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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학특례 보도로 유족에 또 상처...악의적"

irene777 2015. 1. 10. 08:23



"MBC, 대학특례 보도로 유족에 또 상처...악의적"

세월호 유족 등 100여 명 'MBC 보도 행태 규탄' 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2015년 1월 8일 -





▲ "MBC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세월호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와 국민대책회의 회원들이 8일 오후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MBC 보도행태 규탄 및 선체인양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사태, 국정조사때 MBC 관계자 불출석, 농성가족 '불법집단' 매도 등 그동안의 MBC보도 문제와 함께 최근 '특별법'과 관련해서도 가족들이 생존학생들의 대학특례를 요구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 권우성




▲ "MBC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세월호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와 국민대책회의 회원들이 8일 오후 상암동 MBC

사옥앞에서 'MBC 보도행태 규탄 및 선체인양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MBC 오보와 주요 논란 일지]


2014년 4월 16일, 오전 11시 1분 세월호 '전원구조' 최초 오보 

2014년 7월, 세월호 특별법 관련 보도 총3.5건으로 지상파 중 최하

2014년 5월, MBC 간부 "그런 X들 조문할 필요 없어" 망언 논란

2014년 9월 11일, 유족들의 '광화문광장 불법 천막농성' 보도 논란

2015년 1월 6일, 세월호 배·보상 특별법 보도 관련, '대입 특례입학' 부각해 논란


'만나면 좋은 친구'였던 MBC의 몰락은 어디까지일까.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앞 광장에는 100여 명의 세월호 희생학생 유가족과 생존학생 학부모, 지지 시민들이 모였다. MBC를 '망가진 방송'으로 규정하며 회복시키겠다고 나선, 현업 언론인·시민단체 모임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MBC 공대위)도 함께했다.


세월호 유족들이 80명가량 대규모로 모인 것은 오랜만이다. 그간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국민간담회를 다니던 유가족들은, 이날 경기 안산에서부터 함께 버스를 타고 MBC 사옥 앞 광장에 도착해 'MBC 보도행태 규탄 및 세월호 선체인양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6일 세월호 배보상 특별법 합의 보도와 관련해 "MBC가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라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유가족을 대표해 기자회견문을 읽은 김성실(고 김동혁군 어머니)씨는 "MBC는 특별법의 수많은 내용 중 유독 대학입학 특례만을 부각시켰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이를 요구한 것처럼 보도했다"라면서 "(국민들에게서 쏟아질) 분노의 화살로 인해 다시 한 번 아파할 저희 가족들은 전혀 안중에도 없었는가, 지난번 나온 기자들의 '자기반성'은 전혀 효과가 없었나"라고 물었다.




▲ 지난 6일 타결된 '세월호 사고 배·보상 특별법' 합의 보도에서 <MBC>는 '단원고 2학년 

   대입특례'를 제목으로 뽑으며 이를 주요하게 다뤘다. 세월호 유가족 80여명을 포함한 

100여명은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광장에서 'MBC 보도행태 

규탄 및 세월호 선체인양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 MBC 온라인 화면캡쳐



MBC 보도의 직접 당사자는 단원고 2학년 생존학생들이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생존학생들의 부모도 참여해 우려를 표했다. 장동원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는 "이번 보도로 인해 생존한 아이들이, 또 부모들이 직접 특례입학을 요구한 것처럼 비쳐졌다"라며 "살아가면서 계속 치료가 필요할 아이들에게 또 다시 상처 입힌 MBC에, 부모들은 큰 경멸과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시각, MBC 신사옥 곳곳에는 200여 명 넘는 경찰이 배치돼 경영센터 정문 등 출입문을 지키고 있었다. 신사옥을 등지고 선 유가족들 앞에는 MBC 야외 스케이트장을 찾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안전모를 쓴 초등학생 4학년 황아무개·김아무개 학생은 스케이장 테두리에 매달려 기자에게 유족들을 가리키며 "저게 뭐하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뒤로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노래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만나면 좋은 친구' MBC는 어디로... 언론단체도 MBC 보도 규탄 


이날 기자회견에는 MBC를 질타하는 피켓이 다수 등장했다. '만나면 좋은 친구'라는 MBC 로고송을 빗대 "내 친구 MBC는 죽었다, 내 친구를 살려내라"라고 적힌 피켓이 있는가 하면 "또 대학특례 기사가 떴다, 우리가 한 것도 아니고 야당이 추진한 건데 왜 우리가 욕을 먹나"라는 내용의 생존학생 SNS 글도 보였다. 'MBC는 각성하라'는 노란 종이가 유독 많았다.  


