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친구 볼 수 있어... 살아갈 날이 원망스럽다"
[세월호 선원 공판 - 피해자 진술⑥] 단원고 생존학생의 편지
- 오마이뉴스 2014년 10월 21일 -
▲ '미안하다' 세월호침몰사고 생존 단원고 학생들이 지난 7월 16일 경기도 안산에서 국회를 향한
도보 행진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피켓을 들고 사과와 응원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단원고 2학년 A라고 합니다. 가족들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하려고 합니다. 정당한 처벌로 세상과 법, 어른들을 미워하지 않기 위한 글입니다.
전 탈출 당시 친구와 잠수해 나오기로 하고 복도에서 바닷물에 뛰어들었다가 친구 손을 놓쳐버렸습니다. 아직까지 그 일은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복도로 들어오는 바닷물의 공포, 친구의 비명, 그 모든 것들이 저를 괴롭힙니다. 친구 생각에 힘든 날은 가위에 눌리기도 합니다. 배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숨 쉬기도 힘듭니다.
시도 때도 없이 거리를 걸을 때, 공부할 때, 친구 생각이 납니다. 친구들 한 명, 한 명 모두. 말투, 생김새, 다 기억이 생생한데 80년, 90년 뒤에, 죽어야 친구들을 볼 수 있으니 살아갈 날이 원망스럽습니다. 여름방학 때 여행도 가고, 결혼식 축가도 불러주고, 50대 아줌마가 되면 해외에도 같이 가고, 늙어서 할머니가 되면 비슷한 시기에 생을 마감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잘못으로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망쳐졌습니다.
제게 친구들은 제 전부였습니다. 만약 가족이 없었다면, 180명이 구조되어서 체육관으로 오고 있다는 말을 못 들었다면, 단언컨대 바다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선원들이 행동했던것과 반대로 (친구들에게) 탈출하라고 했으면 됐으니까요.
제발 아이들이 어른들을 미워하지 않게 정당한 처벌을 내려주세요.
- 오마이뉴스 박소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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