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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한종 - 사회 쟁점을 판단하는 2가지 기준

irene777 2016. 4. 24. 01:33



[정동칼럼]


사회 쟁점을 판단하는 2가지 기준


- 경향신문  2016년 4월 19일 -





▲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역사교육학과)



4·13 총선이 끝나자 제19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측과는 달리 여야는 비교적 무난하게 회의 개최에 합의했다. ‘최악의 국회’라고 비판을 받는 제19대 국회의 마지막 회의라는 부담감이 작용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이번 국회에서 다룰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 중에는 중요한 것들이 적지 않다. 노동4법, 세월호특별법, 테러방지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여야나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의견차가 컸던 쟁점 법안들이 논의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대다수 국민의 일상생활이나 복지와도 직접 관련이 있다.


이런 법안들의 처리 문제를 보도하는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것이 여야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기사이다. 총선 이전에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했는데, 선거 후에는 오히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정을 주장한다는 기사가 대표적이다. 기사를 읽다 보면 정당들이 일관된 원칙 없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이나 유불리에 따라 주장을 이리저리 바꾸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선거가 끝나고 ‘통치’가 아니라 ‘협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것이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반영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나 정부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반대나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치를 해야 한다는 요구이다. 그렇지만 ‘협치’가 무조건 타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차는 존재할 수 있다. 정부나 정당들 간에도 관점이나 철학의 차이가 있다. 이를 무조건 타협하라고 요구하는 것보다는, 어느 편의 주장이 바람직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지 평가하고 힘을 보태는 편이 낫다.


선거는 민주사회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이번 선거도 이를 입증했다. 대의정치는 그런 민주주의 효율성에서 나왔다. 그렇지만 효율적인 수단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참여민주주의가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 때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국민이 지속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여론의 형성과 이를 통한 정치적 압력은 하나의 유력한 방법이다. 그런 사례로 이번 임시국회 개최가 선거를 전후해서 나온 사회적 쟁점들과 법안들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평가와 판단의 기준은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이다. 1년으로 되어 있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임기를 법 시행일부터로 봐야 하는지, 실제 활동이 시작된 사무처 구성부터로 봐야 하는지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세월호 인양 이후까지로 하는 것과 그 이전에 끝내는 것 중 어느 편이 특별법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정치적 대립의 강조가 아니라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 능력은 사고의 경험과 훈련에서 나온다. 장래 사회구성원을 기르는 학교 교육이 사고교육이 돼야 하는 이유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20대 국회가 열리면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결의 추진’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더민주는 이미 작년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고 몰아붙이면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주장했지만, 국민들의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인 것이 이번 선거에서 패한 이유 중 하나라는 평가도 나올 정도이다. 여기에는 국정교과서가 정권의 홍보, 독재와 친일을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한몫을 했다.


그렇지만 정권의 홍보나 독재와 친일 미화와 상관없이 궁극적으로 국정교과서가 가지는 문제는 사고의 기회를 제한한다는 점이다. 역사를 비롯한 인문사회과목의 공부를 하는 기본적 목적은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인문사회교육은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사고경험을 제공한다. 국정교과서가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사고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고, 사고 결과를 주입시키는 데 있다. 이는 우리 사회와 학교 교육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보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선거의 결과가 정치권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의 결과를 지속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그리고 사회적 쟁점에 대한 논의들이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단서가 될 것이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4192057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