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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에서만 쓰는 표현 ‘장롱 면허’ 와 ‘점수 기술자’

irene777 2015. 8. 10. 17:29



한국에서만 쓰는 표현 ‘장롱 면허’ 와 ‘점수 기술자’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KPCC) 소장


- 진실의길  2015년 8월 10일 -




한국에 진출해있는 외국계기업에서는 토플, 토익 등 공인어학시험 점수를 믿지 않습니다. 이상하게도 한국의 경우 토익 900점대에도 불구하고 회화와 작문이 안 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니 국내기업 혹은 대학원에서는 토익 기준점수를 750~800점 정도로 하는데 정작 영어 소통이 일상화되어 있는 외국계기업에서는 그보다 낮은 600점 정도만 돼도 서류전형에 합격시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토익 고득점이 영어 실력과 무관하다는 것을 경험상 알기에 인성과 전문성이 검증되면 서류전형은 통과시키고 심층면접을 통해 진짜 영어실력에 대해 평가하겠다는 거죠.





영어 시험을 잘 보는 사람은 당연히 영어를 잘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한국은 시험을 잘 보는 기술이 따로 있는 듯합니다. 학원들이 성행하다 보니 실제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쪽보다는 영어 시험을 잘 보는 기술자로 만드는 것이 더 많은 돈이 되기 때문이겠지요.


어디 그 뿐인가요? 한국이야말로 스펙은 넘쳐나는데 실력은 형편없는 사람들 천지입니다. 자격증은 있는데 현장 경험이 전혀 없어 일에 투입될 수 없는 사람, 학점은 좋은데 관련분야 실무에서는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 학벌은 좋은데 허풍만 있을 뿐 그에 걸맞은 실력과 인품을 찾아볼 수 없는 사람… 이런 분들 주변에서 많이 만나보셨을 겁니다.


한국에서만 쓰는 표현 중에 ‘장롱 면허’라는 것이 있습니다. 운전면허증을 따기는 했는데, 실전감각이 떨어지거나 아예 없기 때문에 운전을 안 하는 것을 말하죠. 본래 운전면허라는 것이 당장 운전대를 잡아도 아무 문제가 없을 때에만 발급되어야 하는데, 발급을 위해 필요한 조건과 운전을 위해 필요한 조건 간 불일치가 생기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당시 저를 포함한 모든 고등학교 1학년생들은 정규과목으로 ‘운전’을 배웠습니다. 한 학기 동안 이론과 실력을 꼼꼼하게 배우기 때문에 응시생의 99%가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하고 그 후로 실제 운전을 하고 다닙니다. 미국 고등학교의 드넓은 주차장을 보고 깜짝 놀라신 분들이 있을 텐데, 그럴 수밖에 없지요. 미국 고등학생들의 30%가 자기 차를 운전하고 학교로 통학하지요.


몇 개월 전 초소형 무전기와 고성능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토익시험 부정행위를 한 사람들이 경찰에 적발되었죠. 명문대 출신들이 자격증 및 국가고시 대리시험을 치르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었지요.


더 놀라운 사실은, 부정행위를 부탁한 사람이나 이를 수행한 사람이나 모두 명문대 출신의 반듯한 직장인이었다는 점입니다. 영어 시험 성적이 좋게 나오면 대기업 입사의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어차피 들어가서 영어로 업무를 하다 보면 실력이 들통 날 게 뻔한데… 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범죄자로 전락했는지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결국 이와 같은 ‘묻지마 스펙’과 ‘고도의 부정행위’가 아무 거리낌 없이 이루어지다 보니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보다 국력이 떨어지는 한국이 대입시험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은 미국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각종 국가고시와 자격증 관리감독에 필요한 비용까지 합치면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이 모두가 우리들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되지요. 어디 그 뿐인가요. 보험사기도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더 많고, 지능형 범죄도 우리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들 모두에 비용이 들어갑니다.


대입 영어시험과 토익시험의 난이도는 어렵게 만들어놓고, 실제 영어실력과 무관하게 시험 유형과 요령을 익혀서 고득점을 하는 응시자들을 그냥 방치해놓다 보니, 각종 영어학원에서 벌어지는 사실상의 부정행위에 무방비 상태가 될 수밖에 없지요. 그러다 보니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황금만능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 대학과 기업들은 너무 쉽게 사람을 뽑아왔습니다. 선발에 필요한 자격조건에 대해서는 국가와 대학에만 책임을 전가한 채 자신들은 오로지 필요한 사람을 뽑아먹는 것에만 안주해왔죠. 이제라도 스스로 필요한 사람을 스스로의 노력과 분별력으로 선발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육성해야 합니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그 일을 남에게 맡기면 곤란하지요.


우리 사회도 이제는 제도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 가슴 속에 있는 부정행위, 탈법행위, 요령 등에 의지하려는 안일하고도 무책임한 생각을 하루빨리 벗어던져야 합니다. 나만 이기고 얻고 출세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하는 한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국가는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채워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짐으로써 ‘장롱 면허’나 ‘점수 기술자’와 같은 표현들이 우리 사회에서 영영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간절히 하게 됩니다.



<출처 :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836&table=byple_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