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프랑스 교육,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진실의길 김용택 칼럼
- 2015년 1월 22일 -
타인을 심판할 수 있는가?(2000년)
과거에 벗어날 수 있는가(2006년)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가?(1993년)
3개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 4시간에 걸쳐 답을 작성해야 하는 수험생
철학시험뿐만 아니라 철학과목을 포함한 15개 과목 모두 마찬가지로 주관식 논술
수험생들은 일주일간 시험을 치르고 20점 만점에 10점 이면 시험에 통과
시험에 통과하면 점수에 상관없이 원하는 국공립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합격자는 전체 수험생의 80% 이상, 10점 미만인 자에겐 재시험의 기회를 줘서 합격률을 높이려 함.
시험의 목적은 못하는 학생을 가려내고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학생을 합격시켜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
바칼로레아 시험이 있는 날
올해는 어떤 문제가 나왔을까?
수험생처럼 철학 시험문제를 기다리는 시민들.
TV에 출연해 자신이 작성한 답안을 발표하는 정치인들.
한 장소에 모여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학자와 시민들.
거리에서 집안에서 공원에서 프랑스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시험을 치르는 시험.
그렇게 매년 프랑스가 함께 생각하고 답해 온 바칼로레아 철학문제들…
중국천안문 사태가 있었던 1989년, 폭력은 어떤 사호아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가?
이민자 폭동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2006년, 특정한 문문화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
정치인들의 탈세와 비리로 얼룩졌던 2013년,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도 도적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
200년 넘게 프랑스 시민을 생각에 빠뜨린 바칼로레아
1808년 이 시험의 목적은 건강한 시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었다.
☞ http://www.youtube.com/watch?v=Rk2lhS6rLR0&feature=player_detailpage
‘지식채널ⓔ’가 방송한 이 유튜브를 보면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느라 애를 먹었다. 고등학생들의 수업을 수십 년간 해왔던 나로서는 지난날 악몽과 회한이 나를 오열케 했다. 기저귀 찬 어린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어린이집이며 유치원에 다닐 때쯤 되면 적게는 서너개, 많게는 5~6개 학원으로 내몰리고 초등학교에서부터 국제학교나 특목고를 다니기 위해 제대로 잠도 못 자며 자라는 아이들…
새벽같이 등교해 자율학습, 정규수업(말이 정규지 시험문제 풀이하는 학원이나 다를 게 없다)과 또 자율학습, 그리고 보충수업, 자율학습… 으로 학교공부가 끝나기 바쁘게 학원으로 그리고 새벽 2시 가까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는 잠을 자고 인성교육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가 하면 학교 안에는 사교육이 합법적으로 들어와 공교육인지 사교육인지 부별이 안 되는가 하면 국가까지 나서서 방송과외(EBS)를 하는 이해 못할 나라가 대한민국의 학교다,
왜 우리는 안 될까? 왜 우리는 프랑스처럼 공부할 수 없을까? 왜 우리는 저 착하기만 한 아이들에게 이런 못할 짓을 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고3 학생들의 고생을 말한다. 그런데 정확하게 말하면 고3뿐만 아니다. 초등학생까지 4당 3락이라는 유행어가 나돌 만큼 잔인한 경쟁의 늪으로 내몰아 아이들은 한계상황에 내몰려 있다. 이런 교육을 하는 나라에서 어떤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상처받지 않고 건강할 수 있을까?
혹자들은 말한다. ‘공정한 경쟁’이라고… 너도 열심히만 하면 너도 의사도 되고 판검사도 될 수 있다고…! 젊을 때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정말 그럴까? 그런 고생을 해가며 열심히만 노력하면 원하는 학교도 직장도 기다리고 있을까?
실업률이 사상 처음으로 10%(잠재실업포함)가 넘어 300 만에 육박하고 있다는 보도다. 모든 아이들이 노력만 하면 의사도 되고 판검사도 될 수 있다고…? 새빨간 거짓말이다. 재벌과 노점상이 경쟁하면 노점상도 재벌이 될 수 있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교육을 상품으로 만들어 놓고 공정한 경쟁이라고 우기는 자들은 사기꾼이 아니면 사이코패스다. 말이 민주주의지. 지금 우리 사회는 계급사회요, 카스트 제도와 다를 게 없다. 이름만 다를 뿐, 성골과 진골 그리고 6두품이 엄연히 존재하는 귀족사회다. 재벌과 기득권층은 귀족이요, 노동자, 노숙자들은 노비와 다를 게 없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학교교육이 비판의식도 사회의식도 민주의식도 현실을 볼 수 있는 안목도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 수박에 없는 이유가 프랑스처럼 문제를 놓고 자기 생각을 하게 하는 공부가 아니라 답만 찾는 공부, 문제풀이만 하는 공부를 12년 동안 했으니 어떻게 사고력이나 판단력이 길러질 수 있겠는가?
생각이 없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학교는 불행하다.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도, 옳고 그름도 분별할 줄 모르는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어떻게 건강한 사회인이 될 수 있는가? 자기 생각이 없는 시민들이 사는 사회는 사이비 정치인과 재벌의 광란의 춤을 추고 있다. 곡학아세하는 지식인들이 민중을 우롱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비판의식이 없는 시민, 세상을 보는 안목이 없는 민중들이 사는 사회는 찌라시 언론이 판을 치는 부끄러운 사회다. 우리는 언제쯤이면 주인이 주인대접 받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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