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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을 지켜야 하는 이유

irene777 2015. 1. 17. 17:18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을 지켜야 하는 이유

그는 진실을 말했을 뿐이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미디어오늘  2015년 1월 15일 -




세월이 흘러 잊혀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조현아. 세월이 흘러 잊혀지면 위험해지는 사람은 박창진 사무장. ‘땅콩회항’의 최대피해자, 박 사무장은 앞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한항공사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까.


대한항공에서 에이스로 손꼽혀 조현아 부사장 탑승기에 특별히 투입됐으나 그는 운명의 장난처럼 자신이 저지른 잘못도 아닌 사건에 연루돼 지금 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의 병가가 길어지는만큼 그의 번민과 인간적 고통, 심리적 압박감도 동시에 심화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의 잘못은 아무 것도 없다. 여승무원의 ‘잘못아닌 잘못’을 대신 무릎꿇고 사과하다 못된 상사 때문에 인간적 수모를 당하며 비행기에서 쫒겨났다. 항변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에이스 사무장이 쫒겨나가야 했을 때 그 낭패감을 당사자가 아니면 모른다.


그런 수모를 감내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더 기막한 상황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의 상무이사와 국토부가 함께 서류조작과 거짓진술을 강요했다. 국가의 공공기관, 국토부가 일개 대한항공이라는 민간기업의 하부기관처럼 박 사무장에게 양심에 반하는 거짓 증언을 강요, 조작한 것이다.


문제는 박 사무장이 거짓증언을 번복하고 국토부와 대항항공의 엉터리 조사 등 모든 진실을 말해버렸다는 것이다. KBS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박사무장은 자신이 강요당한 거짓 진술, 교수직 보장 등 모든 조작의 내용을 낱낱이 공개했다.




▲ 지난 1월 1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바로 이 지점이다. 조직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개인에게 용기를 줘야 진실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가 된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미국 같은 사회는 부당한 압력에 맞서 진실을 말한 개인은 영웅이 된다. 한국같은 '불신 사회'는 결국 한 개인이 진실을 말한 대가를 홀로 톡톡히 치러야한다는 아픔이 있다. 


‘복수’를 다짐하는 조현아의 동생은 하나의 작은 사례일 뿐이다. 감옥에 간 조현아 전 부사장, 상무 이사 등 대한항공에 남아있는 중역들이 박 사무장을 어떻게 보고 대우할 것인가.


지난해 유포된 해당 찌라시의 내용과 의도는 ‘조현아에 대한 동정유도와 박 사무장의 나쁜 이미지 조성’이었다. 찌라시의 속성이 누가 만들었는지 출처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누군가가 대가를 받고 어둠속에서 특정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거나 양분시키는 등의 목적으로 매우 그럴듯하게 만든다는 것. 그리고 이것을 또한 인터넷 등 언론을 통해 확산 전파시킨다는 것이다.


박 사무장 입장에서는 정체없는 곳에서 마구잡이로 주먹과 발이 날아와 난타당하는 형국이다. 맞서 싸우고 싶어도 실체가 없어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는 지는 게임이다.


여론이 관건이다. 그러나 한국은 워낙 큰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수개월이 지나면 조용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조현아는 힘센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것이고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공이 크고, 초범이며, 늘 울면서 반성하고 있기 때문에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로 나오게 될 가능성도 있다.


진실을 말한 박 사무장은 갈 곳이 없다. 당장은 대한항공측에서도 그를 붙잡는 시늉을 하겠지만 그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대한항공 중역들의 부도덕한 모습 폭로, 이미지 실추 등 그에게 ‘해사(害社)행위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결국 아무 잘못 없이 사건에 연루된 에이스 박 사무장이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최대피해자가 되는 형국이다. 이것은 박 사무장의 패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굴복이 된다. 박 사무장의 공로는 최소한 3 가지는 된다.




▲ 지난 1월 1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첫째, 그는 대한민국 국토부가 대한항공 하부조직처럼 놀아났다는 서글픈 현실을 고발했다. 

국토부 조사관이 구속되는 모습을 보고 혀를 찰 수 있었던 것도 박 사무장이 용기를 내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다.


둘째, 어떤 계급이나 압력으로도 진실을 조작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박 사무장은 온몸을 던져 고발했다. 

교수직까지 제안하며 거짓진술을 유도했지만 그는 국민을 향해 진실을 말했다. 진실을 제때 듣지 못하고 늘 속고 사는데 익숙한 한국 국민은 그의 용기에 지속적인 박수와 격려를 보내야 할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셋째, 재벌 2,3,4 세들의 초고속승진과 리더십 부재의 현실 고발이다.


경영의 리더십을 배우기도 전에 초고속 승진하여 자기통제조차 안되는 철없는 부사장, 전무 이사 등 핏줄들은 한국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주요요인이 되고 있다. 무작정 자식에게 회사를 넘기게 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를 이처럼 잘 보여주는 사례도 드물다.


이런 공헌을 가져왔다면 박 사무장에게 상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그는 지금 병가 중이며 앞날을 고민해야 할 고단하고 절박한 입장에 처했다. 아무리 따져봐도 그는 처음부터 잘못한 것이 없다. 오직 자신이 경험한 진실을 말한 것 뿐이다.


언론은 한때 주요 취재원이었던 박 사무장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그를 어떻게 할 것인지 책임있는 임원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 박 사무장은 이제 대한항공의 사무장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실천한 ‘국민 사무장’이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1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