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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찾은 박 대통령에 야당 "오지 않는 게 나았을 것"

irene777 2014. 10. 30. 06:05



국회 찾은 박 대통령에 야당 "오지 않는 게 나았을 것"

여당만의 '반쪽 박수세례'... 연설 내용에 싸늘한 비판 내놓은 야권


- 오마이뉴스  2014년 10월 29일 -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뒤 새누리당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 남소연



총 29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국회 시정연설에서 받은 박수 횟수다. 주로 새누리당 의원들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박 대통령을 맞이했고 박 대통령의 연설 중간 중간에도 박수 세례를 보냈다. 


그러나 사실상 '반쪽 박수'였다. 대다수 야당 의원들은 연설 중 박수를 치지 않고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조경태 (새정치연합) 의원 정도만 박수를 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차이는 박 대통령의 퇴장 때 더욱 두드러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쳤지만 대다수 야당 의원들은 일어서지 않았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입장 때나 퇴장 때에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후 가까이에 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악수를 나눴다. 그는 본회의장 첫줄에 앉은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본회의장 중앙통로로 퇴장하며 주변에 모인 새누리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본회의장 정문 앞에는 김무성 당대표·이완구 원내대표·이군현 사무총장·서청원 최고위원·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이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 김 대표는 최근 사의를 표명했던 김태호 최고위원을 끌어당겨 자신의 옆에 세웠다. 즉, 새누리당 지도부급 인사들이 나란히 '상석(上席)'에 도열한 셈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 남소연



박 대통령은 서청원 최고위원을 그냥 지나쳤다가 이완구 원내대표의 안내를 받고 뒤돌아서서 서 최고위원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김 대표와는 다소 '스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특별한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없었다. 순간 김 대표의 표정이 굳었다. 최근 개헌논의·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시점 등을 두고 불거진 당·청 갈등이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올만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감동적으로 잘 들었다"라며 "시정연설 내용을 적극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른 인사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 최고위원은 "진정성이 있었다"라며 "여야가 심도 있게 대통령의 연설에 공감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두 해 연속으로 직접 국회를 찾아 내년도 예산안과 정책을 설명하신 일은 국회를 존중하고 국회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한다는 의미로써 잘 하신 일"이라며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털고 비상할 수 있도록 '경제활성화의 마중물'을 만드는 데 (여야가) 합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세월호 언급 단 한 차례도 없어... 차라리 오지 않는 게 나았을 뻔"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고 있다.   ⓒ 남소연



야당의 반응은 달랐다. 한정애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직접 예산안을 설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라면서도 "전작권 환수, 세월호, 자원외교 국부유출 등 국민이 듣고 싶고,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아쉽다"라고 평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경제'를 59회나 언급하면서 경제활성화를 강조했지만 '세월호'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 대변인은 또 "국민을 위한 예산 편성에 당연히 협조하겠지만 이번 예산안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정이 필요하다"라며 "일례로 (박 대통령이) 농축산업 등 피해산업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 없이 (한-캐나다 FTA 등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 처리만 주문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뒤 의원들과 인사하며 퇴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들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다.   ⓒ 남소연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매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 외에는 기대할 것이 없는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특히 그는 "정부 출범 이후 추진했던 경제정책에 대해 반성은 단 한 줄도 없고 장밋빛 미래만 늘어놓은 허망한 연설"이라며 "대통령이 오늘 연설한 예산안은 곤란하다, 저출산·고령화·사회양극화 심화 등 변화된 여건에 맞는 재정정책으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의당은 남아 있는 심의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실효적일지 의문인 경기부양책을 비판하고, 서민들의 민생 복지 예산을 확충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차라리 직접 나오지 않는 것이 더 나았을 듯 싶다"라며 세월호 유가족을 외면한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라며 "참사 직후 '국가개조'까지 언급하며 범정부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더니 이는 반년 만에 증발하고 말았다"라고 꼬집었다. 


또 "국민을 존중하고 서민과 약자의 삶을 보살피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외면하고, 서민 경제 살리기와 정반대의 정책을 내놓고 국회의 협조만을 요구하는 모습이 유감스러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기자, 이경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