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칼럼> 선장 없는 세월호, 대통령 없는 대한민국

irene777 2014. 8. 30. 14:07



선장 없는 세월호, 대통령 없는 대한민국

최종회피자 된 최종책임자, 유족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려나


진실의길  육근성 칼럼

- 2014년 8월 29일 -






스스로 세월호 참사 최종책임자라고 공언했던 대한민국 대통령. 이미 세월호 현장을 떠났다. 딸을 잃은 아버지가 왜 약속한대로 특별법 제정이 안 되는 거냐며 최종책임자를 만나겠다고 46일 동안 단식해도 대통령은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집권여당의 실질적 대표, ‘여야 합의’ 변명 뒤에 숨다


“언제든지 찾아오라”며 국회가 특별법 제정할 때 “유족 마음 잘 반영되도록 협조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유족들이 면담을 요청하며 밤샘 농성을 해도 눈 한번 꿈적이지 않는다.


수사권과 기소권 등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세월호법으로는 진상규명은커녕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권력층과 기득권층의 계략을 꺾을 수 없을 게 분명하다며 4월 16일 그날의 진실을 밝혀 낼 수 있는 법 제정에 나서달라고 최종책임자를 향해 아무리 소리쳐 봐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여야가 합의해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일 아니다”라는 가증스러운 변명을 앞세워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최종책임자. 그는 집권 여당의 실권자다. 그의 말 한마디면 당 대표도 순종할 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실질적인 여당 대표다. 그런 그가 여당 뒤에 숨어 ‘여야 합의’ 운운한다.





대통령이 고개 한번 끄덕이면 유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은 당장에도 가능할 것이다. 참사의 최종책임자가 진상규명에 필요한 특별법 제정을 막고 있는 셈이다. 최종책임자가 아니라 최종회피자가 돼 버렸다.



첫걸음부터 방향 틀고 분열 조장한 청와대


참사 직후 엄청난 인파가 줄지어 분향소를 찾았고,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국민의 마음이 하나가 됐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처음이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민이 공감하는 향후 대책 등이 이뤄진다면 참사를 계기로 국민적 에너지가 모아져 우리 사회의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첫걸음부터 방향이 틀어졌다. 청와대와 여당은 ‘세월호 사건’을 ‘유병언과 구원파 사건’으로 변질시키더니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 빠진 세월호법을 만들려고 했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선행되지 않고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유족들이 수사권과 기소권 요구를 계속하자 이를 호도할 방도를 찾는다. 청와대가 먼저 나서 분열을 조장했다. 유족들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자 청와대는 “순수 유가족만 면담하겠다”고 했고, 일부 여당 의원들은 청와대를 두둔하며 “북괴의 지령을 받고 정부를 비판한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야당은 정치력 부재를 드러냈을 뿐이다.






유족 편에 서야 할 정부가 유족과 맞서다니


이러면서 세월호 참사는 사회적 갈등으로 번졌다. 국가적 비극을 앞에 두고 내편 네편으로 나뉜 치열한 싸움이 전개된 것이다. 유족 편과 정부 편으로 진영이 나뉘어 대립하기 시작했다.


황당한 일이다. 유족에게 사죄하고 유족 편에서 아픔을 위로해야 할 정부가 되레 유족과 맞서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참 못난 정부다.


유족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려는 조직적 움직임도 감지된다. “유족들이 시체 장사를 한다” “유족들은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종북세력” “유족들이 노리는 건 진상규명이 아니라 배상금” 등등 SNS에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표현과 욕설로 넘쳐난다.




<유족과 시민들의 단식 농성 조롱하기 위한 '폭식투쟁' 포스터. 

단식하는 유족들을 '네크로필리아'(시체 애착증 환자'라고 비아냥댔다.>




<SNS에 떠도는 유족 조롱 글과 사진 중 하나>



화합과 공감의 기회가 참사 140일이 지나며 적개심과 분열의 싸움터가 돼 버렸다. 회피하려는 여당과 여당을 공격하는 야당, 이들의 정략적 대립으로 정치프레임에 갇히고 만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문제 해결능력이 없는 여야의 수중에 들면서 두 번째 침몰 당하는 형국이다.




유족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려는 음모


정부를 옹호하는 어버이연합은 일간지에 “세월호 특별법은 평생 노후보장 특별법”이라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유민 아빠의 단식에 대해 “황제 단식” “그냥 단식하다 죽으라”는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정부 편에 서있는 어떤 단체는 유족과 시민들의 릴레이 단식을 조롱하며 농성장 앞에서 ‘폭식투쟁’을 벌이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유족들을 비방하거나 경력과 출신지역을 들먹이는 신상털기도 자행된다. 일부 유족들은 경찰과 정보기관으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단식을 조롱하기 위해 '유민 아빠' SNS 계정에 올린 글과 사진>



유족 편과 정부 편으로 반반 나뉘어 극심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건만 최종책임자는 세월호 현장에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세월호와 관련된 어떤 요구에도 무반응이다.


이제 최종책임자는 최종회피자가 돼 세월호 현장과 완전히 동떨어진 곳만 찾아다닌다. 영화 ‘명량’을 보고, 대학로에서 뮤지컬 공연을 관람했다. 부산 자갈치 시장을 방문해 손을 흔들어 연호에 답하고, 수해 지역을 찾아 피해 주민의 손을 잡아 주었다.







최종회피자 돼버린 최종책임자


하지만 만나달라며 넘어지면 코 닿을 데에서 수일 째 밤샘을 하고 있는 유족들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수사권과 기소권 얘기는 당최 듣기 싫다는 투다. 여당은 유족에게 양보하라며 왜 못 믿느냐고 소리친다. 웃긴다. 불신이 극심한 상황인데 무조건 믿어달라니.


최종회피자가 돼버린 최종책임자는 탑승객을 배에 둔 채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을 향해 ‘살인마’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랬던 사람이 유족을 외면한 채 세월호 현장에서 먼저 이탈해 버렸다. 세월호 선장을 배를 버렸고, 대한민국 최종책임자는 유족과 진상규명을 바라는 국민을 버렸다.


세월호 현장에 대통령이 없다. 대한민국이 둘로 나뉘어 극한의 대립을 하고 있는 현장에 최종책임자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선장 없는 세월호처럼 대통령 없는 대한민국이 돼 간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