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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치인과 회고록

irene777 2015. 2. 6. 07:15



정치인과 회고록


진실의길  정운현 칼럼


- 2015년 2월 5일 -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과 함께 연합국의 승리를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처칠은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는 화가이기도 했는데 특히 인상파 풍의 풍경화로 유명했다. 그런 처칠은 에세이와 시사평론은 물론 소설, 전기, 회고록, 역사서 등을 집필한 정력적인 작가이자 저술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대표작은 6년 동안의 2차 대전 경험을 토대로 펴낸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전 6권)으로, 195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서구에는 ‘전기(傳記)문학’이라는 장르가 있을 정도로 전기나 평전이 대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영웅들의 삶은 실패든 성공이든 그 자체로 후세에게 교훈이 되고도 남는다. 사실에 기초해 제대로 쓴 전기라면 그만한 교재도 없다. 그래서 잘 쓴 전기는 기록 차원을 넘어 작품으로서도 인기를 얻어 널리 회자되기도 한다. 아이작 도이처가 펴낸 <트로츠키>(전 2권), 버트란트 러셀이 직접 쓴 <러셀 자서전>(전 2권) 등이 대표적인 전기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도 수백 종의 자서전(혹은 평전)이 출간돼 있다. 과거 벼슬깨나 했거나 돈깨나 번 사람들의 얘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방적인 미화나 찬양, 자기변호 일색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실패담이나 인간적 실수 같은 건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출간된 자서전은 별 인기가 없다.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된 경우를 별로 보지못했다. 찬사는커녕 오히려 논란과 비판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출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두고 말들이 많다. 사실을 왜곡한데다 아전인수식 해석과 억지주장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스스로를 ‘경제 대통령’으로 불렀다. 그러다보니 회고록에도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FTA, 자원외교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이 사실과 달리 지나치게 성과를 과장됐다는 점이다. ‘사자방 비리’로 불리는 사대강 사업, 자원외교 등은 대표적인 혈세낭비와 국부유출로 국민적 비난을 사고 있다. 자원외교의 경우 국회 국정조사가 예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랑 일색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무엇보다도 문제가 심각한 것은 대외관계와 관련한 대목이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한 지 불과 2년도 안된 시점에서 한중정상회담 관련 후일담을 비롯해 대북 접촉 비사를 전격 공개했다. 어떤 대통령이든 간에 국방-외교 분야는 회고록에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이는 상대국에 대한 예의이자 국익과도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비판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 측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담은 회고록을 추가로 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논란을 빚자 그의 실정(失政)을 조명하는 책이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다. 유종일 KDI 교수, 강병구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박선아 변호사, 최상재 SBS PD 등 16인의 전문가들이 펴낼 <MB의 비용>이 그것이다. 이들은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경색된 남북관계, 권력형 비리, 언론장악 등 MB 정권의 부정적 유산을 다룰 계획이다. 이래저래 MB 회고록은 또다시 논란이 일면서 MB 정권 또한 비판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