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P-123정 김경일 정장에 대한 재판에서 한 피해자 진술
4.16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
- 2015년 1월 21일 -
오늘(21일) 해경 P-123정 김경일 정장에 대한 재판에서 한 피해자 진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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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해 자 진 술
2015년 1월 21일 광주지방법원
저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3반 24번 예은이 아빠 유경근입니다. 현재 가족대책위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작은 제조업체를 운영하면서 20여 명 직원들과 함께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고, 제 목숨보다 더 소중한 네 딸과 함께 알콩달콩 살아가고 싶었던 제가 대변인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지난 9개월 동안 울음 한 번 제대로 못 울고 살아온 현실이 저주스럽습니다.어제 재판 말미에 급작스럽게 흥분한 가족들로 인해 재판이 급히 끝나버렸습니다. 혹시 재판부나 검찰 그리고 인면수심 김경일과 그 변호인이 흥분하는 가족들을 보며 앞뒤 못가리는 비이성적인 사람들, 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매우 기분 나쁘고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재판부던 검찰이던 아니면 살인마 김경일이던 그렇게 한순간이라도 생각했다면, 오히려 자신들이 이 자리에 왜 있는지, 무엇을 위해 이 자리에 있는지 망각하고 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부터 왜 그런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진행 중인 본 재판은, 아니 선원, 선사, 해운조합, 해경 등이 피고가 되어 진행 중인 모든 재판은 오직 단 한가지의 목적을 위한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짜 원인을 낱낱이 파헤쳐 그 책임자를 성역 없이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세우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 마지막 참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도록, 다시는 어떠한 대한민국 국민도 우리와 같은 절망과 한을 겪지 않도록 하는게 이 재판의 유일한 목적이어야 합니다. 이 대명제 앞에 어떠한 정치적 판단도, 어떠한 개별 이익관계도 개입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김경일에 대한 이 재판은 시작부터 잘못되었습니다.
검찰의 기소부터 잘못된 매우 비상식적인 재판입니다. 김경일이 아무리 현장책임자라 하더라도 현장책임자에 대한 지휘권한을 가진 고위 간부들의 책임을 간과하는건 전혀 비상식적입니다. 구체적인 법 적용이 힘들다 하더라도 이 재판의 유일한 목적, 참사 재발 방지와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대명제를 잊지 않고 있다면, 검찰과 재판부는 법문에 얽매이지 않는 판단을 해야 합니다.
법은 상식입니다. 법은 양심입니다. 인류의 상식과 양심을, 이를 악용하거나 해치려는 무뢰배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만든 것이 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재판은 두껍고 시커먼 표지 안에 갇혀 있는 법문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상식과 양심을 지켜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법은 살아있는 정의의 보루가 될 것입니다.
검찰은 김경일 뿐만 아니라 지휘라인에 있는 관련 지휘관 등도 기소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어느 누구도 김경일 단 한명에게만 구조실패의 책임을 묻는 것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식을 저버리고 있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이미 결과를 정해놓고 짜고 치는 재판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과거 참사들 모두 기소와 재판을 했지만 한결같이 말단 공무원, 직원들만 매우 가벼운 처벌을 받고 끝나버렸습니다. 정작 누가 봐도 책임을 져야만 했던 사람들은 모두 빠져 나갔습니다. 그 결과 무슨 짓을 해도, 수백 명을 죽음에 몰아넣어도 나에게는 아무 일 없을거라 생각하고 오직 돈만,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며 무책임하게 활보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꿔야 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세상을 바꾸는게 검찰과 법원이 해야 할 일이 아닙니까? 아니, 그러한 사명감이 있기는 한 것입니까?
이준석 등 선원들에 대한 재판 결과에 동의하는 가족들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도 같은 생각으로 분노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단지 사형선고를 하지 않아서 그런걸까요? 예은이 아빠로서 개인적인 원한만을 생각한다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제가 단지 우리 예은이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재판을 지켜보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이미 이준석을, 김경일을 내 손으로 직접 갈갈이 찢어 죽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들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기다렸습니다. 내가 직접 응징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도 아닐뿐더러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합당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검찰과 재판부는 이렇게 고통스럽게 인내하는 가족들이 빤히 지켜보는 앞에서 선원들이 왜, 왜,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쳤는지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저 그렇게 도망간 것이 승객들의 죽음과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는지만 따졌습니다. 저들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도망가서 다들 떼죽음을 당한게 분명한데도 어이 없이 그러한 공방만 펼치다 결국 삼십 몇 년 징역형을 선고하는데 그쳤습니다. 우리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참사의 원인입니다. 일부 사람 같지도 않은 것들이 떠드는 대로 단순해상교통사고로 끝날 일이 당연히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304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참사가 된 이유를 알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야만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고, 그래야만 내 딸 예은이, 우리 아이들, 우리 가족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제 재판에서 우리 가족들이 흥분한 이유를 아십니까?
