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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피해자 진술> 광주고등법원 ‘이준석 선장 등 항소심’ 첫날 피해자 진술

irene777 2015. 1. 22. 18:39



광주고등법원 ‘이준석 선장 등 항소심’ 첫날 피해자 진술


4.16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


- 2015년 1월 20일 -




이 글은 2015년 1월 20일 오후 2시, 광주고등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

“이준석 등 15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행한 수현아빠의 피해자 진술 전문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지난 2014년 11월 11일, 세월호 선장 이준석 등 15명에 대한 선고공판자리에서, 재판장 임정엽 판사의 판결문 낭독이 끝난 후, 방청석에서는 이런 분노석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재판장님! 이건 아니잖아요.”………………

그렇습니다. 우리 유가족들은 사건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그들에게 선고된 형량은 지나치게 낮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진정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그리고 우리 유가족들의 법 감정을 자극하는, 기대에 한참 모자라는 판결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선장 이준석 및 1등 항해사 강원식, 2등 항해사 김영호, 기관장 박기호 등의 ‘승객에 대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에 대하여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려면 사망이나 상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해야 하며, 나아가 사망이나 상해가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며, 이에 대해 법관이 확신을 가지도록 할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했습니다.(이준석 등 1심 판결문 126page) 즉 피고인이 ‘내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데, 정말 죽어도 상관없다’고 마음먹었음을 검사는 확실한 증거로 증명해야 하며,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내가 살려면 승객이 죽어도 상관없다’ 또는 ‘승객을 죽여서라도 내가 살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내심의 의사를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로 “피고인들이 ‘퇴선 명령’을 내렸는가. 또는 해경 등에게 ‘구조’를 요청하였는가.”를 기준으로 하였으며,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그러한 행위를 한 사실이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설령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1심 재판부의 논리와 고뇌는 우리 유가족들도 일정부분 충분히 인정하며,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오히려 재판기간 내내 유가족들을 많이 배려해 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항소심을 시작하는 현 시점에서 재판장님을 비롯한 재판부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1심 재판부의 엄격하고 교과서적인 판단보다는, 이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유가족과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정의의 편에서, 최대한 이해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1심 재판부는 퇴선명령에 대하여 “해경정이 도착할 무렵 피고인 이준석은 피고인 김영호에게 ‘승객들을 퇴선 시키라.’는 지시를 하였고, 피고인 김영호는 이를 양대홍 사무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무전기에 대고 탈출시키라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하지만 유가족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부분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습니다. 사고 당시 선장 이준석이 정상적인 선장의 역할에 충실했었다면, 퇴선명령이 있었다는 시간에는 승객들이 이미 갑판에 나와서 구조를 위해 대기를 하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침몰에 임박하여 해경이나 상선이 세월호 옆에 근접한 것을 확인하고, 자신들만이 안전하게 탈출하면서 했다는 퇴선명령을 인정하는 것은, 사망한 양대홍을 욕보이는 판단이었습니다. 또한,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침몰해 가는 급박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김영호와 양대홍을 통하여 퇴선명령을 할 것이 아니라, 조타실에서 직접 퇴선방송을 하고, 비상벨을 눌러야만 했다고 판단해야 옳았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선내에 메아리 칠 때, 최소한 배가 침몰하고 있으니 탈출을 준비하라고 정정 방송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판단해야 했습니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골든타임이 끝나는 100여분 동안, 승객의 안전과 구조를 위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은 피고인들이 신음처럼 뱉어낸 퇴선 명령 사실을 유죄와 무죄의 경계선의 근거로 정한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하여 유가족들은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는 바입니다.

1심재판부는 “피고인 김영호, 신정훈은 세월호에서 탈출한 후 해경이 정해준 모텔에 함께 있었고, 피고인 강원식은 목포에서 혼자 지내다가 피고인 김영호, 신정훈이 머물던 모텔을 방문한 적이 있다. 피고인 이준석은 사고 직후 해경의 집에서 머물다가 구속되었기 때문에 그 이전에 다른 피고인들과 만나거나 사건에 관한 대화를 나눈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주장했듯이 골든타임 100여분 동안 조타실에서 또는 선실 복도에서 피고인들이 쪼그려 앉아서 벌벌 떨고만 있었다고 유가족들은 믿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그 시간에 모텔과 아파트에 있었던 것이 이미 문제인데, 그것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도 법원의 판단도 없었고, 다만 형의 경중을 다투는 논거가 되었다는 것에 대하여 유가족들은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또한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세월호가 기울어진 이후, 제주 VTS 및 진도 VTS, 해경 등에 구조를 요청하였고, 반복해서 빨리 와달라고 요구한 점을 들어 피고인들이 승객들과 함께 모두 구조되기를 희망하였던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헬기소리를 듣거나 구명 단정을 목격하므로 써, 해경구조대가 도착하여 구조행위를 개시한 것을 확인하였으므로, 해경에 의한 구조작업이 순조롭게 이루어 질 것이라고 기대하였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피고인들이 VTS 및 해경에게 신고한 사실은 인정하나, 그들의 사고 직후 행적을 감안하면 진정으로 “승객들과 함께 모두 구조되기를 희망하였다.”는 판단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해경 등이 구조를 하러 왔기 때문에 그것을 확인한 피고인들이 다들 구조될 것이라 믿었기에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는 판단 또한 인정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것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선체에 있는 승객들이 전원 구조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길만한 근거가 있어야 했는데, 구조 헬기 3대와 P123정, 그리고 약간의 어선의 도착으로는 475명의 승객을 모두 구조하기에는 장비도 시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승객의 안전과 구조의 책임이 있는 피고인들로서는 탈출시점에도 여전히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구조할 책임이 있었던 바, 그들의 탈출행위는“내가 살려면 승객이 죽어도 상관없다” 또는 “승객을 죽여서라도 내가 살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1심 판결은 피고인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판단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1심에서 논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및 살인 미수 행위는 선체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인물들이 탈출했던 시점인 09시 46분경에서 논의해야 하는 것이지, 이전에 어떠한 마음을 가졌는가를 가지고 탈출 시점의 심리 상태를 유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힙니다.


