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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름다운 한글, 누더기로 만들고 싶은가?

irene777 2015. 8. 7. 16:48



아름다운 한글, 누더기로 만들고 싶은가?


진실의길  김용택 칼럼


- 2015년 7월 31일 -




‘생선’, ‘문상’, ‘버카충’, ‘제곧내’, ‘행쇼’, ‘먹방’. ‘화떡녀’, ‘여병추’, ‘광탈’, ‘sc’,' ‘박카스’, ‘골부인’, ‘납세미’…


청소년들이 즐겨 이용하는 은어다. 만약 연세가 드신 분들에게 이런 시험문제를 낸다면 몇 점이나 받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0점을 받거나 겨우 한두개를 맞출까 말까 정도가 아닐까? 이 은어의 뜻을 풀이하면 이렇다.





‘생선’(생일 선물), ‘문상’(문화상품권), ‘버카충’(버스카드 충전), ‘제곧내’(제목이 곧 내용), ‘행쇼’(행복하십시오), ‘먹방’(먹는 방송). ‘화떡녀’(화장을 떡칠한 여자), ‘여병추’(여기 병신 추가요), ‘광탈’(빠르게 탈락하다), ‘sc’(센 척), ‘박카스’(잔심부름꾼), ‘골부인’(게임에 맛을 들인 여성), ‘납세미’(포커게임에서 자주 잃는 사람)…


이 정도가 아니다. 이들의 은어 세계를 들여다 보면 이게 우리나라인지 낯선 이국땅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자기 나라의 말글이 없어 남의 나라 문자를 빌어 쓰는 나라에 비해 우리는 얼마나 복 받은 민족인가? 우리조상의 지혜와 문화에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이런 귀한 말글을 소중한 줄 알고 아름답게 디듬고 가꿀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는지 생각하면 화가 난다.


SNS에서 떠돌고 있는 언어를 보면 더 심각하다. 심멋(심장이 멎을 정도 기분 좋다.) 개취(개인적 취향) 평친(평생 친구) 점약(점심 약속) 노잼(No+재미=재미없다), 노답(No+답=답이 없을 정도 답답함), 존잘(엄청 잘 생겼다), 웃프다(웃을지 슬퍼할지 모르는 상황), 화떡녀(화장 떡칠한 여자), 개드립(엉뚱한 발언을 할때), 깜놀(깜짝 놀라다)…

 

해석을 붙였으니 말이지 그대로 적어놓으면 일본어인지 중국어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어디 SNS언어 뿐만 아니다. 가께우동(가락국수), 곤색(진남색. 감청색), 기스(흠, 상처), 노가다(노동자. 막노동꾼), 가처분(임시처분), 각서(다짐글, 약정서), 견습(수습), 견적(어림셈, 추산), 계주(이어달리기),고수부지(둔치, 강턱), 고참(선임자), 공장도가격(공장값), 출산(해산), 할증료(웃돈), 회람(돌려보기), 입구(들머리), 입장(처지, 태도, 조건), 잔고( 나머지, 잔액)…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는 언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언어가 우리말인줄 알고 있지 않을까? 일제강점기가 핥퀴고 지나간 상처. 일제잔재청산은 친일부역자 청산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노동, 종교…등등 어느 구석에 남아 있지 않은 곳이 없다. 왜색 언어를 청산하지 못한 우리 언어 속에는 이러한 언어가 당당하게 우리 문화 속에 남아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슈트와는 달리 헐렁한 핏의 팬츠와 롱 재킷 스타일의 블레이저를 매치하는 식의 모던하면서….”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이런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우리 말글을 가꾸고 다듬어야 할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언론이 공중파를 통해 내뱉는 언어들이다. 어린아이들로부터 노인에 이르기 까지 듣고 있는 방송언어가 이지경이라니… 전원을 켜면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이런 국적불명의 언어들이 여과없이 흘러나온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는 오염된 우리나라 방송언어의 민낯이다.




 이미지 출처 : 동아일보



이 정도가 아니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국어문화운동본부의 조사결과를 보면 ‘공주병’ ‘된장녀’ 같은 은어, ‘싹쓸이’ ‘면피’ 같은 화투놀이 용어, ‘환치기’ ‘꺾기’ 등의 경제계 속어, ‘러브호텔’ ‘티켓다방’.. ‘워킹’과 ‘콘셉트’ 같은 패션용어, ‘인터페이스’처럼 외래어 일색인 통신 전문용어...들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가 하면 ‘재테크’ ‘시테크’같이 한자와 영어가 뒤섞인 조어, ‘케미 폭발’ ‘베이글녀’ ‘남심 초토화’ ‘빵 터짐’ ‘코피 퐝’ ‘올킬’과 같은 국적불명의 언어들이 전파를 타고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사례를 언급하면 끝이 없다. 이렇게 만신창이 된 한글을 교육부가 이번에는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는 방침으로 시끄럽다. 교육부가 초등학생들의 교과서에 한자병기를 하겠다는 이유는 ‘한자교육은 초등학교부터 하는 게 바람직하고(68.5%),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이 필요하며(학부모 89%, 교사 77%),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에 긍정적(교사 77.5%, 학부모 83%)’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이유로 내놓았다. 언제부터 교육부가 교육정책을 도입하는데 여론이나 교사,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했는지 모르지만 한자병기 도입 이유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우리문화에 대한 철학도 애착도 없는 정책을 도입해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어떤 생각을 가진 국민으로 키우겠다는 것인가? 역사를 배워도 사관도 없이 사건 중심으로 역사를 가르치고, 사회를 가르치면서 민주의식, 공동체 의식도 체화하지 못하면서 한자를 교과서에 넣어 우리언어문화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가? 수학을 배워도 생활에 어떻게 할용하는지 왜 배우는지 모르고 무조건 시험 점수만 좋으면 우수한 국민이라도 되는 양 가르치는 교육부가 교과서에 한자병기를 하겠다는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말과 글이 언어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든지 문제가 있다면 모를까 우리글의 우수성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데 이런 글을 사랑하고 가꿀 생각은 하지 못하고 국적불명에 왜색언어 SNS에 떠도는 은어와 비속어에다 방송언어 오염시켜 만신창으로 만들어 놓고 이제와서 초등학생들의 교과서에 한자까지 병기하겠다니 조상님들께 부끄럽지도 않은가? 


아름다운 한글, 소중한 우리문화유산을 만신창으로 만들겠다는 어문정책은 중단해야 한다. 교육부가 올바른 어문교육을 하겠다면 날이 갈수록 오염되고 있는 언어 국어순화운동부터 펼쳐야 한다. 부끄러운 초등학생 교과서에 한자병기 정책은 중단해야 한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yt_kim&uid=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