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원하는 게 ‘진실’이라 이토록 어려운 걸까

irene777 2014. 10. 13. 23:55



원하는 게 ‘진실’이라 이토록 어려운 걸까


여당은 견고한 벽 같았다. 야당은 무능했다. 

이제 기댈 곳은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함께 특별법 협상 전 과정을 지켜본 

박주민 변호사는 “지금부터가 진짜 힘든 싸움”이라고 말했다.


- 시사인  2014년 10월 13일 -




박주민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차장으로, 강정마을이나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 등 ‘거리의 변호사’를 자청했다. 4월16일부터는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에서 꾸려진 지원단에 속해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법률 자문을 맡았다. 박 변호사는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 전 과정을 가족들과 지켜보았다. 10월2일 박 변호사를 만났다. 이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사퇴했다. 


여야 3차 합의(9월30일)가 이뤄지자마자 바로 가족대책위원회가 이에 반대한 이유는? 

여야 합의 전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가족들이 면담했다. 지난 2차 합의안(특별검사 추천 위원회 여당 몫 2명에 대한 야당과 유족의 사전 동의)에 더해서 이번에는 특검 후보 추천에 가족들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이것을 마지노선으로 그 이상을 끌어내달라고 가족들이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여야 협상 중간에 야당 쪽에서 합의하겠다고 가지고 온 안을 보니 박 대표가 약속한 것보다 후퇴했다. 가족대책위원회에서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랬는데 20분 만에 타결 속보가 나왔다.




▲ 박주민 민변 사무차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가족대책위원회와 새누리당이 직접 협상을 하기도 했다.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절대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수 없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애초 새정치민주연합 안에도 수사권 확보만 있었지 기소권은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쪽 의원들과 논의해보면, 처음부터 가족 법안의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족 법안에는 진상조사위 상임위원 한 명한테 (특별)검사 지위를 부여했다. 한 명한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면, 첫째는 정부와 여당 특히 청와대 쪽 입김을 차단할 수 있다. 둘째, 충분한 조사 기간이 보장된다.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최장 3개월이다. 셋째, 조사와 수사 그리고 기소를 유기적으로 연관시킬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런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협상 상대방(여당)만 의식한 것 같다.


진상조사위의 위원 구성 방식에는 만족하는가? (지난 8월19일 2차 합의 때 여야가 동의한 세월호 특별법 가안에 따르면 진상조사위원회는 1년6개월 활동이 가능하고, 특별검사는 두 번까지 선임할 수 있다.)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새누리당 5명, 새정치민주연합 5명, 대법원 2명, 대한변협 2명, 유가족 쪽에서 3명을 추천하게 했다. 일단 위원 구성 숫자만 놓고 보면 여당과 대법원 합쳐 7명과 야당·대한변협·가족 쪽 위원을 합치면 10명이 되는 구도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대한변협 회장 변수가 있다. 현재 위철환 변협 회장은 세월호 참사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주었는데 임기가 내년 2월까지다. 새 회장 임기가 시작된 뒤에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지면, 최악의 경우 ‘여당·대법원·변협’ 대 ‘야당·가족’으로 나뉘어 위원 수가 9대8로 역전될 수도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특검추천위원회에도 변협 회장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역시 영향을 받겠는가?

그렇다.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특검 추천위원은 7명이다. 여야 국회 추천 4명과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으로 구성된다. 시기상으로 보면 새 변협 회장이 특검 추천위원회에 들어간다. 


가족들이 만든 특별법안에는 가족들이 추천한 상임위원이 위원장이 되게 했다. 위원장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인가?

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위원회 성격과 활동, 성과가 결정된다. 새누리당은 당연히 자기들이 추천한 위원이 위원장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위원장을 어떤 방식으로 선출할지 등 아직 타결되지 못한 핵심 쟁점이 많다. 지금부터 진짜 힘든 싸움이 시작되었다. 


가족 몫으로 할당된 조사위원 3명을 누구로 뽑을지 가족대책위에서 논의했나?

인선을 준비해나가야 한다는 인식은 있는데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진도체육관 거처 문제, 국회 농성장 문제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동시다발로 터졌다. 


특별법 가안을 보면, 진상조사위원회의 강제력은 자료요구권과 동행명령권이다.

응하지 않고 3000만원 내면 끝이다. 그래서 수사권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아쉽다. 그나마 청문회 조항이 들어간 건 큰 성과 중 하나라고 본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었지만 나오지 않으면 ‘국회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벌금 등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거짓 증언을 하면 역시 위증 혐의로 고발 대상이 된다. 이렇게나마 확보한 건 가족들 덕분이다. 새누리당이 처음 낸 법안에는 자료요구권밖에 없었고 과태료 부과 등 처벌 조항 자체가 없었다.




▲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한 9월30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특검이 누가 되느냐도 중요하다.

여야 합의문을 보면 ‘특검 후보군 중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어려운 인사는 배제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이를 근거로 새누리당이 어떤 인사는 야당 성향이고, 또 어떤 사람은 정부 비판적이라고 트집을 잡아 배제시킬 수 있다. 새누리당 처지에서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특검 임명 과정을 살펴보면, 추천위원회를 통해 여당 추천 1명, 야당 추천 1명이 최종 후보로 대통령에 추천될 것이고, 대통령은 여당 추천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아마 무색무취한 판사 출신으로 양쪽 다 무난한 사람이 후보가 될 것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여야가 2명씩 4명을 특검추천위원회에 제시하는데, 야당 몫 2명을 선정할 때 가족들 의견을 반영하면 되지 않나?

1차, 2차, 3차 합의되는 과정을 보면, 야당을 믿을 수 없다. 특검 후보 추천할 때도 지난 합의 과정처럼 가족대책위원회 의사를 무시하고 추천할 수 있다고 본다. 


2차 합의안에 따르면 특검 추천위원 선정 과정에서도 여당 추천 인사 2명에 대해 가족들 동의가 전제되어 있다. 

가족들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결국 추천의 주체는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아도 계속 후보를 올릴 수 있다. 가족들이 세 번이나 동의하지 않으면, 설마 네 번째에도 반대할 사람을 올리겠느냐고 말하는데, 새누리당의 행보를 보면 충분히 그렇게 하고도 남는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됐고 재판도 진행 중이다. 진상조사위원회나 특검이 꼭 밝혀야 할 부분이 있다면?

부정부패 고리들을 밝혀내야 한다. 검찰 수사는 세월호 선사나 유병언 일가, 그리고 관피아·해경 쪽에 맞춰졌다. 이들과 연계된 정치권 로비는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 ‘국정원 지적 사항 문건’에 대한 의혹도 풀리지 않았다. 참사 당시 구조·구명 활동과 관련한 정부의 보고와 지휘·명령체계가 적절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대통령의 7시간 의혹도 밝혀져야 한다. 또 언론사 오보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 시사인  고제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