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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소유주 의혹 국정원 ‘양우공제회’ 실체 추적

irene777 2015. 1. 17. 22:14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 국정원 ‘양우공제회’ 실체 추적

선박·항공·골프장 ‘큰손’ 내역은 묻지도 따지지도 마!


- 일요신문  2015년 1월 7일 -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직원 상조회로 알려진 ‘양우공제회’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의혹 제기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실소유자 국정원 확신 더 커져…고발 환영하며 검찰수사 촉구한다’는 제목으로 “청해진 명의로 등록된 세월호의 실제 소유자는 누구일까? 나는 여전히 세월호가 국정원 소유임을 확신하며 ‘양우공제회’의 존재로 그 확신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침몰된 세월호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100가지 내용의 ‘국정원 지적사항’ 문서가 발견되면서 국정원의 세월호 운영·관리 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 검찰 수사 끝에 일단락됐던 논란이 이 시장에 의해 다시 부각된 것이다. 더욱이 양우공제회는 “비영리 상조단체”라는 국정원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양우공제회가 수천억 원대의 자산을 굴리며 골프장 운영 사업은 물론, 선박·항공기 등 펀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정원과 양우공제회를 둘러싼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 국가정보원 전경. 일요신문 DB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국정원 직원들의 상조회답게(?) 볕 ‘양(陽)’자와 벗 ‘우(友)’자를 쓰는 양우공제회는 김계원 씨(박정희 대통령 비서실장 역임)가 중앙정보부장을 하던 지난 1970년 9월에 설립됐다. 5000여 명의 국정원 모든 직원들이 매달 급여(본봉)에서 7~8%인 10만여 원씩을 떼어 기금을 마련한 뒤 퇴직 때 ‘연구비’ 명목의 연금 형태 지원금을 주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등기부등본에는 자산이 총 30억 원으로 나와 있지만, 골프장 운영, 부동산 임대, 펀드 투자 등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대며 수천억 원대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양우공제회는 국내에만 2곳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양우공제회가 처음 매입한 골프장은 라면 등을 주로 생산하는 식품회사인 삼양식품에서 운영하던 강원도 원주의 파크밸리골프클럽이었다. 당시 양우공제회의 골프장 인수 및 경영을 두고 공무원의 영리활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에 위반된다는 위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양우공제회는 2003년 1월 50만 평(165만 2893㎡) 규모(18홀)의 이 골프장을 운영하는 강원레저개발 주식 전체를 500억 원에 사들였다. 운전자금까지 인수 당시에만 540억 원을 쓴데 이어 2013년 말까지 골프장에 빌려준 돈이 508억 원에 이른다. 이 골프장에만 10년간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쓴 셈이다. 2006년에는 충북 충주의 골프장 제피로스GC 등을 운영하는 중원레저개발의 지분 전부를 292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말 중원레저개발의 회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양우공제회가 그동안 이 업체에 투자한 금액은 700억 원에 이른다. 


또한 양우공제회는 우양개발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2001년 경기도 성남시 구미동의 토지를 사들여 임대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2008년에는 미래에셋증권에서 판매한 항공기펀드 2호에 가입했는가 하면, 이듬해인 2009년에는 약 20억 원을 투자해 선박펀드에 참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국정원이 세월호 실소유주’라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2007년에는 마이애셋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통해서 중국 현지의 골프클럽 조성사업을 위한 펀드에 60억 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양우공제회가 사업 영역 확장에 적극적임에도 불구하고 경영은 합격점을 받지 못하며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1000억 원 이상 투입된 강원레저개발은 2013년 말 기준으로 자본금 88억 원에 총부채가 512억 원이나 된다.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581%에 달한다.  


양우공제회가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에 닿아있다. 일반적으로 공제회는 친목 목적의 ‘순수 공제회’와 영리 추구 목적의 ‘영리 공제회’가 있으며, 공무원은 영리 공제회에 가입할 수 없게 돼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는 ‘공무원은 공무 이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는 다른 직무를 겸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이 업무상 취득한 개발 정보 등을 이재에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 세월호 참사 당시 모습

