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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바닥 10미터 긁힌 흔적..좌초 가능성, 진상규명 180도

irene777 2014. 7. 6. 00:34



세월호 바닥 10미터 긁힌 흔적

좌초 가능성, 진상규명 180도


경미한 좌초로 시작돼 복원력 상실로 이어졌을 가능성

선체 상태 하루빨리 조사해야


- 미디어오늘  2014년 7월 5일 -




세월호 밑바닥에 긁힌 자국으로 보이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침몰 원인에 대해 재조명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변침에 의한 침몰이 아닌 '좌초'에 의한 침몰로 밝혀질 경우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의 방향은 180도 달라지게 된다.


뉴스타파가 4일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부좌현 위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영상 파일 6개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월16일 오전 10시 16분 16초부터 17분 13초까지 찍은 영상 중 선미 쪽 4분의 1 지점에 길이 10여미터 폭 5미터 가량의 긁힌 자국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배의 밑바닥은 파란색인데 해당 지점은 햐얀색으로 드러나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은 세월호 침몰 현장을 해양경찰청 헬기와 경비정이 찍은 것이 전부였는데 이번 영상은 인천해양경찰청 항공단 소속 CN-235 해상초계기가 찍어 처음 공개된 것이다.


영상을 본 신상철 민주실현시민운동본부 대표는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영상) 중간을 보면 명확하게는 보이지 않는다. 완벽하게 파공이 된 것은 만져봐야 하지만 이 정도 모습이면 바위로 올라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좌초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밝혔다.


신 대표는 4월 15일 밤 10시부터 11시 사이 “사고 전날 세월호가 변산반도와 군산 앞바다를 지나던 중 갑자기 15도 가량 기울었다가 바로 선 일이 있었다”는 생존자 서희근씨의 증언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병대 출신인 서씨는 “세월호가 변산반도와 군산 앞바다 사이를 지나던 중 갑자기 배가 좌측으로 15도 각도로 확 넘어갔다가 바로 섰다”며 “의자에 누워 있으니까 사람이 15도로 확 틀리면서 쓰레기통과 캔, 커피 이런 통들이 ‘우당탕’하고 나뒹굴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서씨는 “‘쾅’하고 잠깐 기울었다 원위치로 왔기 때문에 감각을 못 느끼는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겠지만, 나는 큰 배가 이렇게 충격을 받아 움직이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신 대표는 “세월호가 2시간 늦게 출항했고 지름길로 가다보니 권고 항로를 이탈해 가던 중 군산 앞바다에서 경미한 좌초(Bottom Touch)를 당했을 것”이라며 “군산 앞바다에서 기울어진 증언과 구체적인 정황이 이번 영상을 통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Bottom Touch’는 포괄적으로는 좌초의 의미로 통하지만 당장 운항을 정지시킬만한 큰 손상을 야기시키는 경우가 아니거나 접촉 사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를 말한다.


신 대표는 “군산 앞바다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면 선원 관계자들이 인지를 했는데 간과하고 넘어갈 수 있다. 기관실 쪽에서 조사를 해서 스물스물 물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 대표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제주 인근에 와서 가능성이 힘들 것이라고 봐서 본사(청해진 해운)와 해경에 통보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본사에서 엄청난 운항 손실을 생각해 제주까지 못 가겠냐고 다그치고 해경에서 조치를 기다려달라고 막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뉴스타파가 세월호 바닥이 긁힌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은 영상 속 캡쳐사진이다. ⓒ뉴스타파 홈페이지
 

신 대표는 “평소에도 엔진품 바닥은 쓸데없는 물이 계속 돌아다니는데 물이 계속 들어오니 비질 펌프를 이용해 퍼냈고 그래도 물이 계속 들어오니까 평행수를 뺄 수도 있다”며 “컵에 액체가 반쯤 차 있으면 유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선체 움직임과 내부 유체의 움직임이 같을 때 롤링을 가속화시키고 그렇잖아도 복원력이 없어 안전성이 저해돼 있었는데 세월호가 급속하게 전복되는데 기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어떤 물체와의 접촉으로 배 바닥이 긁힌 후 이를 통해 해수가 들어오면서 선체를 흔들었고 복원력을 상실해 배가 기운 후 화물창과 선실 출입구로 해수가 급속히 들어오면서 침몰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해당 영상 속 긁힘이 좌초에 의한 사고로 인한 손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어 원인 규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4일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좌초에 의한 손상이라는 의견을 밝혔던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백점기 교수는 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배의 바닥 구조에 손상을 입는 사고를 통틀어 좌초 사고라고 부르는데 멀리서 봤을 때는 구멍을 포함한 긁힌 손상으로 보여 좌초 사고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자세히 영상을 살펴본 결과 좌초에 의한 파공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파공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긁긴 자국으로 추정되는 부위는 ‘씨체스트(sea chest)’라는 부위라는 의견을 남겼다. 씨체스트는 여객선이 항해를 할 때 식수와 연료를 쓰게 되면 평행수가 부족해지면서 해수를 펌핑해서 채워야 하는데 배안으로 해수를 끌어들이는 통로와 같은 구조를 말한다. 백 교수는 “배 바닥에 파공이 좌초에 의해 생기려면 광범위하게 긁힘이 생겨야 하면 영상 속에는 국부적으로 반듯해 보인다. 파공이 아니라 씨체스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좌초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한 전면 재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신상철 대표는 “침몰돼 있어도 물속에서 충분히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인양할 필요 없이 다이버들이 들어가서 손상 부위를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며 “외압을 받지 않고 기술적으로 해야 하는 작업인만큼 신중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선체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다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