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위, 방해 심해도 판 깰 순 없다”
“손발 다 잘리고 위원들만 남은 상황”
<인터뷰> 세월호 특위 설립준비단 대변인 박종운 변호사
- 미디어오늘 2015년 2월 3일 -
“정치적 도덕적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세월호 특별법에 위원 징계에 관한 법은 없다.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비판을 할 수는 있지만 징계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여당에게 임명을 철회하라고 하는 건 거의 (특위를) 깨겠다는 것이고. 저희는 빠른 시일 내에 특위 출범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가야한다고 본다.”
지난 달 16일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여당과 여당추천 특위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들의 ‘어깃장 놓기’에도 특위 설립준비단은 ‘함께 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위 설립준비단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종운 대한변협 변호사를 지난 2일 서울지방조달청에 위치한 특위 설립준비단 임시 사무실에서 만났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특위 설립준비단은 올 1월 1일부터 활동하게 됐으며 현재 본격적인 진상 조사에 앞서 위원회 사무처를 구성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달 16일 특위를 ‘세금도둑’ 이라고 표현한 데 이어 새누리당 추천 황전원 특위 위원은 세월호 설립준비단 해체를 요구했다.
급기야 지난 달 23일에는 새누리당 추천 위원인 조대환 부위원장(내정자)이 특위 설립준비단에 파견된 공무원들을 원래 정부 부처로 돌려보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손발이 없어지고 위원들만 남은 셈이다.” 박 변호사는 현재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공무원들은 특위 설립준비단과 정부 사이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준비단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종운 변호사 사진=이하늬 기자
지난 달 초까지만 해도 특위 설립준비단은 직제(직무나 지위에 관한 제도)는 행정자치부와, 예산은 기획재정부와 논의 중에 있었다. 특위 설립준비단과 정부와의 협의안이 차관회의에 올라갈 정도로 논의 되면 대통령 임명장이 나오게 된다. 특위는 임명을 받아야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게 된다.
“예정대로라면 1월 중순에는 대통령 임명장이 나온다고 했었다. 나중에는 2월 초라고 했고.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언제 임명이 될지 모르겠다.” 박 변호사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무엇보다 ‘세금도둑’ ‘듣도 보도 못한 황당한 예산’ 등의 발언이 잘못된 근거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특위 설립준비단은 240억 원 가량의 예산을 고려하고 있다.
특위가 고려하는 예산규모가 알려지자 비난이 쏟아졌다. 특위에서 논의된 예산규모가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158억,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120억 원에 비해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해수부와 기재부 예산은 크게 두 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었다. 인건비와 기본 활동비가 하나고 임대료 등 건물 유지비가 다른 하나”라며 “사업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위에는 진상규명, 안전사회, 지원 등 세 개 소위원회가 있다. 특위가 고려하는 예산에는 해당 소위원회의 사업비가 포함된 규모다. 따라서 사업비 항목이 아예 포함돼 있지 않은 해수부나 기재부가 상정한 예산을 특위가 상정한 예산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박 변호사는 “인건비랑 활동비만 있다고 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특위 소위원회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가령 진상규명의 경우 검찰조사나 재판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주장이다. 박 변호사는 범죄 여부를 가리는 것과 의혹을 검증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답했다. 검찰조사나 재판에서는 범죄 유무만 판단했다면 진상규명 소위원회는 세월호와 관련된 온갖 유언비어와 의혹을 모두 털고 가겠다는 것이다.
안전사회 소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재해재난 사전예방과 사후대처를 국민참여형으로 진행 하려고 한다. 공무원 인식의 문제, 국민 의식의 문제가 함께 가야 한다. 우리도 안을 가지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제안을 받고 종합보고서 만드는 과정도 공개적으로 할 것이다.” 국민참여를 위해서는 지역순례, 전문가 면담, 홍보 활동 등이 필요하다.
특위 기간을 생각하면 빠듯해 보이기도 한다. 특위는 1년을 활동기한으로 하되 6개월 범위에서 활동기한을 한 번 연장해 최대 18개월간 활동할 수 있다. 그래서 특위 설립준비단은 여당 추천 개인 위원들의 ‘의견 표명’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유감을 표명할 수는 있으나 그 분들 개인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다.
다만 박 변호사는 한편으론 ‘정당성’을 강조했다. “정부기관이나 여당이 버틸 수는 있지만 (그건) 정당하지 못하다고 말할 것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정당성을 획득한 사람의 의견이 관철될 것이라 믿는다. 정당성이 없는 건 그리 오래 갈 수 없다. 또 법이 있는데 출범을 안 시킬 수는 없으니까.”
오는 4일 특위 설립준비단은 3번째 전체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 날 회의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참가해 기대하는 바를 전달한다. 박 변호사는 “그 날 회의에 따라 향후 대응이 달라질 것 같다”며 “그 날 어느 정도 협의가 된다면 공무원도 (다시) 올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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