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칼럼> 가을, 그리움의 계절

irene777 2015. 10. 5. 23:46



가을, 그리움의 계절


진실의길  정운현 칼럼


- 2015년 10월 5일 -






창밖의 가을바람 소슬하고 들녘의 이파리들은 시들어만 갑니다. 청춘의 날은 가고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만 깊어가는 계절, 누군가가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근년에 펴낸 졸저 <정(情)이란 무엇인가>의 한 대목을 따와 녹여봅니다. 황진이, 매창, 이옥봉 세 여류시인의 그리움의 정수를 한번 느껴보십시오.


정인(情人)을 그리워하며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탄식한 조선조 기생들의 정한(情恨)은 그리움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조선조 최고의 여류시인으로 꼽히는 기생 황진이(黃眞伊, 1516~?)의 그리움은 어떤 ‘그림’이었을까?




상사몽(相思夢) - 꿈속의 그리움


相思相見只憑夢 

儂訪歡時歡訪儂 

願使遙遙他夜夢 

一時同作路中逢




그립고 보고파도 꿈길밖에 만날 길 없으니 

내가 님 찾아 나설 때 님도 날 찾아 나서네 

원컨대 다른 밤 꿈에 서로 님 찾아 나설 때는 

같은 시각에 출발해 중간에서 만날 수 있기를


시기(詩妓) 가운데 황진이가 한글시로 이름을 날렸다면 매창은 한시로 이름을 날렸다고 할 수 있다. 전북 부안 출신의 기생 이매창(李梅窓, 별명 癸娘, 1573~1610)은 18세에 28세 연상의 촌은(村隱) 유희경(劉希慶, 1545~1636)을 만나 평생을 정인으로 지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집이 서울이었던 촌은은 매창을 만난 지 2년 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가고 말았다. 부안에 홀로 남은 매창은 서울로 떠난 촌은을 정인으로 두고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정을 쌓은 후 재회하기까지 무려 15년이 걸렸다. 이팔청춘에 만났던 매창은 어느새 삼십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금환(金環) - 금가락지


相思都在不言裏 

一夜心懷鬢半絲 

欲知是妾相思苦 

須試金環減舊圍




차마 말은 못했어도 너무도 그리워 

하룻밤 맘고생에 귀밑머리 다 희었네 

제 맘고생이 어떤지 알고 싶으시다면 

헐거워진 이 금가락지 좀 보시구려


그리움에 지친 오랜 세월은 몸도 마음도 상하게 한다. 맘고생이 얼마나 심했으면 귀밑머리가 다 희어지고 딱 맞던 반지가 헐거워졌다고 했겠는가. 정인을 그리다 맘고생을 한 나머지 그 피폐해진 육신을 이보다도 더 애절하게 빗댈 수 있을까.


황진이, 매창 등 기생 이외에도 조선조에는 뛰어난 여류시인이 많았다. 그들 중 둘만 꼽으라면 허난설헌과 이옥봉(李玉峰, 1550~?)을 들 수 있다. 이옥봉, 그녀의 그리움은 또 어떤 모습일까?




몽혼(夢魂) - 꿈속의 사랑


近來安否問如何 

月到紗窓妾恨多 

若使夢魂行有跡 

門前石路半成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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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wh_jung&uid=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