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칼럼> 류웅재 - 정말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

irene777 2016. 5. 4. 18:01



[시론]


정말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


- 경향신문  2016년 5월 2일 -





▲ 류웅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총선이 끝난 지도 꽤 되었으니 차분한 마음으로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경제인가? 혹은 정치, 아니면 문화인가? 잘 알려져 있듯,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란 도발적 문구는 빌 클린턴의 미 대선 슬로건이었다.


클린턴은 결국 대통령이 되었고, 크고 작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과 이후의 공화당 정부와 비교해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친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2016년, 이 문구는 20년도 더 지난 한국의 총선에서 부활했다. 이율배반적 노동개혁 담론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약속한 여당은 참패했고, “문제는 경제다”란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운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에 패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었다.


그렇다면 정말 문제는 경제인가? 아직까지의 정치는 경제를 무시하거나 소홀하게 대했단 말인가? 경제는 의식주를 비롯해 모든 생명정치에 필수적인 것이지만 단순히 ‘먹고사니즘’의 문제를 넘어선다. 경제는 국가의 유지에 필요한 외교와 국방, 교육과 복지, 주거와 환경 등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경제는 어떤 정치 체제에서건 체제의 성공 가능성뿐 아니라 정권과 정치인의 성공을 측정하는 가시적 요인 중 하나이다. 선거철만 되면 많은 정치인이 민생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경제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경제논리만으로 풀 수 없다.


정치와 경제의 유기적 관계는 흔히 국가가 경제 활동에 간섭하지 않는 자유경쟁 상태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회가 유지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애덤 스미스의 정치경제학적 관점이, 기실 상업 활동과 국가의 번영,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 했다는 데에서 잘 드러난다. 정확하게 말해 경제와 정치, 사회와 문화, 개인의 행복은 예외 없이 상호 작용하며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이다.


나아가 자원의 배분과 경제적 잉여의 분배, 고용과 임금, 노동과 복지의 조건들은 좋은 정치적 결정과 비전, 즉,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이다. 카를 마르크스 역시 경제와 정치, 그리고 문화를 나누고, 이것들이 다른 것이라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적 환상이거나 음모라 역설한 점에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바꿔 말해 효과적인 경제 시스템과 이의 운영은 정치적 이념과 제도, 정치 체제의 탄력성은 물론,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비판세력을 적대세력으로 분리하고 이들을 혐오와 적대의 언어로 배제하지 않는 지도자와 정당의 개방성과 유연함 등 정치의 문제와 동전의 앞뒷면처럼 분리할 수 없다. 더불어 시민사회와 언론의 역할, 사회 구성원들의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고양된 정치의식, 이를 가능하게 하면서 다양한 행위자들과 선순환하는 정치 문화, 기득권에 안주하는 양당제를 넘어 희망과 활력의 정서구조를 견인하고 새로운 사회를 사유할 수 있게 하는 정치의 역동성, 그리고 변화 가능성에 활짝 열려 있는 시스템은 경제의 성공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들일 것이다.


그러니 “문제는 경제다”라는 선거용 구호에 미혹되지 말아야 하고 그런 공약을 관습적으로 내거는 정치인을 의심해야 한다. 이는 결코 경제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반드시 후진적인 정치체제와 구태의연한 정치(인)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시장에서 국밥을 먹는 선거 캠페인을 벌였던 MB정부의 경제 성적은 어떠했나.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변화에 대한 의지와 갈망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일은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기 어렵지만 가끔씩 일어나도 좋은 일임에 분명하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5022049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