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병과 청와대 병, 전혀 다른 처방
장행훈 칼럼
- 미디어오늘 2015년 2월 1일 -
▲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 대처능력이 점점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국정 농간은 전 국민을 가슴에 안아야 할 대통령직을 조롱의 대상으로 격하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고리들을 비호했다. 그들이 없이는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발언을 했다. 그러나 여론의 압력에 밀려 마침내 23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 대표를 새 총리로 지명하고 ‘3인방’이 다시는 국정을 농간하는 일이 없도록 그들의 자리와 권한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 개편’에도 불구하고 ‘문고리 3인방’은 청와대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들에 대한 지휘 감독의 책임자로서 사퇴 압력을 가장 강하게 받아온 김기춘 비서실장도 ‘당분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당분간이 얼마나 계속될지도 알 수 없다.
청와대 비선의 행동에 대한 여론의 불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것이 언론의 전반적 평가인 듯 하다. 이러한 태도는 지난 크리스마스 직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정부(교황청)를 통치하는 추기경 주교 사제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이들에게서 열다섯 가지 ‘교황청 병’의 징후가 보인다는 중병 진단을 내리고 이들이 이 징후를 제거하지 못하면 전 세계에 12억 신도를 거느린 가톨릭 교회의 장래가 우려된다고 경고한 태도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교황청에 문고리가 존재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바티칸정부에도 부패가 꽤 퍼져있다는 비판은 꾸준히 나돌았다. 내분도 있다는 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앞으로 치유해야 할 ‘교황청 병’이다.
교황은 바티칸 정부 책임자들에게 열다섯 가지의 ‘교황청 병’ 징후가 보인다는 진단을 내렸다. 영적 알츠하이머 징후가 보인다고 경고하고 질책했다는 것은 언론에도 보도됐다. 교황청 창설(1089)이후 교황이 교황청 정부의 추기경 주교들에게 직접 이렇게 엄하게 질책한 일은 일찍이 없었다는 보도다.
박근혜 대통령처럼 여론에 밀려 어정쩡하게 행동한 게 아니다. 그래서 유럽 언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교회를 혁명할 의도를 갖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청와대를 그렇게까지 개혁할 의지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박근혜 대통령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청와대 문고리를 척결하는 의지를 배웠으면 한다. 교황이 열거한 열다섯 가지 ‘교황청 질병’ 징후 가운데는 박근혜 정부에 해당되는 것들도 있다.
몇 가지 예를 든다면 우선 교황은 정부(교황청)가 자아비판을 하지 않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런 정부는 이미 병든 조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일침을 놓았다. 청와대에도 해당되지 않는가?
둘째, 정부가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하는 인간적 감수성을 잃으면 그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을 언급하는 것 같지 않은가?
셋째, 영적 알츠하이머 징후다. 주님과의 만남-이것을 국민과의 소통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을 잊고 당장 여기서 접하는 현재의 격정이나 일시적 광적인 흥미에 도취하면 자기 손으로 만든 우상의 노예가 되는 것이니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넷째, 자기 보스(상사)를 신격화하는 병이다. 혜택을 기대하면서 자기 상사에게 아첨하는 병이다. 이들은 출세주의 기회주의의 희생자들이다. 그들은 신이 아닌 사람을 신처럼 섬기는 것이다. 다섯째,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한 병이다. 소통이 있을 수 없다. 여섯째, 전체를 지배하려고 ‘폐쇄된 동아리’를 만드는 병 등이다. 분파주의의 파급이다.
‘교황청 병’ 진단은 가톨릭 교회 사제들을 향한 강론이기 때문에 종교적인 표현이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정부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지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황청이나 청와대나 다 통할 수 있는 교훈일 수 있다.
교황청의 경우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조직의 신뢰가 깊고 교황의 지도력에 모든 구성원이 순응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나타난 ‘문고리 3인방’이나 ‘십상시’ 같은 그룹의 활동은 국민보다 특수 이익집단을 위해 최고의 공조직을 사용(私用)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게 했다.
박근혜의 청와대는 이미 국민의 의혹을 받을 만한 행동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불행한 기록들을 남겼다. 앞으로는 그 행동을 투명화해서 국민의 의심을 받지 않도록 활동을 공개했으면 한다. 청와대를 사용(私用)할 생각을 갖는 세력이 없도록!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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