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박 대통령 지지자들도 지각 있는 사람은 이젠 환멸”
- 한겨레신문 2014년 12월 18일 -
“지지율 40%도 유선전화 조사가 많아 과대 반영된 것”
“박근혜 정부 움직이는 사람들 수준 미달...정말 한심”
“국민은 검찰이 (정윤회 문건) 무슨 답 내놔도 안 믿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18일 ‘비선실세 국정 개입’ 논란 속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과 관련해 “상당히 지각 있는 지지자들도 이제는 좀 환멸을 느낀 분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이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40% 수준으로 떨어진 데 대해, “여론조사 응답률이 유선전화 쪽이 높기 때문에 현재 박 대통령 지지율은 과대 변영돼, 사실상 40%보다 상당히 하회한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여론조사에서 더 중요한 것은 30, 40대와 여론 주도층의 동향”이라며 “언론계, 교사·교수 등 교직자, 지식인들, 교육 받은 화이트컬러 직종 등 여론 도층이 대부분 현 정권을 비판적으로 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판을 넘어 냉소 또는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 사진
이 교수는 이어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박 대통령의 과거 80년대 초까지 있었다고 얘기되는 최태민 목사(정윤회씨의 옛 장인) 문제를 알고도 과거의 문제로 생각하고 따뜻하게 지지한 것이고,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때 김문수 경기지사가 그 점을 제기했을 때 저를 포함한 지지자들이 항의했다”며 “그런데 현 상황에서 다시 정윤회씨를 통해서 최태민 문제가 부각이 돼서 온국민이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을 진정으로 생각했던 지지자들도 ‘이건 아니다, 왜 이렇게 되어가나’에 대해 환멸을 느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른바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이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수사 기간도 너무 짧았고 처음부터 문건 유출에만 초점을 둔 것 아니냐”며 “유출 부분에 대해 나오는 답도 설득력이 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아무리 무슨 답을 내도 우리 국민들은 그걸 믿지 않는다”며 “검찰이 또다시 우리나라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이런 집단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 지난 대통령선거 때 박근혜,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학계 인사들이 4일 오후 서울
통의동의 한 식당에서 오찬모임을 한 뒤 식당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박근혜 캠프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안철수 캠프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장하성 고려대 교수,
박근혜 캠프의 이상돈 중앙대 교수 뉴시스
이 교수는 청와대 참모 구성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를 움직이는 사람들 수준이 굉장히 미달한다고 본다. 정말 한심하다”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권위주의 정부라는 6공화국 노태우 시절 청와대는 서울대 교수 출신인 노재봉, 김학준, 외교전략가는 김종휘 교수, 경제수석에는 김종인 박사 이런 분들이 계시지 않았냐”며 “지금 박근혜 정부에는 도대체 누가 있나.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비서관 3인방) 이 사람들이 끌고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인적 쇄신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 교수는 “당위성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청와대 뿐 아니라 내각도 대폭적으로 바꿔야만 된다”며 “그러나 박 대통령이 그 세사람(비서관 3인방)을 후퇴시키기 매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하고 대통령이 소통을 잘해야 되는 것이고, 대통령이 기자회견도 하고, 국민과 대화 해야 되고, 총리와 장관들한테 실제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대통령이 의사결정할 때 수평적인 토론이 있어야 된다는 얘기를 교과서적으로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라고 밝혔다.
- 한겨레신문 황준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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