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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0년 전과 비슷한 앞으로의 정치 시나리오

irene777 2015. 10. 2. 17:23



10년 전과 비슷한 앞으로의 정치 시나리오

정치를 이런 개싸움으로 만들어버린 원인을 우리 모두가 갖고 있다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KPCC) 소장


- 진실의길  2015년 9월 30일 -





▲ 사진출처: 노컷뉴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위를 차지한 모양입니다. 김무성(14.1%), 문재인(11.2%), 박원순(10.1%), 안철수(6.3%) 등 여야 유력 대선후보를 모두 제치고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자리매김한 거죠. 일각에서는 이번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반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것을 두고 친박계와의 교감이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기도 합니다. 8.25 남북합의에 대해 반 총장이 “끈기와 원칙에 입각해 회담에 임한 결과”라며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워딩만 골라서 쓰며 극찬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박근혜-김무성-문재인-반기문으로 연결되는 차기 대권 기상도를 보면서 묘하게도 저는 김영삼-이회창-노무현-고건이 연상됩니다. 물론, 김영삼과 이회창의 극단적인 관계는 1997년 대선이고, 노무현과 고건이 등장한 것은 2007년 대선이지요. 10년이라는 세월의 격차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가 보이고 있는 우월감과 폐쇄성이 마치 97년의 YS계와 비슷하고, 문재인이 친노무현 비타협 노선을 계승하고 있고 장외에 반기문이라는 여당인지 야당인지 아리송한 후보가 있는 것이 2007년과 비슷합니다.


제가 장황하게 굳이 10년의 간격까지 무시하면서 인물을 비교하는 이유는, 그것이 앞으로 벌어질 시나리오를 전망하는 데에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지금까지 치러진 6번의 대통령선거 중 언제나 승자는 통합하는 쪽이었고 패자는 분열했습니다. 다시 말해 적어도 여당과 야당 중 어느 한 쪽은 통합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죠. 그런데 박근혜에게서 김영삼의 향기가 나고, 문재인에게서 노무현의 향기가 난다는 것은 1997년의 보수분열과 2007년의 진보분열이 같은 선거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분열 대 분열 구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인 거죠.


먼저 여당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보건데 친박계는 과거 YS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에 이어 ‘오픈 프라이머리 백지화’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김무성 대표를 압박하는 모습이 독선/분열/패쇄의 3가지 키워드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치-선거-국정운영 모두 자신들만이 최고이고 지고지선이라는 생각에서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러한 기질을 너무도 잘 알기에 김무성 대표가 다른 모든 것을 다 참고 양보하면서도 오픈프라이머리 만큼은 사수하는 노선을 가고 있는 겁니다. 이번 문재인과의 합의가 그렇지요.


그런데 지난번 유승민 찍어내기와 달리 오픈프라이머리를 놓고 벌이는 이번 전투는 그렇게 생각만큼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말로는 ‘상향식 공천’이라고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엄청 짧고, 오직 1등만 살아남는 소선거구제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지도와 활동성이 떨어지는 정치신인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돌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제도가 역설적으로 현역 국회의원에게 엄청난 프리미엄과 어드밴티지를 부여하게 되는 거죠. 이 점을 김무성 대표가 너무도 잘 알기에 명분과 실리를 모두 거머쥐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부르짖고 있는 겁니다. 150여 명의 현역 국회의원 중 30여 명 친박계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포섭하기 위함이죠.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했지만 야권의 386과 여권의 소장파가 어떻게 정치에 입문했는지. 김문수-홍준표-안상수-이재오-이명박 등은 YS가 전략공천으로 발탁했고, 남경필-원희룡-정병국-임태희-권영세 등은 이회창이 전략공천으로 발탁했습니다. 신계륜-김민석-임종석-우상호-이인영 등 386 의원들도 모두 DJ의 전략공천으로 정계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만일 그 시절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했더라면 과연 이들 무명의 정치신인들이 공천장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요? 지금 여권에서는 친박계가 오픈프라이머리에 반대하고 있고, 야권에서는 비노 비주류가 오픈프라이머리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게 다 이런 이유 때문이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총선만 놓고 보면 박근혜와 김무성 간 대결에서 김무성이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선까지 염두에 놓고 따져보면 도리어 김무성이 불리합니다. 왜냐하면 친박은 총선 패배 이후에도 살 길이 있지만 김무성은 총선 패배 이후에는 생존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혹 김무성이 끝내 오픈프라이머리를 관철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할지라도 이에 불복한 친박 무소속 후보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일사불란한 지휘와 암묵적 지원 하에 상당수 선거구에 제3의 후보로 출마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무리 새누리당이라 할지라도 적지 않은 고정표를 갖고 있는 박근혜 지지세력을 등지면서 선거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왜 친박은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요?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이들을 잃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총선 패배를 빌미로 김무성을 아웃시키기만 하면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대거 입성이 가능하니 잠시만 기다리면 되죠.


