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공론화 핑계로 시간 끌기 노리나
인양 포기한 스웨덴 사례 제시하며 여론 저울질...국민 공론화 방식도 쟁점
- 미디어오늘 2015년 2월 3일 -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두 축은 세월호 진실규명 조사특위를 통해 활동을 하고 인양을 통한 침몰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하지만 특위 파견 공무원을 철수시키는 등 조사 활동에 난항을 겪고 있고 인양 논의도 국민 여론을 앞세워 반대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급기야 이주영 전 장관은 국민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 작업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인양 결정을 내리고 추후 인양 약속을 받은 것으로 이해했지만 인양 여부 결정에 단서를 단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이 지난달 26일부터 20일 동안 팽목항으로 도보행진을 하고 있는 것도 지지부진한 인양 논의를 촉구하기 위한 차원이 크다.
세월호 인양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현장탐사,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세월호 인양 TF의 보고서 제출 등을 거쳐 최종 논의하게 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1월 8일부터 15일까지 해저면의 퇴적물 구성, 해저면 하부의 지층 구조를 탐사했고, 지난 1월 23일부터 1월 27일까지 세월호 선체에 대한 정밀 3차원 입체탐사가 이뤄졌다. 그리고 1월 29일부터 2월말까지 선체 주변 해역의 유속 관측을 위한 음향유속계를 이용해 주요 지점에서 측정하는 3차 탐사를 진행하게 된다. 3차 탐사를 마치면 3월 말까지 최종 시뮬레이션 결과를 반영한 인양TF의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보고서 내용이 인양 가능성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와 세월호 인양 TF는 현재까지 이뤄진 탐사 결과와 인양 가능성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문제는 인양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이 나더라도 정부가 ‘국민 공론화 과정’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관건은 국민공론화 합의부터 공론화 방안을 정하는 인데 정부와 세월호 가족들이 갈등을 빚을 수 있다. 세월호 가족들은 침몰 원인을 밝히고 실종자 수습을 위해서라도 인양은 ‘필수’라며 정부가 국민공론화 과정을 앞세워 사실상 인양을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반드시 국민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고 반대 여론이 높다면 인양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국민공론화 방안과 관련해 인양을 포기했던 스웨덴의 사례를 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해양수산부 항만국 관계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온오프 토론회를 할 것이냐,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서 할 것이냐, 어떤 것이 객관성이 있고 공론화가 될 것이냐 구체적인 틀은 정해진 게 없다. 중요한 것은 저희들이 기술 검토(인양) TF를 통해서 나름대로 내용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공론화가 될 것”이라면서도 “결국 남은 것은 공론화 방식인데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국가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인양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저희들이 전 세계 여객선 침몰 인양 사례를 조사해 스웨덴의 에스토니아호 침몰 인양 국민공론화 과정이 있는 것을 알았고 한번 깊이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세월호 침몰 구조 현장 모습
스웨덴 에스토니아호 침몰 사례는 지난 1994년 발트해에서 해당 선박이 침몰해 승선자 989명 중 85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고다. 당시 스웨덴은 국가윤리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한 뒤 실종자 수색과 인양 여부를 끝내 포기했다. 대신 스웨덴 정부는 사고 현장에 자갈을 붓고 콘트리트를 씌워 수중무덤을 만들었다. 윤리위원회는 ‘중립적인’ 각계 원로 인사들로 구성됐고 주로 희생자 가족을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 활동했다.
정부는 인양이 결정되면 추정한 예산을 뛰어넘어 투입될 수 있다며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인데 인양을 포기한 스웨덴의 사례를 국민공론화 방안으로 든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세월호 가족대책위 관계자는 “인양 업체를 선정해서 조사를 하면 인양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데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는 것은 쓸데가 없다”며 “적어도 1~2월에 준비작업을 해야 올해 안에 인양에 들어갈 수 있다. 날씨와 유속 조사 같은 경우 지금 조사한다고 해서 인양 시기의 상황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 전혀 쓸데없는 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계자는 “결국 최대한 인양을 늦추는 방안이다. 공론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엉뚱한 짓으로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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