재판부는 퇴선방송을 했더라도 헬기의 소음 때문에 들리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김경일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참사 당시와 가장 유사한 조건에서 실험을 해보겠다고 했고, 만일 김경일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퇴선방송을 안한 것이 304명 승객들의 죽음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는 설명을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압니다. 어떠한 조건에서도 P-123정의 퇴선방송은 승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음을. 아니, 피고 김경일 자신이 훨씬 더 잘 알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들이 흥분한 이유는 재판부가 이준석과 선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김경일에게도 면죄부를 주려 한다고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아니, 김경일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구조를 안한, 구조실패가 아닙니다. 구조실패는 구조를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못했을 때 쓰는 말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아예 구조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구조를 안해서 당연히 살아 돌아와야 할 내 딸 예은이를,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는 가족들을 모조리 수장시켜버린 정부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수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그동안 피고의 권리를 강조해 왔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피고의 권리를 충분히 존중하고 보장해야 합니다. 백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기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장과 선원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대한민국 해경이 304명, 아니 476명 국민들의 생명을 구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 피해자들이, 가족들이, 국민들이 상상도 못했던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부의 존재이유를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되었는데, 그런데도 살인마들의 권리가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면, 답은 명확합니다. 나 스스로 죽던가 이민을 가던가.
법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권리와 안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리고 그 일을 해야 할 곳이 법원이 맞다면, 피의자의 권리를 중시하는 만큼, 아니 그 이상 피해자의 권리, 국민이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도 존중해야 합니다.
피고 김경일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하겠지만 우리 가족들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2010년 11월 24일 뉴시스의 기사 제목은 “군산해경 경비정 2년 연속 최우수함정 등극”입니다. 기사 내용입니다.
“해상 치안은 물론 통합방위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전북 군산해양경찰서 소속 경비정(P-123)이 2년 연속 최우수 경비정으로 선정됐다.
24일 군산해경에 따르면 해양경찰이 보유한 경비함정 300여척 중 가장 우수한 함정을 선발해 표창하는 ‘해양경찰 우수 경비함정’에 P-123정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발돼 최우수함정으로 등극했다.
P-123정은 올 두 차례 실시된 해상종합훈련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고 해상치안실적도 특별법 49명 검거, 형사사범 2명 검거, 기소중지자 11명 검거 등 단연 앞섰다. 또 좌초 충돌선박 구조, 표류선박 예인 서비스 등 대국민 봉사활동에도 적극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1월 14일 전북일보 기사제목은 “작지만 매운 고추 ‘군산해경 P-123정’”입니다. 기사 내용입니다.
“30톤급 소형 경비정이 군산해경 자체 업무성과 평가에서 수천톤급 대형함정을 제치고 소속 함정 중 1위를 차지하면서 화제다.
14일 군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2012년 군산해양경찰서 소속 부서별 업무성과 평가’에서 30톤급 P-123정(정장 황승택 경위)이 1위를 차지했다.
형사기동정으로 알려진 P-123정의 주된 임무는 해상치안질서 확립으로 해상을 통한 각종 범죄 단속과 국제성 범죄 차단, 불법조업 감시 업무로 상대적으로 구조·구난 활동 투입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P-123정은 올해 위반선박 검거 30척 등 단속 및 감시 임무는 물론, 조난선박 구조 5척 등 각종 해양사고에도 탁월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예방정비 이행도 100% 등 모든 평가 실적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특히 P-123정은 2012년도 해경청 산하 15개 경찰서 성과 평가에서 경비함정 부문 1위를 차지하며 군산해경이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런 전통을 가진 P-123정에 3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피고 김경일이 정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경황이 없었다, 퇴선방송을 해도 안들렸을 것이다, 이런 변명을 늘어놓을 뿐만 아니라 퇴선유도를 하라는 명확한 지시를 받고도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겨우겨우 스스로 탈출해 살아돌아온 단원고등학교 학생생존자들의 증언을 들려드리겠습니다. 특히 피고 김경일은 똑똑히 들으십시오.
