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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상철 - 보수화된 새정치민주연합 (제3편)

irene777 2015. 5. 7. 04:39



보수화된 새정치민주연합

제3편 - 민주가 죽어야 민주가 산다


진실의길  신상철 칼럼


- 2015년 5월 6일 -




보수화된 새정치민주연합


제3편 - 민주가 죽어야 민주가 산다



오늘날 새정치민주연합을 진보정당이라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개혁정당이라 보기도 어렵습니다. 눈을 씻고 봐도 개혁적이기는 커녕 구태한 모습만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새누리당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그나마 부정과 부패지수 면에서 조금은 덜하다는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누가 보아도 보수정당입니다. 그럼에도 ‘보수화되었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긍정적 의미에서의 보수 혹은 우리가 이해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보수를 훌쩍 넘어선 구태하고 추한 수구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욱 우려되는 것은 그 속도도 참으로 빠르게 진행될 뿐만아니라 아예 드러내놓고 망가지고 있으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개인정보가 현재의 새정연까지 이어져 온 탓에 새정연 소속 의원들의 활동이 수시로 메일로 날아 옵니다. 어느 날 저는 황당한 메일을 받았습니다. ‘초선일지’라는 타이틀을 단 전남의 어느 초선의원의 홍보성 메일인데 내용이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새정연 초선의원의 '초선일지' (2015. 2. 9)


이승만, 박정희 묘역 참배



문재인 신임 당 대표가 드디어 오늘 아침 이승만, 박정희 전 대툥령 묘소에 참배했다. 어제(2월 8일)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이승만, 박정희 두 분들은) 우리의 자랑스런 대통령”이라고도 했다. 아주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2 대선을 앞두고 종편(종합편성채널)을 인정하고, 전직 대통령들을 인정하고, 국민의 선택에 의해 선출된 현직 대통령을 인정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아마 우리는 지금 집권 여당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 거의 틀림없이.


나는 국회에 들어와서부터 줄곧 내가 읽은 국민의 뜻을 <초선일지>와 ‘쓴소리’라는 형식을 빌어 배달해 왔다. “이승만, 박정희 묘역 참배조차 거부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맡겠다고 나설 수 있느냐”고 했고, “평양과 개성은 가고, 가겠다는 사람들이 (종편이 있는) 서소문이나 광화문에는 가지 않겠다면서 무슨 국민지지와 통합을 얘기하는 거냐”고 했고, “아프리카나 남미의 국가원수가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와도 기립박수하는 야당 의원들이 자기나라 (대한민국) 대통령이 공식 입장할 때는 멀그머니 앉아 있거나 고개를 돌리고 있으면 그런당을 국민들이 믿고 신임해 줄 것 같으냐”고 했다.


당시에는 일부 동료 의원들로부터 반발과 항의도 받았지만, 위 세 가지는 이제 우리당의 상식이 되었다. 지난 정기국회에서는 시정연설(2014. 10. 29)을 하러 온 박근혜대통령을 거의 대부분의 우리 당 의원들도 기립해서 맞이해 주었었다. (그때도 난 감개무량했었다...)


어제 문 대표는 종편과도 인터뷰했다. 국민적 상식과 우리당의 상식이 근접하고 일치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오늘 참배에도 몇몇 신임 최고위원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건, 당의 대선 후보나, 당의 대표나, 당의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 였다. 오늘처럼 하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 오늘 기분 좋다.




이것이 전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으며 전남도당 위원장이라는 직분까지 맡으셨다는 초선의원의 ‘감개무량한’ 초선일지입니다.


“2012 대선을 앞두고 종편(종합편성채널)을 인정하고, 전직 대통령들을 인정하고, 국민의 선택에 의해 선출된 현직 대통령을 인정했더라면.. 지금 집권 여당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제 눈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인식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이 ‘일부 의원의 생각’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급속도로 우경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1. 어줍잖은 동서화합의 몸짓 - 2014년 1월 14일


국회에 <동서화합 포럼>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경북도당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 의원들과 전남도당을 중심으로 한 새정연 의원들이 <동서화합>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벌인 첫 행사가 신안도 김대중 대통령 생가 방문이었습니다.





참으로 피아구분 안되는 분들입니다. 하늘에 계신 김대중 대통령께서 피를 토하시고 싶은 심정이실 겁니다. 이 덜 떨어진 사람들은 2014년 3월 3일 경북 구미 박정희 생가를 방문합니다.





그렇게 돈독하게 쌓여진 우정을 바탕으로 신임 당대표는 이승만, 박정희 묘역에 참배를 합니다.



2. 문재인 대표 이승만, 박정희 묘역 참배 - 2015. 2. 9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은 취임후 첫 일정으로 이승만, 박정희 묘소를 참배하고 “두 분의 묘역 참배 여부를 둘러싸고 계속 갈등하는 것은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두 분 대통령에 대해 과를 비판하는 국민이 많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분의 공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당일 현충원까지만 동행하고 묘역참배에는 불참한 정청래 의원은 “애국열사 묘소 참배가 우선”이라며 쓴소리를 날렸고, 천정배 현 의원은 “당 대표의 첫 일정으로는 적절치 않은 일”이라며 “많은 피해 국민들을 대변해야 할 야당의 할 일은 인권과 정의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것이지 화해 제스처를 앞세울 일은 아니다”라며 비판합니다.


