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부의 이름으로 무엇이 좋을까요?
- 시사IN 2015년 1월 26일 -
한때 ‘○○정부’가 유행했더랬다. 대통령 취임과 함께 출범하는 정부의 5년 철학을 담아내는 작명에 관계자들이 온 힘을 쏟았다. 그래서 김영삼 대통령은 문민정부, 김대중 정부는 국민의 정부,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라는 이름을 내세웠다.
이 면면한 전통은 이명박 정부에 와서 끊겼는데, ABR(Anything But Roh·노무현 정부가 한 거 빼고 다) 기조의 연장이었는지, 아니면 오렌지가 아니라 ‘어륀지’라 정색한 “뼛속까지 친미”의 아메리칸 스탠더드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아무튼 그때부터 그냥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가 되었다.
이번 정부에 ‘○○정부’를 헌사한다면 무엇이 좋을까 고민을 해…본 건 아니고, 오랜만에 인사를 단행한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조직 개편을 보다가 문득 떠올랐다. 이름하여 ‘해체정부’. 포스트모던하고 시크한 데다 시대 현상까지 반영한 이름이 아닌가 감히 자화자찬해본다.
ⓒYTN 캡쳐
대통령께서는 우선 지난해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자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셨다. 육군참모총장도 발을 맞췄다. 지난해 윤 일병 사건이 터지자 반인권 부대는 해체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문제를 문자 그대로 ‘발본색원’하겠다는 정부의 결연한 의지에 감복한 누리꾼들은 이에 발맞춰 성적이 부진한 축구 국가대표팀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로 곤욕을 치른 국무총리실도 해체해야 한다는 충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 인사에서는 청와대 제2부속실이 해체되었다. 지난해 말 ‘정윤회 문건’ 때문에 구설에 올랐지만 검찰 출석 조사는 피해 간 안봉근 비서관과, ‘전지현 트레이너’로 이름을 알렸던 윤전추 행정관이 속해 있는 곳이다. 박 대통령은 여러모로 비판의 대상이 된 이곳을 해체하는 수를 두면서도 안 비서관은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주는 세심함을 잊지 않았다.
시대정신 ‘해체’에 여기도 빠질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19일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을 내렸다. 2013년 5월 이석기 전 의원 등 13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 ‘RO 사건’이 실체적 위험이 있다며 정당 해산의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정작 한 달 뒤 나온 대법원 선고에서는 내란 음모가 무죄다. RO 실체에 대해서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다소 민망해진 건가 싶다가도, 설마 대법원도 해체?
- 시사IN 김은지 기자 -
'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리타임, 한국 정부 세월호 인양 여부 조사 착수 (0) | 2015.02.03 |
---|---|
예산안 합의해놓고, ‘세금 도둑’이라니 (0) | 2015.02.03 |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제대로 된 진실! 참 진실...” (0) | 2015.02.03 |
<권영철의 Why뉴스> 세월호 인양 결정 왜 이렇게 더디나? (0) | 2015.02.03 |
세월호 240일간의 이야기... 안산에서 첫 '북콘서트' (0) | 2015.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