-선실에 들어올 수 있었는데 들어오지 않았어요.
-제 생각에도 해경이 왜? 내부로 들어와서 구조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거의 제일 마지막에 나왔거든요, 180도 이상 넘어갔을 때요, 그래서 저는 밖으로 나올 때까지 선미 쪽에 있었는데 그 안에 시간이 되게 느리게 가는 것 같았고, 구조를 할 시간이 충분히 많았어요, 영화 같은데서 나오는 것처럼 구조대원분들이 구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지 않았어요, 제가 있던 곳이 선미고 비상구랑 거리가 가까워서 들어와서 구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저 구조할 때 제일 처음 배 밖으로 나와 고무보트에 구조됐었는데 보트에 타지 말고, 그냥 끈 잡고 매달려 오라고 했어요, 그리고나서 큰 배로 옮겨 탈 때도 도와주신 건 일반인이었어요, 정말 너무하셨어요.
-출구 앞에서 나오는 애들만 보고있으면서 보트 위에서 건져주기만 했어요.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어요. 보트 위에서 올려주기만 했어도…
-해경이 배 위로 다니는 걸 봤어요, 저희를 봤는데도 쳐다보기만 하고 그냥 갔어요. 너무 무섭고 두려웠어요, 들어와서 구조만 했더라도 많은 친구들이 살 수 있었을텐데…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10분에 내 딸 예은이와 통화를 했습니다. 해경이 왔다고 했습니다. 빨리 구조되서 갈거라고 했습니다. 보고싶어요, 사랑해요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예은이는 답이 없습니다.
오후 2시 20분에 진도체육관에 도착하고 나자 얼마 안있어 탈출한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들어왔습니다. 예은이는 없었습니다. 예은이를 본 친구 있냐고 정신없이 묻고 다녔습니다. 그러자 한 아이가 대답하더군요.
“예은이는 살았을거예요. 제가 살았으니까 예은이도 살았을거예요. 바로 제 뒤에 있었거든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올거예요.”
극도로 흥분해 있던 예은이는 해경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휴대폰 배터리가 없는 친구에게 휴대폰을 빌려주며 함께 복도로 나가 자신을 구해줄 해경을 기다리며 줄을 서있었습니다. 해경이 왔으니 당연히 구출될 거라고 믿고 정신없이 밀치고 나가는 어른들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출될거라는 희망이 어느 순간 영문도 모르는 공포로 뒤바뀌는 처절한 고통을 느끼며 죽어갔습니다. 예은이는 4월 23일 오전 8시 3분에 그 친구가 얘기했던 3층 복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예은이에게 해경은 희망이었습니다. 250명 우리 아이들에게 해경은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희망은 애타게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외면했습니다. 당연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 믿었던 아이들에게 익사의 공포보다 더 끔찍한 절망을 맛보게 했습니다. 그런 절망 속에서 억울한 울음을 제대로 내뱉어보지도 못한 채 죽어갔습니다.
고문이 두려운 이유는 육체의 고통 때문이 아니라 벗어날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피고 김경일과 해경이 살인마인 이유는 벅찬 희망을 안고 바라보던 아이들에게 절망만을 던져주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호흡을 절망 속에서 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절망의 고통을 우리 가족들은 여전히 고스란히 느끼며 살아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해경은, 대한민국 정부는 나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 속에서 국민들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검찰과 재판부에 다시 한 번 요구합니다.
김경일을 마땅히 살인죄로 처벌해 주십시오. 뿐만 아니라 김경일보다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지휘관들은 물론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정부의 잘못을 낱낱이 드러내 강력히 처벌해 주십시오. 그래서 다시는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하거나 국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예은아!!
네가 왜 그렇게 죽어가야만 했는지 반드시 밝혀내고, 책임을 물을게. 다시는 너와 같이 죽어가는 친구들이, 동생들이 안생기도록 할게. 아빠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놓고 나서 바로 예은이 만나러 갈게. 외롭고 고통스러워도 조금만 참아줘. 미안해. 예은아.
<출처 : http://416family.org/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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