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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황 닮아야 할 추기경, 대통령을 닮다

irene777 2014. 8. 29. 05:04



교황 닮아야 할 추기경, 대통령을 닮다

진실 양보하라는 추기경, 경제로 세월호 뭉개려는 대통령


진실의길  육근성 칼럼

- 2014년 8월 28일 -






방한 내내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족들을 보듬으며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다녔다.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인간적 고통 앞에서는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답했다.



유족 편에 섰던 교황, 하지만 추기경은...


교황은 세월호 국면 전환을 꾀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진상규명을 바라는 힘없는 유족들 편에 섰다. 편지와 십자가, 진도 바닷물 등 유족들이 건네준 물건들도 “희생자와 유족들을 잊지 않겠다”며 모두 바티칸 집무실로 가져갔다.


교황이 돌아간 지 일주일 만에 한국 천주교를 대표하는 염수정 추기경이 입을 열었다. 교황 방한이 잘 마무리된 것에 대해 국민에게 감사하는 자리였다. 교황의 4박 5일 행적을 말하던 중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 얘기도 나왔다.


염 추기경은 “아픔을 해결할 때 그 아픔을 이용해선 안 된다”며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다면서 자기가 그걸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우리의 힘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제한 뒤 “유가족들도 어느 선에서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치 현안에 대한 성직자의 역할과 관련해 “예수님이 ‘하나님 것은 하나님에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정치적 논리에 빠져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세월호 본질에 충실했던 교황, 언저리에 편중된 추기경


놀랍다. 세월호 참사와 유족들을 바라보는 추기경의 시각이 교황과는 딴판이다. 같은 교단에서 동일한 하나님을 섬기는 성직자인데 어떻게 정반대 시각을 가질 수 있을까.


추기경은 세월호 참사와 연관된 언행을 정치관여로 볼뿐더러 유족의 고통과 함께 하는 것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보다는 언저리에 편중된 시각이다. ‘이용’ ‘힘’ ‘에너지’ ‘어느 선’ ‘양보’ 등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만 봐도 세속적이다.


반면 교황은 진실규명과 유족들의 고통이라는 본질에 충실했다. 4박 5일 동안 그렇게 말하고 그런 행보를 보였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교황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진실’ ‘아픔’ ‘고통’ ‘사랑’ ‘기도’ 등이었다. 이렇게 본질에 충실한 것이 종교적 양심이다.


유족의 고통과 아픔에 동참하는 행위가 유족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유족의 고통과 절규를 외면하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다.



교황 떠나자 대통령 편에 선 추기경


또 그는 세월호 때문에 우리 사회의 힘과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고 봤다. 누가 낭비를 조장하나. 추기경 발언을 관통하는 맥락에서 보면 낭비를 조장하는 이들은 농성 중인 유족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야당이 된다. 대통령과 여당은 절대 아니다.


추기경의 생각이 틀렸다. 낭비를 조장하는 쪽을 잘못 가리켰다. 세월호 진상규명이 두려워 어떻게든 은폐하며 시간을 끌려고 하는 대통령과 그 측근들, 그리고 여당과 비리와 이권으로 연결된 기득권층이지 유족과 시민단체가 아니다.


유족들이 양보해야 한단다. 최고위 성직자로서 아파하는 유족들을 위로하지는 못할지언정 저들의 가슴에 또 대못을 박으려 한다. 참사 넉 달이 지나도록 밝혀진 게 없다. 진상 규명에 필요한 것들 모두 은폐돼 있거나 조작돼 있다. 진상규명이 전혀 안 돼 있는 상태인데 양보를 하라니.





진실 양보하고 거짓 붙들어라? 이게 성직자가 할 말인가


무엇을 양보하란 말인가. 진상규명을 간절히 바라는 유족들이다. 이들이 양보할 건 ‘진실’ 뿐이 없다. 추기경의 발언은 세월호 참사를 그냥 덮고 넘어가자는 망발이나 다름없다. 자식의 생명까지 잃은 사람들에게 뭘 더 양보하라고 헛소리를 하는 건가.


진실을 양보하고 거짓을 붙들고 살아라, 정의를 포기하고 불의와 손잡아라. 이건가? 어떻게 성직자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나.


누구와 닮았다. 염 추기경과 박 대통령. 적어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완전 닮은꼴이다. 면담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를 벌이고 있는 유족들을 청와대 문밖에 방치한 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박 대통령은 국회를 탓하며 목청을 높였다.


“의회민주주의는 개인과 정당을 뛰어넘어 모든 국민을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의료 민영화 등 경제 관련 법안을 빨리 처리해 달라는 통첩이다. 세월호와 관련된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건 무조건 옳지만 남의 얘기는 듣기 싫다는 오만이다.





교황 닮아야 할 추기경, 박근혜를 닮았다


‘개인과 정당’ 그리고 ‘국민’을 구별해 말한다. 그러면서 ‘개인과 정당’을 ‘뛰어넘을’ 대상으로 규정했다. 개인은 누구고 정당은 어디를 가리키는 말일까. 박 대통령이 뛰어넘고 싶은 건 세월호 국면이다. 그렇다면 개인은 세월호 유족을, 정당은 새정치연합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맞을 것이다.


‘개인과 정당’을 뛰어넘어야 국민이 있단다. 진상규명을 외치는 유족과 야당을 제외한 게 국민이라는 말인가. 진상을 덮고 가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내편’만 국민으로 치겠다는 대통령이다. 출신이 독재정권 퍼스트레이디니 어쩌겠나.


진실을 주장하는 유족을 향해 ‘양보하라’고 말하는 추기경과, 진상규명 요구를 뛰어넘어야 할 대상이라고 보는 대통령. 둘은 꼭 닮았다. 진상을 덮고 진실을 포기하자고 주장하니 말이다.


교황을 닮아야 할 추기경이 대통령을 닮으려 한다. ‘세월호 정치’ 속에 뛰어든 추기경, 이러고도 정교분리를 외치나. 천주교까지 정치에 기대려는 이유가 뭘까.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c_aujourdhui&uid=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