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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행훈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앞이 잘 안 보인다

irene777 2015. 11. 17. 04:41



[장행훈 칼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앞이 잘 안 보인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015년 11월 12일 -





▲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오늘(12일)로 박근혜 정권이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지 꼭 한 달이 됐다. 국정화에 대한 반대여론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 국정화 계획이 여기저기서 차질을 빚고 잡음이 그치지 않는다. 역사학자와 역사 교사들이 집단으로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해 집필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렵게 구한 원로 집필자인 서울대 최몽룡 명예교수가 취재하러 온 여기자에게 성추행을 한 스캔들로 집필진에서 사퇴하는 불상사가 일어나 필요한 집필자를 구하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아직 확정고시를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반대의견 상승세를 늦추는 여론조작, 국정화 지지를 확대하는 선전, 이에 필요한 기획기사와 칼럼기고, 방송 패널 섭외 등 국정화 지원업무를 추진하는 TF팀을 은밀히 조직해 청와대와 비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음모의 냄새를 풍겼다. 스스로 국정화가 뭔가 떳떳치 못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 감추려는 것이 너무 많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었나?


특히 눈에 띄는 것이 해외 반응이다. 중동의 알자지라 통신을 포함해서 전 세계 주요 통신 신문 방송이 박근혜 정부의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보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국정화를 지지한 보도는 하나도 없다. 이해가 안 되는 잘못된 결정이라며 철회하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들이 눈에 띈다.


이해할 수 없는 조치를 취한 데는 정치적 동기가 있었을 것 같다. 그것은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발전을 부각시키는 반면 고문과 탄압을 자행한 그의 잔인한 독재와 탄압에 대한 비판을 완화해 보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체제 그대로 놔 두었더라면 아무 일 없었을 것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 됐다.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다룬 <미국의 소리>의 기사 (사진 출처 = http://www.voanews.com)

http://www.voanews.com/content/south-korea-accurate-history-textbook-mandate-stirs-controversy/3005216.html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박정권의 보수 지지자들이 일부 역사 교과서가 이념적으로 편향돼 북한 공산주의 정권보다 남한 독재정권의 과거사에 더 비판적이라고 비난한 것을 국정화 이유로 들었다. 그래서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는 이름으로 2017년 발행될 새 교과서는 정부가 지명한 역사 교사와 학자들로 구성된 필진에 의해 써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 교사들이 집필을 거부하는데 어디서 필자를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국정교과서이기 때문에 국가가 정한 방침대로 써 내면 될 것이니 우수한 필자가 굳이 필요하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세계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룬 한국의 자랑스런 역사”를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화의 동기를 내비친 발언이다. 우리가 모두 짐작했던 대로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역사 교과서 내용을 정부가 결정하는 국정으로 한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가 바뀌게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것도 보도됐다. 국정화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권교체가 더 중요하고 더 시급하다는 말이 되겠다. 유권자들에게 국정화 문제 해법을 가장 쉽게 이해시키는 설명일 것 같다.


역사 교과서 내용은 대통령의 가족사와도 관계가 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많은 반대자들이 국정화가 박 대통령 가족사의 부정적인 내용을 제거하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려는 정치적인 동기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문제의 핵심을 찌른 것이다. 방송은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는 2차 대전 중 일본군 장교로 복무했고 196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다음 1979년 암살될 때까지 급속한 경제발전을 주도했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고문하고 광범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의 소리>는 보수주의 비판자들이 현 교과서가 남한의 부정적인 과거사를 너무 부각시키고 있는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한국전을 도발한 책임을 분명하게 지적하지 않고 민족자주를 강조하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칭찬하기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이런 보수주의자들의 비판에 대해 역사진실정의연구소의 박한용 연구원은 “우리는 검정교과서가 북한을 칭찬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교과서는 북한을 비판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왜 현재의 교과서가 좌편향됐다고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고 <미국의 소리>는 전했다.


또한 <미국의 소리>는 국정화 비판자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일본 교과서 논쟁의 재판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아베정부가 승인한 역사 교과서에 대해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이 한국인에게 저지른 만행을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한 사실을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 지침은 위선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 양쪽은 대단히 유사한 점이 있다”고 말한 것을 소개했다. 


한편 호주의 <ABC>방송은 야당 정치인들과 대학생들이 박근혜정부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는 호주 국립대학 전략 방위연구센터의 방문연구원인 에마 캠벨 박사의 이야기로 국정화 반응을 전했다. 캠벨 박사는 국정화 조치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고 실망스러웠으며 북한과 같은 극소수의 국가에서 나 볼 수 있는 탄압정책이 한국에 도입되는데 실망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캠벨 박사 역시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지 통제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한국의 국내 정치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현 정부는 우익이며 그 지도자인 현 대통령은 박근혜다. 그는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다. 그녀의 당과 현 정부는 1987년까지 집권했던 이전의 독재정권과 유대관계가 있다. 그래서 역사에서 그들의 역할과 그들 정당의 역할을 더 긍적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역사의 서술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캠벨 박사는 국정화 반대운동이 야당의 인기를 부추기고 이미 인기가 없는 정부에 대한 분노를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야당의 반응에 정권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정권이 단일 교과서를 만들려는 결정을 재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학자인 마이클 던은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교과서 논쟁을 가진 유일한 국가는 아니다. 미국과 영국 같은 서방 국가에서도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 내용을 놓고 보수와 진보 사이에 논쟁이 벌어진다. 그러나 국가는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이클 던이 경고한 대로 “역사를 검열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만들겠다는 단 하나의 “올바른 역사 교과서”는 집권자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교과서를 다수가 따를 때만 가능한 일이다.


한마디로 역사를 검열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결론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위에서 강요하는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위험한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장행훈 (바오로) - 언론인. 파리 제1대학 정치학 박사,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초대 신문발전위원장, 현 언론광장 공동대표



<출처 :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