제 편집되었을 가능성을 지적하는 배명진 숭실대 교수의 인터뷰
4월 20일, 진도 관제센터는 언론이 잇따라 은폐 의혹을 제기하자 사고 당일 오전 9시 6분부터 9시 37분까지 세월호와 11차례 교신한 내용을 공개했다. 하지만 진도 관제센터가 공개한 교신기록은 곧바로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교신기록 녹취 파일에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잡음’이 심하고 중간 중간 몇 초간의 공백도 있었기 때문이다.
CBS 4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CBS와의 인터뷰에 응한 관제 통신 전문가는 “VTS센터에선 VHF(초단파무선통신)를 통해 관제를 하며, VHF를 통한 교신 음질은 상당히 깨끗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VTS센터의 한 관제사는 “이 정도의 잡음이면 교신이 들리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에 관제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그 상태를 유지했다는 것은 관제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실제로 YTN 취재진의 의뢰로 교신 녹취파일을 분석한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은 분석 결과 비정상적으로 소리가 끊어지는 부분이 무려 36곳이나 발견되었으며, 그 시간만 해도 무려 150초, 2분 30초나 되었다고 밝혔다.
결국 진도 관제센터가 교신 사실을 숨기다 여론에 밀려 인정하고 공개한 진도 VTS 녹음 파일은 원본이 아니며, 조작 훼손된 내용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기억’에 의존해 작성된 제주 교신기록
사고 발생 사흘 후인 4월 19일 공개된 바 있는 제주 관제센터의 교신기록도 비정상적이다. 제주 관제센터의 4월 16일 오전 8시 55분부터 9시 5분까지 기록 중 마지막 5분의 기록은 대부분 녹음이 되어있지 않아 관제사의 ‘기억’에 의존해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제주 관제센터의 교신기록이 관제사의 ‘기억’에 의존해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6월 13일 제주 관제센터를 상대로 이뤄진 증거보전 작업 때문이었다. 증거보전 현장에 동행한 박주민 변호사는 6월 14일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세월호가 넘어졌다고 제주VTS와 첫 교신을 한 뒤에 갑자기 채널을 '21번'으로 바꿨다”며 “하지만 이후 5분간의 교신 내역은 녹음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9시부터 5분간의 교신내용이 녹음되지도 않았는데 교신기록이 공개된 것에 대해 “녹음이 없어서 직원이 메모했던 부분을 적어놓은 것”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늘어놓았다. 그렇다고 해양수산부가 당시 근무했던 관제사의 메모를 공개한 것도 아니었다. 당연히 기록의 진위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9시부터 9시 5분까지의 ‘5분’의 기록은 사고 초반 원인 분석 및 초동조치를 파악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때 세월호가 제주 관제센터와의 교신 채널을 ‘21번’으로 변경한 후 교신내용이 녹음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박주민 변호사는 이에 대해 “협조를 위해 현장에 참석했던 설치업체 관계자 3명에게 ‘VTS 교신 내역이 녹음되지 않는 일이 가능하냐’고 물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는 관계기관들
교신기록의 진위 논란은 진도, 제주 관제센터, 해양수산부의 거짓 해명으로 인해 오히려 증폭되었다.
진도 관제센터는 4월 27일, ‘교신 내용이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해 “위치정보보호법 상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해당 부분을 편집한 것일 뿐 조작이나 의도된 편집은 없었다”고 거짓으로 해명했다. 이는 쉽게 말해 “교신 내용 일부에 선박의 위치정보, 선명 등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해경이 언급한 위치정보보호법 해설서를 발행한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선박 위치 정보는 선박안전법에 따르는 것이 맞다”면서 “(해경이 해명한)위치정보보호법으로 적용할 여지가 있겠나 싶다”고 말했다. 선박안전법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 관계자도 “선박 위치 정보는 당연히 선박안전법에 따라 처리된다”고 했다. 한마디로 위치정보보호법에 근거한 해경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진도 관제센터의 해명은 선박의 안전을 위해 선박의 위치정보 등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을 장려하는 ‘선박안전법’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관련 내용이 담겨있는 ‘선박위치발신장치의 설치기준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선박의 위치와 고유번호(선명), 속력이나 침로 등의 정보는 선박의 안전과 관련하여 언론에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는 정부가 세월호의 항적 자료 등을 공개한 근거 법령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경은 교신기록이 조작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SBS 등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해 ‘정정 보도’를 요청하는 적반하장격의 행태를 보였다.
