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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7시간' 번역자 "검찰, 집에 와서 한다는 말이..."

irene777 2014. 9. 28. 02:22



'박근혜 7시간' 번역자 "검찰, 집에 와서 한다는 말이..."

[인터뷰] <뉴스프로> 전병택 번역기자와 운영위원 이하로씨


- 오마이뉴스  2014년 9월 25일 -





▲ <뉴스프로> 전병택 기자, 이하로 운영위원은 25일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해 

<산케이신문>이 다룬 '박근혜 7시간' 기사 번역 후 벌어진 검찰의 

압수수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느닷없이 집에 검찰이 왔다는 겁니다. (검찰이) 노트북·컴퓨터·하드디스크를 가져갔는데요. 왜 그러냐니까 <산케이신문> 번역 때문에 그렇다는 거예요. 저는 일본말로 번역도 못하는데…. 더욱 황당한 것은 검찰 수사관이 제 일기장을 가져가려고 해서 집사람이 '왜 남의 일기장을 가져가느냐'고 항의하니까, 다른 수사관이 '박근혜의 박자도 없네?' 하고는 갔다는 거예요."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9일 일본 극우언론인 <산케이신문>이 지난 8월 보도한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을까'라는 기사 번역본을 올린 기자의 아이피(IP)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뉴스프로> 전병택 번역전문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명예훼손'만 운운한 채 자택 압수수사"


해외 외신번역 전문매체인 <뉴스프로>의 전병택씨는 25일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해 "검찰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라고 밝히지 않고 그저 '명예훼손 관련'이라는 말만 한 채 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노트북 등을 압수해갔다"라면서 "심지어 우리 집 서랍 등을 꼼꼼히 살핀 뒤 일기장까지 가져가려다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놓고 갔다"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우리 집을 압수수색한 검찰 관계자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행동)하지 않았다"라면서 "명함도 안 주고 신분증도 보여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 명의 수사관이 날 만나러 왔을 때 오로지 한 명만 이름을 밝혔을 뿐 나머지 수사관들은 어디 소속이며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검찰이 IP 주소 하나 갖고 봉고차 한 대로 구미까지 내려와 수사를 하는 것을 보고 '이게 단순한 게 아니라 뭔가 어마어마한 수사력이 투입된 모양'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라고 전했다. 



"번역자 집 압수수색? 유신 때나 있었던 일 아니냐"


<뉴스프로> 운영위원인 이하로씨는 최근 보수언론이 자신들을 좌파 성향 누리집으로 공격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씨는 "우리 번역기자 중 좌파에 관계된 사람들이 거의 없다"라면서 "다들 미국 현지에서 비즈니스와 직업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뉴스프로>에)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뉴스프로>는 지난 대선 이후 한국 정치와 관계된 외신(보도)들이 국내에 제대로 번역되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증을 느껴 5개국어 20여 명의 번역자들이 모여 있는 누리집"이라면서 "상식과 몰상식으로 나눈다면 우리를 공격하는 매체는 몰상식한 매체라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기사를 쓴 사람도 아니고 번역한 기자를 찾겠다고 자택 압수수색까지 하는 경우는 유신이나 전두환 정권 때나 벌어졌던 언론탄압 아니냐"라면서 "해외언론은 우리의 압수수색 사태를 앞다퉈 보도하는 반면 국내언론은 조용하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씨는 "이번 사태에 대한 외신들의 첫 번째 반응은 '어이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상식적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독재국가에서 하는 언론탄압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의 7시간,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하로씨는 "<뉴스프로>는 이 일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할 생각"이라면서 "대부분의 번역기자들이 외국에 거주하고 있어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이같은 일에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언론이 살아 있어야 민주주의가 살 수 있다"라며 "언론은 사람 몸 속 피와 같다, 피가 없으면 사람이 죽듯이 언론이 죽으면 국가도 죽는다"라고 일갈했다. 또한 그는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에서도 언론의 자기검열이 심해졌다"라면서 "(언론들이) 알아서 보도하지 않는 관행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씨는 <산케이신문> 보도의 가치에 대해서도 열변을 토했다. 그는 "<산케이신문>의 내용을 굳이 번역해야겠다고 판단한 이유가 있다"라면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 7시간이 아니라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던 골든타임 7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중요한 7시간에 박근혜 대통령이 뭘 했는가는 중요한 문제"라면서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제대로 된 구조작업을 벌이지 못해 생떼 같은 아이들 300명이 울면서 수장됐다, 어떻게 그 7시간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그 시간에 한 나라의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점에 주목했다"라면서 "업무시간이었던 그때 대통령의 1분 1초는 온 국민이 모두 알고 있어야 할 공생활"이라고 지적했다.



- 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