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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열, 전방입소… 그런 사회가 도래할까 두렵다

irene777 2015. 10. 26. 21:34



검열, 전방입소… 그런 사회가 도래할까 두렵다

‘그까짓 교과서’국정화 해보면 어떠냐고? 기본의 양보는 안 돼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KPCC) 소장


- 진실의길  2015년 10월 20일 -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누리는 것들의 상당수가 사실은 피와 눈물의 투쟁의 결과입니다.





30년 전에는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없었고, 그들이 허가하는 어용정당 말고는 정당을 만들 수도 없었습니다. 1985년 김영삼과 김대중이 손잡고 신민당을 만들려고 할 때에도 집권세력의 방해공작으로 인해 총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전광석화 군사작전처럼 창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겨우 야당다운 야당을 만들었지만 원내 제1당에게 비례대표 정원의 절반을 주도록 되어있는 황당한 헌법 때문에 겨우 개헌저지선(1/3)을 넘기는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까지도 영화는 물론 가요와 서적까지도 엄격한 사전 검열을 받았고, 그들이 불편해하는 내용이 담겨있으면 세상의 빛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더 나아가 모든 음반에 건전가요(아~ 대한민국, 어허~야 둥기 둥기, 섬 집 아이 등)가 최소 한 곡 이상 들어가야만 심의를 통과시켜줬습니다. 일명 건전가요라고 하지요. 그리고 모든 극장에서는 대통령과 영부인의 치적을 홍보하는 대한뉴스를 영화 상영에 앞서 틀어야만 했습니다. 그게 불과 20여 년 전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러한 규제가 유지되었다면 한류는 단언컨데 없습니다.)


대학교에서도 5명 이상만 모일 조짐이 나타나면 살기를 띈 눈빛을 한 사람들이 다가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내가 재학 중인 학교에 내가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교문 앞에서 일주일에 2~3회는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받아 가방을 모두 뒤집어엎으며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제 가방을 뒤지던 경찰이 막스 베버와 칼 마르크스를 혼동, 제가 불온서적을 본다며 경찰서로 끌고 간 황당한 경우도 있었지요.




▲ 고등학생들도 교련이란 이름으로 총들고 훈련을 받았다.



대학 1학년이면 의무적으로 문무대에 들어가 군사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더 나아가 대학 2학년이 되어서는 아예 2주간 전방에 입소하여 군인정신을 주입받아야 했습니다. 교육과 입소를 거부하면 필수과목인 교련이 F학점 처리되어 졸업을 안 시켜주는 불이익을 줬습니다.


1986년에는 전방입소를 거부하며 두 명의 서울대생이 분신자살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서클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을 주면서 자신들이 불온 서클로 지목한 곳에 대해서는 시도 때도 없이 압수수색과 검문을 하며 쑥대밭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서 불온서적 한권이라도 나오면 모두 다 잡아갔지요. 어둠이 밝음을 지배하던 시대였습니다.


정당 설립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이 모두 피와 눈물의 투쟁으로 쟁취된 것임을 저는 똑똑히 기억합니다. 역사교과서 검정 제도도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함으로써 얻어낸 역사적 투쟁의 산물입니다. 그렇게 얻어낸 소중한 민주주의를 함부로 다루면 절대 안 됩니다. 물론, 보편적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불쾌하거나 불편해하는 내용을 가진 단체가 있을 수도 있고, 표현이 있을 수도 있고, 집회나 언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때려잡겠다는 명분 때문에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는 없지요.


제가 여러 차례 글로 언급했듯이 민주주의는 사회적 관용이 전제될 때 숨을 쉴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불편하고 불쾌하더라도 그것을 감수하고 기다리면서 그들이 민주주의 체제 내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5,000만 국민의 생각이 결코 하나로 모아질 수 없으며, 비록 나와 생각이 다르다 할지라도 그들의 생각 역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고 역사 교과서 내의 특정 내용이 불편하다고 해서 그것을 강제적으로 획일화하겠다는 것은 새벽에 닭이 우는 것이 시끄럽다며 목을 비틀어 죽이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혹자는 그까짓 교과서 한 권 국정화하는 것이 뭐가 대수냐며 일단 한 번 해보고 나서 평가하자고 합니다. 그렇게 하나 둘씩 다양성이 획일화로 대체되고, 민주주의 제도가 슬그머니 사라지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역사가 수십 년 전으로 후퇴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 시대의 아픔을 다시 반복하게 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절박한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대한 역사적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처럼 분노, 비상식 그리고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결국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출처 :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878&table=byple_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