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오영수 시] 가을 소풍

irene777 2014. 10. 20. 13:59



[오영수 시] 가을 소풍


- 진실의길  2014년 10월 20일 -






가을 소풍

 

                                                                          오영수

 

꿈 빛 희망으로 가득 찼던 신록의 계절에

수학여행 길에 나섰던 아이들이 

가을 소풍이 끝나가도록 돌아오지 않습니다

 

일찍이 인생은 아름다운 소풍이었다고 노래한 시인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소풍 길에서 만났던 것은

까마귀 떼처럼 하늘만 맴도는 헬리콥터와

우왕좌왕 거리는 구조선

그리고 유리창 밖으로 넘실거리는 죽음의 공포가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대통령을 위로하러 온 할머니와 

슬픈 척 흘리는 한 방울의 눈물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땅에는 사람과 짐승으로 나뉘어 

세월호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레이저 눈빛에 따라 국민의 숨통을 옥죄는 짐승들은

정의를 말하는 사람들의 휴대폰 속까지 들여다보며 

입단속을 위한 구속영장을 만지작거립니다


수백 명 아이들의 죽음보다 대통령의 심기가 더 귀중한 나라

4월 16을 기점으로 사람과 짐승들로 나누인 대한민국은

전 세계인의 조롱거리로 전락하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국민의 애도 물결은 

밤하늘의 별빛보다도 더 찬연했으며

 길가에 노란 리본은 잔바람에도 슬퍼했습니다

 

아이들이 사라진 그 자리 맹골수도에 

가만히 있지 마라는 말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부표로 떠올랐습니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5&table=c_minjokhon&uid=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