제주 관제센터의 교신기록 진위 논란을 둘러 싼 해양수산부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해양수산부는 제주 관제센터가 세월호와의 교신 채널을 16번에서 갑자기 21번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 “당시 감도 문제로 채널을 바꿨을 뿐”이라 해명했다. 그러나 16번 채널로 이루어진 제주 관제센터의 교신기록은 잡음 없이 매우 깨끗한 상태의 정상적인 녹취가 이루어져있다는 점에서 해수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21번 채널로 변경 후 이루어진 교신기록이 녹음되지 않은 것에 대한 해양수산부의 해명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세월호가 21번 채널을 통해 “해경 어떻게 됩니까?”라고 묻자, 제주VTS는 “네, 지금 해경한테 통보했고요. 저희가 진도VTS랑 완도VTS에 통화중에 있으니 잠시만 대기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응답한 것이 생생하게 녹음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로 일관하는 관계 당국의 행태는 오히려 세월호가 제주 관제센터와 최초로 교신한 시각으로 알려진 8시 55분 이전에도 진도, 제주 등지의 관제센터와 교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합리적 의심을 강하게 불러일으킬 뿐이다.
어선도 알려주는데 세월호만 없다?
실제로 세월호가 4월 16일 7시 8분, 진도 관제센터의 관할 수역으로 진입한 이후 이들과 교신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진도 관제센터는 세월호가 관할 수역에 진입한 후 선박 안전을 위한 이른바 ‘도메인 워치’ 기능을 설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도메인 워치’는 일정거리 안에 물체가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도록 만든 기능으로, 해경은 당시 세월호 주변 500m에 선박 등 장애물이 접근하면 경보음이 울리도록 설정했었다. 이는 세월호가 사고 당일 아침 진도 관제센터 관할 구역에 진입하면서 진도 관제센터에 위치를 보고했다고 밝힌 해경 관계자의 SBS 인터뷰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진도 관제센터가 세월호의 진입 보고도 없이 관제모니터 상에서 ‘도메인 워치’ 기능을 설정하고는 세월호를 호출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교신 녹취록 중 다른 선박의 진출입 보고 및 호출 사례, 그리고 세월호의 4월 16일 이전 일주일간의 교신 기록에 비춰보아 매우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림 2> 4월 16일 8시 35분경 맹골수로에서 19.3노트의 빠른 속도로
삼영호와 근접 통과하는 세월호(자료 : 주권방송)
세월호가 SUNJUNE호, 삼영호 등과 ‘위험 반경’이 겹치며 지나친 지점에서 세월호와 진도 관제센터가 교신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세월호는 8시 25분경 SUNJUNE호와 매우 가까운 거리를 두고 19.5노트의 빠른 속도로 교차한다. 또 <그림 2>와 같이 세월호는 10분 후 삼영호와 ‘위험 반경’이 겹친 채 19.3노트의 빠른 속도로 맹골 수로를 통과한다. 진도 관제센터는 최소한 이 두 지점에서 세월호를 호출하여 항해에 주의를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진도 관제센터는 SUNJUNE호나 삼영호를 호출하여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세월호의 존재를 알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진도 관제센터가 끊임없이 주변 선박을 호출해 AIS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어선의 존재를 알려주며 안전 운항을 강조하고 있는 교신기록 때문이다. 실제로 교신기록에 의하면 진도 관제센터는 7시 명진801호, 7시 8분 제니스부산호, 7시 14분 13금진호 등 7시부터 8시까지 한 시간 동안 각 선박에 어선의 존재를 무려 12차례에 걸쳐 알려주고 있다. AIS 장비를 달지 않은 어선까지 꼼꼼하게 확인하여 주의를 주는 진도 관제센터가 ‘위험 반경’이 겹친 채 빠른 속도로 교차하는 세월호와 맞은편 선박에게 주의를 주지 않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표 > 7시 24분경 삼영호를 호출하여 어선을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진도 관제센터
결국 이와 같은 사실을 종합해볼 때, 세월호와 진도 관제센터 사이에 7시 8분 이후 존재했던 교신 기록은 당국에 의해 삭제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교신기록은 왜 삭제되었는가?
진도 관제센터와 세월호 사이에 오전 7시부터 9시 사이에 교신이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국민TV의 김용민 PD는 이에 대해 “아주 이른 시간인 7시대에 세월호에서 “우리배에 이상이 생겼어요. 침몰하게 생겼어요” 이런식의 신고가 진도VTS에 보내졌는데 진도VTS에서는 이 교신 기록이 남아 있으면 자기들이 초동대응에 늦어서 결국 이 어마어마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그 책임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걸 원천적으로 감추기 위해서 아예 교신내용을 삭제 했거나 편집한거 아니냐 라는 의심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만약 오전 7~9사이에 중요한 교신이 있다면, 이것은 정부가 사고 발생 후 손도 안대고 가만히 있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고, 따라서 정부는 정권의 근간이 흔들릴 책임론 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교신기록의 조작과 관련해 “편집을 했는데 편집된 내용 가운데 중요한 내용, 남들이 의심하는 뭔가 감추고 싶은 그런 내용이 있어서가 아니다. 소음이 너무 지독하고 사고와 관련 없는 선박들의 위치 정보를 가리기 위한 그런 편집이지 감추려고 한 것이 있어서 공개를 안 하는게 아니다”는 해경의 주장은 오히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해경이 바로 세월호 사고를 참사로 키운 수사 대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출처 : http://blog.daum.net/oursociety/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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