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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정말 ‘설마’일까?

irene777 2016. 5. 10. 18:21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정말 ‘설마’일까?

‘닭 쫓던 개’ 신세 우려되는 박근혜 정부의 앞날


진실의길  김원식 칼럼


- 2016년 5월 9일 -




‘설마(impossible)’, 최근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난 이후에 그에게 가장 많이 따라붙은 단어이다.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기까지의 과정은 이 ‘설마가 현실이 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3% 정도 얻고 말겠지”라는 초기 예상이 빗나가고, “설마, 경선 과정에서 사라지겠지”도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는 ‘설마, 전당대회에서 떨어뜨리겠지’도 힘없이 무너지면서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셈이다. 한마디로 ‘설마’라는 꼬리말을 붙이며 트럼프의 등장을 과소평가했던 모든 전문가들이 다 틀렸다는 것이 증명된 꼴이다. 다른 말로 한다면,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 ‘트럼프 돌풍’의 핵심이나 뿌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제 트럼프는 “주둔 비용의 100%를 다 부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어김없이 또 ‘설마’가 등장한다. “설마, 주한미군을 철수할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도 엄연히 100% 현실이 될 수 있는 트럼프의 공약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문가들도 불안한지, 이 ‘설마’에 하나의 꼬리가 더 붙는다. “그래도 미국에는 시스템이 있는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많이 정제되고 그런 발언을 철회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분석이다. 하지만 대체로 이런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은 처음에는 트럼프의 대통령 후보 가능성도 없다고 점쳤던 사람들이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자, 주한미군이 미국으로 돌아가면 비용이 더 든다거나, 주둔으로 인해 미국에 주는 이익이 더 많다는 것을 트럼프가 모르는 계산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트럼프 발언의 뿌리를 모르는 분석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트럼프가 주장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이제 세계 경찰을 더는 안 하겠다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면, ‘주둔 비용을 100% 내라는 것’도 아니고 ‘우리(미군) 병력을 빼겠다’는 것이다. 그게 싫으면 주둔에 따른 모든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이다.




▲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뉴시스/AP



트럼프의 발언에 국제관계의 기본도 모르는 '막말식 계산법'이라는 비난이 등장한다. 사업가인 트럼프가 국제관계를 잘 모를 수는 있으나, 그는 자신의 지지 계층의 의중을 그대로 꿰뚫고 있다. 이는 그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검증된 사실이다. 트럼프를 주로 지지하는 백인 블루칼라 계층에게 더 이상 국제관계의 이익 등은 계산이 통하지도, 말이 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세계 경찰 노릇을 한다고 내 호주머니만 다 빈 꼴이니, 이를 그만두라는 요구다.


트럼프는 바로 이 점을 그대로 꿰뚫고 있다. 이제 다시 ‘설마’를 살펴보자. “설마, 무기 수출 등 군산복합체의 이익도 있는 데, 철수를 할까”이다. 하지만 이 또한 트럼프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계산이다. 자칭 부동산 재벌이 더는 월가나 군산복합체 등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고 출마한 사람이니, 대통령이 돼도 이것이 통할 리 없다. 트럼프에게 답을 듣는다면 “주한미군을 다 철수시키면, 오히려 그들(한국)이 우리 무기를 더 사갈 것이 아닌가” 정도일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그 어떤 ‘설마’도 통하지 않는다.



‘미국의 이익’ 관점이 바뀌는데도 '한미 동맹' 타령만 하는 박근혜 정부의 민낯


트럼프의 등장이 그가 막말이나 선동을 잘해서이든 민심의 불만을 잘 반영해서이든, 그의 등장과 공화당 대선 후보 확정은 이제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만큼 그의 주장이 지지자들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것이다.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막말’이라고 하지만,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간단히 우리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가 그의 지지세 확산의 원인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저렇게 간단하고도 속시원하게 우리의 입장을 대변한 사람은 없었다”가 트럼프 등장의 핵심이다.


또 ‘설마’로 돌아가 보자. “설마, 한미 동맹이고 상호 방위공약이 있는데”일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등장의 뿌리를 본다면, 이 역시 100% 틀린 것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고 있다. “한미 방위 공약이든 무엇이든 미국의 이익에 맞지 않으면, 다 철회하겠다”이다. “더 이상 미군 병력도 미국 돈도 내지 않을 테니, 우리 군대가 필요하면 돈을 전부 내든지, 아니면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또 ‘설마’를 붙이다가는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게 될 공산이 크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이란 국빈방문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으로 출국하고 있다.ⓒ뉴시스



쉽게 말해 우리(한국)는 “계산법이 잘못됐다”고 주장하지만,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아주 정확하고 간단한 계산법’이라는 것이다. 이런 계산법을 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트럼프가 집권한다면, 당연히 그는 이 계산법에 의해 행동을 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미국의 이익’이 된다. 이제 ‘주한미군 철수’가 단순히 ‘비용을 더 내라’는 것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에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나 재협상을 들고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으로 그동안 미국에만 의존해 온 우리의 민낯이 그대로 다 드러나고 있다.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큰 후보가 이렇게 자국의 (지지자들의) 이익을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하는데, 한국 정부는 그냥 멍하니 있거나, ‘설마’를 연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 “미국은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하는 나라가 아니고 의회나 다른 여러 정치 시스템이 있다”는 타국의 정치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곁들이면서, ‘설마’만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임기 말의 레임덕에 직면할 박근혜 정부는 트럼프의 등장이 가지는 의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철통(?) 같은 한미 동맹만 믿고 북한의 제재에만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바마 행정부까지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한다면, 이제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미 동맹은 고사하고, 당장 시범 케이스로 ‘주한미군 철수’를 감행할 공산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또 “설마, 미국의 이익도 있는데”라고 안주한다면, 그때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답할지도 모른다. “당신(한국)이 우리(미국)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아느냐”고.


상황이 이런데도 박근혜 정부가 또 ‘설마’만 연발한다면, ‘닭 쫓던 개 신세’로 봉착할 순간이 더 빨리 다가올지도 모른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newyork&uid=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