마이크를 잡은 강성남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참 어려운 자리에 섰다"라면서 "지금 제가 현장 언론노동자 대표로서 여기 MBC를 규탄하지만, 마음으로는 한없이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MBC 보도는 무능한 것도 아니고 악의적인 보도다, 저희 언론노동자들이 비겁해 MBC같은 괴물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라며 "다시 한 번 죄송하고, MBC를 회복시키는 데 목숨 걸고 싸우겠다"라고 덧붙였다.




▲ 기자회견에 참석한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이날 기자회견에는 실종자 가족 중 일부도 함께했다. 어렵게 말문을 뗀, 단원고 2학년 2반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는 "아직 세월호와 차가운 바다에서 건져내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 이 아홉 명을 찾아낼 수 있도록, (세월호를) 건져낼 수 있도록 꼭 도와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실종자들을 위해 세월호 인양 약속을 저버리지 말라고 정치권에 부탁했다.   


기자회견 중, MBC 사원증을 목에 건 사람들이 건물 안에서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쳐다봤다. MBC 건물 3층 창가에 서서 사원증을 목에 걸고 약 5분간 이를 지켜본 남성도 있었다. 현장에는 빨간 MBC 로고를 붙인 카메라가 두 대 서 있었다. MBC 뉴미디어 뉴스국이 있는 '미디어센터' 옥상에서도 MBC로 보이는 카메라 한 대가 세월호 유족 기자회견을 촬영했다.   



유족들, MBC 보도본부장 만나려 했지만... 노조 "유가족들께 죄송"




▲ 경찰 보호받는 MBC 

세월호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와 국민대책회의 회원들이 8일 오후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MBC 보도행태 규탄 및 선체인양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경찰 수백명이 MBC출입문에 배치되어 있다.   ⓒ 권우성



전명선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장과 유경근 대변인은 기자회견 후 이진숙 MBC 보도본부장에게 유가족들이 쓴 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낮 12시 55분 MBC 건물 안으로 들어가 1시 10분 건물 밖으로 나온 전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사측 규정에 따라 직접 만날 수는 없다고 한다, 경영지원국 안전관리팀장에게 서한을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본부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니 연락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은 이날 요청서에서 이 본부장에게 네 가지를 요청했다. ▲ 세월호 참사 관련 공정하고 중립적인 보도를 해줄 것 ▲ 부정확한 보도가 아닌, 충분한 사실 확인을 통해 정확히 보도할 것 ▲ 지금까지의 보도로 인해 상처 입혔던 것에 대해 반성과 사과할 것 ▲ 위 사항의 구체적 이행을 위해 유가족들을 만나 줄 것 등이다. 


유족들은 요청서에 "세월호 참사 관련한 최악의 오보는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기사이며, 이 오보는 가족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했다, MBC도 예외는 아니었다"라고 밝혔다.이어 "전국 MBC 기자회는 지난 5월 성명에서 '전원 구조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명백한 오보'라고 밝혔는데 이런 자기반성은 소용이 없는 건가"라면서 "MBC가 언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바란다"라고 적었다.   


이성주 위원장(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번 건은 기사의 ABC도 갖추지 못한 보도다, 유족분들에게 너무 죄송하고 할 말이 없다"라며 "그러나 MBC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비판적 목소리 내는 사원들은 모두 외부로 발령내버렸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문제제기 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 정책홍보부 관계자는 "(이 본부장에게) 요청서가 잘 전달됐는지는 제가 확실히 몰라 답변드릴 수 없다"며 "그러나 문화방송이 지난 6일 보도한 부분에 대해서는 '팩트 취재에 의거한 사실보도이며 유족들을 매도할 의견은 전혀 없었다'는 게 보도국의 의견"이라고 해명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유성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