최근 세월호 실소유주가 국정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예외는 있다. 개별법령에 의해 설립된 공제회에 한해서다. 교직원의 경우 ‘교원공제회법’, 군인은 ‘군인공제회법’, 소방공무원은 ‘대한소방공제회법’, 경찰공무원은 ‘경찰공제회법’ 등이 있다. 공제회법이 없음에도 공개적으로 공제회를 운영하는 기관은 ‘공제조합’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양우공제회는 이 같은 법적 근거가 없는 단체로 영리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개별적인 법적 근거가 없는 까닭에 이 단체의 구체적인 자금 규모와 출처는 물론 운영 상황 등 제반 사항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국정원을 감독하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몇 차례 양우공제회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적은 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공공기관이 아니어서 국회에 자료 제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감사원도 같은 이유로 양우공제회에 대한 조사를 한 번도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에 양우공제회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한 박민식(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공제회 운영 현황이나 재무 현황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국정원에서는 공제회의 지급 금액뿐만 아니라 회원 수도 비밀이라고 한다. 회원 수가 나오면 다 공개가 되는 것이니까 그런 이유를 들어서 자료 요청을 거부했다. 대신 국정원 직원이 의원실로 직접 찾아와서 의원님께 구두로 대면 보고를 했었다. 그 내용은 알 수 없다. 그런 내용은 의원님도 보좌진에게 얘기 못하는 기밀 사안으로 돼 있기 때문에 듣지 못했다”며 “국정원은 예산이나 결산 등을 할 때도 사실상 별로 아는 것도 없고 여러 가지로 애매하다. 양우공제회의 성격 등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관련한 팩트(사실)들을 알 수 없으니까 관련해서 딱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우공제회에 대해 논란이 이는 부분은 또 있다. 일각에서는 현직 국정원 기조실장이 양우공제회의 이사장을 맡는 등 이사회 구성원들이 대부분 국정원 간부급 직원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에서 지역 지부장까지 지낸 한 전직 간부는 “국정원의 기조실장은 국정원장과 파워가 동급이다. 예산을 관리하기 때문인데, 이런 이유로 정권이 바뀌면 원장과 함께 기조실장도 바뀐다. 양우공제회는 사실상 현직 직원들이 거의 모든 사업을 관리한다. 사업 참여 전후에도 국정원이 공무로 취득한 정보를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이 아무개 기조실장이 양우공제회 이사장으로 알고 있다. 관례상으로 기조실장이 이사장을 맡아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영리법인임에도 국정원이 ‘비영리 상조단체’라고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어떻게 보면 내부에서 최고 직위인 기조실장이 직원들의 최고 책임자가 되니까 양우공제회 이사장을 맡는 것이다. 그렇게 정관을 만들어 놓은 것 같더라”며 “군인공제회도 국가 자금이 단 한 푼도 안 들어가는데도 관리를 받고 회계가 다 공개되듯 국정원의 양우공제회도 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 원주 파크밸리골프클럽 전경

이곳은 국정원 직원 상조회로 알려진 양우공제회가 처음 매입한 골프장이다.



하지만 등기부등본에 명시된 양우공제회의 대표이사는 전직 기조실장인 이 아무개 씨다. 이 대표 외에 두 명의 이사가 더 있는데, 이 중 장 아무개 이사는 지난 2006년 국정원 지역 지부장을 지냈던 인사로 전직인지 현직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문병호(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직 기조실장이 양우공제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김광진 의원실 설명과 달리 문병호 의원실에서는 현직 기조실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의원들끼리도 서로 이사장의 정체에 대해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직이 맡고 있으면 문제가 있지만, 상식적으로 힘들다고 본다. 자체적으로 기금을 만들어 갖고 퇴직자들이 운영하는 것 같으면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다만 국정원의 어떤 영향력이나 힘을 이용해 사업권을 따고 사업을 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뭔가 증거가 나와야 하는데 자신들은 자신들 돈 걷어서 하는데 무슨 문제냐고 하고 있어서 꼬투리 잡을 게 없다”며 “여러 의혹은 있지만 국고가 투입이 안 돼서 ‘양심선언’이나 누가 자료를 갖다 주는 것이면 몰라도 국회에서 감당이 힘들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에 대해 국정원에 자료를 통해 답변을 요청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재직 중에 봉급을 얼마씩 떼어서 기금을 적립하는 양우회라는 단체가 있었다. 하지만 기조실장이 양우회 회장을 겸직한 건 아니었다. 내가 기조실장 할 때는 그런 것 안 했다. 그 뒤에 어떻게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다. 양우회 자체적으로 이사장이 있었다. 이름이 공개되는 국정원장 등 외부에서 가는 4명의 직위 외에, 1~3기 퇴직 직원 중 누가 봐도 국정원 출신이라는 사람들로 전직들이 양우회에 있었다. 퇴직을 하게 되면 받는 액수가 원래 나오는 공무원 연금보다 더 많다. 하지만 기조실장이나 국정원하고는 관계없이 별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국정원에서 직함을 갖고 가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베일에 싸인 양우공제회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국정원 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앞서의 전직 국정원 간부는 “양우공제회가 어떤 사업을 벌여 얼마를 손해 봤는지를 직원들은 알기 어렵다. 돈에서 국정원의 폐쇄적 권력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양우공제회 근거 법률을 만들고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국정원 개혁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권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현직 직원들도 뭔가가 월급에서 빠져 나가는 것은 아는데, 거기에 대해 관심을 둘 수 있는 조직 분위기가 아니라고 하더라. 경찰공제회나 이런 데는 경찰들이 굉장히 관심이 많다. 하지만 국정원의 경우 월급보다 활동비가 더 많기 때문에 월급이 들어와도 들어오나 보다 하고 조직 분위기상 관심을 가지기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양우공제회에 대해서 현직 직원들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게다가 국정원 예산은 보안이다”며 “우리가 세월호 실소유자라는 주장에 대해선 이미 충분히 해명돼서 논란이 끝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일요신문  이연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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