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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성교육…? 아이들 놀이문화부터 찾아주자

irene777 2015. 9. 17. 00:01



인성교육…? 아이들 놀이문화부터 찾아주자


진실의길  김용택 칼럼


- 2015년 9월 10일 -




자치기, 공기놀이, 실뜨기, 오징어 놀이, 제기차기, 숨바꼭질, 말타기, 돈치기, 땅빼앗기, 딱지치기, 그림자놀이, 공기놀이, 깨끔질 싸움(닭싸움), 고누(고니)…





어린이들에게 이게 무슨 놀이냐고 물으면 아는 아이들이 있을까? 실제로 이런 놀이를 경험해 본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 아마 이런 놀이를 하며 자란 세대들은 50대가 넘는 장년이나 노년층일 것이다. 학교가 없거나 있어도 돈이 없어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삶이요, 공부였다. 이런 놀이 추억을 간직한 세대들은 놀이에 이력이 나 있다. 공기놀이 하나만 보더라도 수집기, 기둥박기, 알낳기, 알박기, 알품기, 알까지, 내리기, 솥걸기, 불때기 등 무진장한 놀이문화와 그 재미를 누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놀이는 공부다. 그러나 요즈음 부모들은 아이들이 놀면 불안해 못 견딘다. ‘00는 영어학원에 다닌다는데…’, ‘00는 수학선행학습을 한다는데…’ 어쩌다 학원에 가지 않는 날에는 놀 친구가 없다. 혹 몇몇 친구와 잠깐 시간이 나면 놀이터와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숨바꼭질, 말 타기, 돈치기, 땅 빼앗기, 딱지치기… 같은 전래놀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놀이는 그냥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아이들의 공부다. 놀이를 통해 용기와 인내심 자제력이나 쾌활함과 같은 성품을 기를 수 있는데… 규칙을 지키고 양보와 타협 그리고 우정을 쌓을 수 있는데… 놀이를 통해 인성교육을 하는데… 어린시절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데… 어른들은 노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 오늘날 아이들은 놀이문화를 빼앗기고 학원에서 학원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고 있다.

 

지난 7월 21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일명 이준석 방지법)이 시행됐다. 인성교육진흥법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학교 교육의 총체적인 목표는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일이다. 다른 말로 하면 국·영·수를 비롯한 모든 교육이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 즉 인성을 기르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왜 인성교육법까지 따로 만들었을까? 그런 법을 만들면 학교가 교육하는 곳으로 바뀔까? 인성이 반듯한 인간으로 키울 수 있을까? 인성교육법의 ‘핵심 가치와 덕목’은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내용이다.





정부가 인성교육진흥법을 따로 만든 이유란 ‘개인의 마비된 인성 때문에 사회 전체에 피해를 주는 일이 생겨나지 않도록 초ㆍ중ㆍ고교 청소년 시절부터 인성 교육을 통해 훌륭한 인격자를 길러내기 위해서…’ 란다. 초ㆍ중ㆍ고교 교사들에게도 연간 11시간씩 의무적으로 연수를 받아야 하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신기한(?)법이다. 이제 각 지자체 단체장과 교육감들은 인성교육위원회를 만들고 5년마다 종합계획을 세워 인성교육을 실행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됐다.


- 나는 친구와 갈등이 있을 때 잘 해결한다 (배려·소통) 

- 나는 내가 한 일에 책임을 지려고 노력한다 (책임)

- 나는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동으로 친구의 인권(생명, 자유, 평등 등을 보장받을 권리)을 침해하지 않는다 (정의) 

- 나는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하게 행동한다 (정직·용기)


인성교육 ‘자가평가’ 진단 문항 중 일부다. 인성교육을 받고 이런 ‘자가 평가’로 개인의 인성을 점수를 매기면 인성이 길러질까? ‘나는 인성이 60점 짜리다. 나는 인성이 80점짜리다’라는 자가 평가로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를 수 있을까? 학교에는 비상이 걸렸다. ‘인성주간’을 선포하고, ‘부모님과 함께 아침식사 하기’ ‘인성독서’와 같은 캠페인을 시작하는가 하면 인성평가 바람을 타고 벌써부터 기업체에서 면접시험에 인성을 반영하겠단다. 실제로 금호그룹에서는 2015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경험을 말해보라’는 등과 같은 인성 관련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학원에서는 인성교육을 위해 특강을 시작하고, 모범답안까지 만들어 놓고 있다는 보도다.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 어른들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이런 유치한 자가평가로 아이들을 서열 매기는 바보짓을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놀이문화부터 돌려줘야 한다.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든 어른들… 당신네의 눈에는 학교와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오가는 핏기 없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가? 한창 마음껏 뛰놀며 밝게 자라야 할 초등학생들이 ‘4당 3락’이라는 선행학습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모른다는 말인가? 그 똑똑한 국회의원들, 교육자들, 교육관료들, 학자들… 그리고 정부가 진심으로 학생들이 반듯한 인성을 가진 인격자가 되기를 원하거든 어른들부터 배려와 소통, 책임, 정직, 용기 그리고 정의로움을 만들어 모범부터 보여라. 지금 아이들의 눈에 비친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 막가파 사회다. 어른들은 ‘바담풍’ 하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바람풍’ 하기를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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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yt_kim&uid=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