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칼럼> 조현철 - 야, 원자력안전위원회!

irene777 2016. 7. 1. 15:36



[녹색세상]


야, 원자력안전위원회!


- 경향신문  2016년 6월 29일 -





▲ 조현철 신부

  서강대 교수



지난 6월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를 의결했다. 지난달 26일 시작해 한 달도 걸리지 않은 심의 과정을 지켜보며, 전문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본다. 공공의 사안에 관한 전문가들의 결정은 상식에 부합할 때 신뢰성과 설득력을 얻는다. 결정의 정당성 판단 기준은 소수 전문가들의 전문지식이 아니라 일반의 상식이다. 먼저 원안위 심의 과정을 살펴보자. 그동안 중요한 문제점들이 제기됐지만, 원안위는 3번째 회의에서 표결로 건설을 허가했다. 지난여름, 전기요금을 깎아주면서 전기 사용을 부추겼던 정부의 행태를 보면, 전기 수요는 그다지 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서둘러야 했나? 원안위는 국민의 안전이 아니라 핵발전소 건설에 열을 올리는 것 아닌가? 일반의 상식에서 충분히 제기될 의문이다.


주요 쟁점의 하나인 다수호기 안정성 평가.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신고리 5·6호기 건설로 총 10기의 핵발전소를 보유하는 세계 최고의 핵발전소 밀집지역이 된다. 이 경우 다수호기 안정성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후쿠시마’의 교훈이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원안위의 의견은 달랐다. 핵발전소 간에 “안전 관련 설비”를 공유하지 않으니, 다수호기 안정성 평가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안전설비를 한꺼번에 무력화하는 사고가 난다면?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전문위)는 “다수호기 사고는 외부적 재해를 제외하고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원안위에 보고했다.


이 말을 뒤집으면, 안전장치를 공유하지 않아도 외부 재해로 다수호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가능성은 ‘후쿠시마’에서 현실이 됐다. 안전이 최우선인 KINS와 원안위는 언제나 최악의 사태를 상정해야 한다. 더구나 이 지역에는 우리나라에서 지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양산단층’이 있다. 또한 전문위와 원안위는 “다수호기 리스크 평가 방법론”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서둘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면, 먼저 평가 방법을 마련해서 원안위가 평가 결과를 심의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또 다른 쟁점인 인구밀집지역 위치제한 규정. 원안위가 채택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규정 TID 14844에 따르면 핵발전소는 인구 2만5000명 이상의 지역에서 32~43㎞ 떨어져야 한다. 신고리 5·6호기 부지는 이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다. 건설이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KINS는 NRC의 또 다른 규정 RG 1.195를 적용했고, 원안위는 이를 인정했다. 이 규정에 따른 안전거리는 4㎞이고, 건설이 가능해진다.


과연 4㎞면 안전할까? 국제원자력기구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 20㎞는 과장됐나? ‘후쿠시마’ 때 반경 20㎞ 내의 주민 소개는 과잉 반응이었나? “TID 규정은 원자로 위치 계산을 예시로 제시한 기술 문서”이며 “NRC가 실제 적용하고 있는 것은 RG”라는 원안위 안전소통담당관의 전문적인 설명이다. 하지만 일반의 상식으로는 안전과는 거리가 먼, 애매하고 옹색한 해명일 뿐이다.


원안위 논의 과정과 결정은 일반의 상식에 어긋난다. 합법적일지 모르지만 신뢰성과 설득력과 정당성을 모두 상실했다. 원안위는 국민이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입장을 옹호하는 쪽으로 각종 규정을 적용, 해석하는 듯했다. 원안위 방청 소감이다. 그날, 어떤 위원은 원안위 출범 후 한수원의 안건에 제동이 걸린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자괴감을 토로했다. 한수원이 안전에 그토록 성실하고 완벽한 조직인가? 몇 년 전의 원전비리를 생각하면 어림없는 얘기다. 하지만 원안위는 정부의 의도와 한수원의 요구를 관철시키느라 바쁘다. 표결 결과는 언제나 ‘7 대 2’다. 결국, 원안위원 임명 규정을 고쳐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때 우리나라의 안전도 바로잡힐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국민들이 ‘여소야대’로 만들어준 20대 국회가 할 몫이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6292057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