결론적으로, 반기문까지 등장시키면서 “분열로 인한 총선패배”공포를 심어주는 친박세력에 맞서 김무성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마지막까지 단일 대오를 유지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지난번 유승민 파동을 떠올려보면 그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바로 거기에 김무성의 고민이 있고, 그러다 보니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움켜 쥐고 명분을 잡는 수밖에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의외로 총선의 향방은 박근혜도 김무성도 아닌 검찰이 쥐고 있다는 그럴 듯한 이야기가 여의도에서 흘러 나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굳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황교안 총리 카드를 밀어붙인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는군요. 총선까지 어느 쪽이 도덕성의 우위를 갖고 가느냐의 싸움으로 압축됩니다.


이제 야권으로 가보겠습니다. 문재인과 친노세력이 끝까지 야권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이면에는 “어쩌면 어부지리로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박근혜와 김무성이 단일 대오를 형성하기 어렵다고 보고 그 과정에서 갈등과 분열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그러니 여권과 야권이 똑같이 분열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결국 어느 쪽의 원심력이 더 크냐는 싸움이 되는데 그 구도에서는 한번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세력구도가 팽팽한 새누리당과 달리 친노와 비노 싸움에서는 자신들에게 무게 중심이 월등하게 크다고 자신하고 있는 거지요. 재보선처럼 몇몇 지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싸움에서는 패배할 수 있지만, 총선처럼 전국단위로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비노의 조직력과 통솔력이 자신들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보는 겁니다.





이번 김무성-문재인 회동을 한번 살펴보죠. 사실 문재인이 단칼에 김무성의 회동을 거절했다면 승부는 매우 싱거워졌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문재인은 김무성의 제안을 통 크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것이 당내에서 또 다른 갈등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렇게 했습니다. 김무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도리어 새누리당 내 갈등과 분열의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유승민 파동처럼 김무성이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에게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퇴출되어버리면 그야말로 내년 총선은 해보나마나의 싸움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김무성이 요청한 SOS에 흔쾌히 응해준 것이죠. 누이 좋고 매부 좋고!죠.


이제 야권 신당으로 가봅니다. 기본적으로, 현재까지의 그림만 놓고 보면 야권 신당은 동력을 가져가기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천정배-박주선-박준영-정동영-김민석 등이 모두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기득권을 누렸던 사람들이기에 참신성과 개혁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적어도 여기에 안철수급 혹은 박원순급의 정치인이 붙어줘야만 가능한데 현재로서는 그 인물과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문재인과 친노세력의 판단대로 향후 여권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놓고 갈등과 분열의 양상으로 치닫는다고 봤을 때에 굳이 이 시점에서 신당에 합류하기 보다는 문재인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가져가면서 추이를 살피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이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변수는 있습니다. 정말로 박원순과 안철수가 의기투합하여 천정배-정동영-박주선 등과 야권신당에 전격 합류한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과연 박원순과 안철수에게 그 정도의 용기와 배포가 있는지 저 개인적으로는 의구심이 많이 듭니다. 더욱이 천정배-정동영-박주선-박준여-김민석이 단일대오를 형성하여 가장 낮은 자세로 박원순과 안철수에게 모든 것을 다 내주겠다는 각오로 삼고초려를 할 수 있을지도 역시 의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여당의 야당의 갈등과 분열의 추이를 눈치 보고, 야당은 여당의 갈등과 분열 양상을 살펴보는, 대단히 황당하고도 역동적인(?) 상황이 내년 총선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시나리오지요.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여권의 칼자루와 야권의 칼자루를 독선/폐쇄/분열의 3가지 키워드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친박계와 친노계가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여권 지지자들, 문재인을 야당 대표로 선출한 야권 지지자들 모두 크게 반성해야 합니다. 정치를 이런 개싸움으로 만들어버린 원인을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거죠. 저 개인적으로도 요즘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치가 비호감이고 극혐이라 할지라도 결국 우리의 무관심과 무책임이 상황을 이 지경까지 몰고 간 것이지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정말 정신 똑바로 차려야죠.


그런 의미에서 반기문이라는 인물은 우리 사회의 하나의 허상에 불과합니다. 박찬종도, 정몽준도, 고건도 이루지 못한 꿈을 과연 75세(대통령 취임시)의 반기문이 이룰 수 있을까요? 그런 허무맹랑한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애시당초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오르지도 못했을 겁니다.



<출처 :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871&table=byple_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