문재인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 묘역을 참배한 것이 갖는 의미는 그것이 동서화합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 혹은 오랜 갈등을 해소하는 차원의 제스처 여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행위 자체가 문재인 대표의 사고(思考)와 인식(認識)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문 대표는 현 새정치민주연합이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첫째, 중도층 나아가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보수적 행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 둘째, 그를 위해 보다 더 우경화의 길로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고의 바탕에는 기존의 우호적 지지층인 호남, 진보, 개혁세력을 포함한 민주진영의 사람들은 어떠한 선택의 여지없이 결국은 자신을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대단한 착오이며 참으로 교만하고 오만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천안함 폭침 발언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의 캠프에서 언론부문 참모로 있던 언론인 출신 한 분이 제게 찾아 와서 “천안함 관련 멘트를 어느 수준으로 하면 좋겠느냐”며 자문을 구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 모든 여건을 고려하여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정리하여 건네주었었습니다. 그 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정부와 국방부의 발표를 존중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합리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만큼 정권을 잡은 후 의혹해소를 위한 재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저는 그 정도라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꿀리지 않으며, 원칙과 상식에 부합하는 마지노 선이라고 생각하였었습니다.


제 코멘트가 당시 문 후보에게 전달되었는지 중간에 킬(kill) 되었는지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문 후보가 선거 운동 중 “천안함 폭침”을 언급함으로써 저의 조언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판명이 난 셈입니다. 


문 대표가 유세 중 ‘천안함 폭침’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주변에서 “섭섭하지 않느냐?”라고 제게 물어왔지만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고, 이후 그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섭섭함을 토로한 적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문 대표가 대선 후보로서 중도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그렇게 발언할 수밖에 없었을 것> 등과 같이 그를 이해해서가 아니라 <문 대표는 그 정도 발언할 만큼의 용기나 판단력이 없는 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문 대표의 행보는 금년 3월 25일, 천안함 침몰 5주기를 하루 앞두고 다시 불거졌습니다. 해병 2사단 상륙돌격대대를 방문한 문 대표는 “북한의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서 천안함을 타격한 후에 북한으로 복귀했다”고 발언한 것이지요.





문 대표는 그를 통해 <안보 무능 정권>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수구집단의 <종북몰이>로부터 해방되며 한편으로 <수권능력>을 보여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러한 비겁한 발언으로 인해 종북 프레임에 휘말리는 것에 대한 공포와 합리적이지 못한 정략적 판단으로 자신의 발등을 찍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4. 집토끼 놓치고 산토끼 쫓는 <중원장악전략>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 2017위원회는 3월9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원장악보고서’: 지역·이념·계층·세대의 중원 장악을 위하여>(이하 <중원장악>)라는 문건을 대내외에 공표했습니다. 


10개의 의제가 나열된 내용을 보면 ‘신뢰의 정당이라는 이미지’, ‘환골탈퇴’, ‘능력있는 경제정당’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의제 5. 한국사회의 보수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념적 공간의 좌우측으로 넓게 쓸 것>이라는 부분과 <의제 6. 한국사회의 지역적 인구구조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를 넘어서 유권자 60%에 달하는) 지리적 중원(수도권 및 충청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부분입니다.


수구정권이 대한민국 진보의 축을 무너뜨릴 때 팔짱끼고 있던 사람들이, 오랜 호남의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념적 공간의 좌우측을 넓게> 쓸 수 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를 넘어서 유권자 60%에 달하는 수도권과 충청권을 장악>하겠다는 포부는 공허하게 들릴 뿐만아니라 호남의 유권자를 무슨 뒷주머니 쌈지돈인양 생각하는 것 같은 오만함이 느껴집니다.



5. 보수화의 결과 - 전략적 판단의 부재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이 추구하고 있는 그 모든 행보들, 중원을 장악하기 위한, 중도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지속적인 우경화 노력은 새누리당에 참으로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략적 판단의 부재입니다.


당장 최근 문재인 대표가 김무성 대표와 ‘기분좋게’ 합의해 준 <공무원 연금 개혁안>건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현재 이슈의 중심이 되어버린 공무원 연금 개혁안 -  그 내용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논외입니다. 문제는 지금 이 시점 - 불법 대선자금 논란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와중에 - 그렇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잡고 합의하는 모습이 과연 전략적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것이 소위 ‘중원장악전략’ <의제8>로 기록된 바 <새정치민주연합은 반대를 위한 정당, 반대'만' 하는 반대 정당, 후보단일화로 선거에 이기려 하는 정당이기보다는 유능한 경제정당으로서 정책과 대안 및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지침에서 보듯 ‘반대’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다보니 흔쾌히 ‘찬성’과 ‘합의’를 남발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참으로 뜨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대선불법자금 논란을 희석시킬 수 있는 좋은 먹이감을 ‘환하게 웃으며’ 제공하면서도 그 행위가 과연 전략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아 한심하다는 생각은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다음 글은 “제4편 - 친노인듯, 친노아닌, 친노같은 너”로 이어가겠습니다.


- 신상철-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1003&table=pcc_772&uid=101>




* 관련 포스팅 :  ☞  <칼럼> 신상철 - 민주가 망해야 민주가 산다 (제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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