검찰이 범죄사실을 정확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안타깝지만 정확한 지적이라고 봅니다. 우리 유가족들은 1심 재판과정에서 증인신문과 피고인 신문 절차를 오가면서 검찰의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피부로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애초에 피의자 집단으로 의심되는 해경과 합동수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그 대표적 결과가 위에서 논의된 피고인들의 아파트와 모텔에서의 행적이 아닐까 합니다. 최종 수사 결과와 재판진행과정 또한 매우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재판과정에서 공격의 수위는 매우 낮았으며, 칼날은 예리하지 못하고 매우 무디어서, 피고인들을 잘라도 잘리지 않았고, 찔러도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습니다. 이제 항소심을 시작하는 현 시점에서 유가족들은 검찰에게 다시 수사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재판에 임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본인의 아들과 딸이, 그리고 동생들이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라 생각하고 공격에 임해주실 것을 주문합니다. 올해 1월 8일 채널 A에서 방송되었던 가로수 고사 사건이 생각이 납니다. 자신의 상가 건물 앞에 심어 놓은 30년생 벚나무가 간판을 가린다고, 나무에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투입하여 고사시킨 사건입니다. 경찰은 상가 건물주 모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자백을 추궁 하였으나 계속 부인하자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하여 자백을 받아 냈다는 뉴스였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한 피고인 신문과정에서 피고인들이 녹음기와 같은 진술만 반복할 때, 우리 유가족들은 최소 거짓말 탐지기라도 동원했으면 하는 생각을 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이 유가족과 국민들로부터 작은 의심이라도 받지 않는 길은, 아니 최소한의 인정이라도 받는 길은 국민이 검찰에게 부여한 본분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저 차디찬 바다 속에 잠겨있는 세월호 선체 내부, 외부를 촬영하여 이 재판부에 제출해야 합니다. 사고 발생 직전 기관실에서 이수진이 한 행위가 무엇인지 피고인의 입에 의존하지 말고 과학적 수사를 통하여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피고인 이준석이 묵었던 아파트의 CC-TV를 공개해야 하고, 모텔에서 도대체 무슨 작당을 했는지, 해경과 피고인들이 이 사건에 어떻게 간여 되었는지 깨끗이 밝혀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증거를 바다 속에 묻어 놓고, 이를 제외한 상태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재판에 임하는 것은 국민과 유가족에 대한 모독 행위임을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 유가족들은 음모설을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능성 또한 배제하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피고인들에게 선고된 형량의 경중 여부를 떠나 1심 재판이 끝나면 적어도 많은 의문점이 해소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이 시작되는 현 시점에서 본다면, 전혀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사고 해역의 수심이 30m 이상으로 항해에 장애가 될 요소가 없었고, 세월호가 완전히 전복되었을 때에 촬영된 영상들에 의하면 세월호의 수심 아랫부분에 외부 충격으로 인한 파공이나 외부 물체와 충돌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솔직히 전부를 믿을 순 없습니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갑자기 급격하게 기울었다.”고 합니다. 146m라는 작지 않은 선박이, 아무리 고박상태가 불량하고, 복원력이 나쁘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순식간에 어린아이가 길 걸어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처럼, 침몰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단원고 생존학생 신영진이 사고당시 상황을 증언했던 “어두운 옷을 입고 모자를 쓴 사람. 좌현이 어떻게 기울었고 방이 어떻다는 얘기를 한 사람, 양대홍이 아닌 것 같은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싶습니다. 김용빈 학생이 증언한 “선원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무전기를 들고 다른 곳에 보고하고 있는 듯이 이야기 한 사람”도 누구인지 알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 유가족들은 지난 10여개월 동안 매우 고통스럽고 한스러운 삶을 살아 왔습니다. 잔인한 정부와 잔인한 여당으로부터 버림받았으며, 언론과도 차단되어 외계인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사명감과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유가족들은 앞으로도 매우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만 합니다. 참사 이후 우리 유가족들의 눈물과 호소를 외면해 왔던 정부, 여당이 이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줄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세금도둑’이라며 벌써부터 방해공작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유가족들은 이 재판부에서 최소한의 진실을 찾아주실 것을 소망합니다.


만약, 이 재판부에서 우리 유가족들이 납득할 만한 최소한의 진실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 유가족들은 아이들을 따라서 죽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원통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아이들의 원한도 달래지 못하는 못난 부모는 살아 숨 쉴 권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꿈도, 희망도, 정의도 없는 이 나라 이 땅에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 사법적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이 재판부에서 보여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http://416family.org/4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