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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손호철 - 안철수 대표님께

irene777 2016. 3. 8. 18:50



[기고]


안철수 대표님께


- 경향신문  20163월 7일 -





▲ 손호철

서강대 교수 (정치학)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님, 얼마나 바쁘십니까. 이렇게 펜을 든 것은 야권통합과 연대에 대한 안 대표님의 입장에 대해 고언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은 더민주가 제안한 야권통합은 “양당체제를 유지하고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하책”이며 국민의당의 “분명한 목표는 기득권 양당체제를 깨는 것”이고 “공식적이고 확고한 입장은 수도권연대가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맞습니다. 양당의 공생적 기득권체제가 한국정치에 끼친 폐해는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기에, 안 대표님의 문제의식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한 예만 들어보겠습니다. 표의 등가성을 지나치게 해치는 선거제도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사표를 줄이기 위해 비례대표를 늘리는 독일식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선거관리위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양당은 야합해 오히려 비례대표를 줄이는 개악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안 대표님이 주장하듯이 당체제를 깨기 위해 수도권 연대까지도 거부하는 독자노선이 과연 당신이 생각하는 ‘3당경쟁체제’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착각입니다. 당신의 독자노선이 오는 총선에서 양당체제를 깰 것이라는 주장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를 대신할 것은 3당경쟁체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야권분열로 새누리당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는, 잘못하면 새누리당이 개헌의석을 차지하는, 새누리당 ‘일당지배체제’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당신이 바라는 것인가요? 양당제라고 하지만 현재는 새누리당 55에 더민주 45의 기울어진 양당체제입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정의당과 같은 진보정당은 일단 빼고, 의석비율을 새누리 67, 더민주 19, 국민의당 14로 만드는 것이 양당체제 타파인가요? 새누리당이 압도적 의석, 개헌의석을 차지하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나머지를 엇비슷하게 나누어 가지면 3당경쟁체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것은 새누리당이 야당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는 일당지배체제입니다.


당신은 더민주의 연대제의도 거절하며 이는 기득권 양당체제를 깨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만, 당신이 바로 기득권 양당체제라고 비판한 새누리는 기이하게도 더민주의 연대제의를 맹비판하고 당신의 독자노선에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왜 그런다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당신의 독자노선 결과는 3당경쟁체제가 아니라 새누리당의 일당지배체제입니다. 며칠 전 광주·전남지역 재야원로들이 야당세력들은 오는 총선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순천을 제외한 호남에서는 자유경쟁을 보장하고 비호남에서는 연대를 하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입장이 정답입니다.


하나 더 지적하고자 합니다. 기득권 양당체제를 깨려면 이념적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경제는 더민주, 안보는 새누리’와 같은 짬뽕형 제3당을 만드는 방식을 택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정의당, 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들을 강화해 진정한 다당제로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정책경쟁이 가능합니다.


일각에서는 당신이 새누리당의 총선압승 가능성에도 독자노선을 고집하는 이유가 대통령 선거 때문이라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동안 보여준 공익적 리더십이나 지난 서울시장 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보여준 양보의 자세를 볼 때, 당신이 개인적 욕심 때문에 우리의 미래를 망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오는 총선에서 독자노선을 고집해 새누리당 일당지배체제가 온다면 당신은 야권지지자들로부터 그 같은 결과에 대한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고 당신의 대통령 꿈은 날아가 버릴 것입니다. 아니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서의 기회는 남아있을지 모릅니다. 당신이 한국정치의 백신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일당지배체제의 악성바이러스가 될 것인가? 현명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3072059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