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기자 처벌하자는 손석희·최승호가 순진하다고?
언론인이 포함된 김영란법을 반대하는 일부 기자들의 6가지 문제점
- 미디어오늘 2015년 2월 22일 -
설 연휴 이후 속개될 2월 임시국회에서는 김영란법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영란법에 언론인을 포함시키느냐를 두고 공방이 예상됩니다. 언론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고 미디어오늘 기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충돌합니다. 2월20일 게재됐던 이정환 국장의 "돈 받아먹는 기자들 잡아넣자는데 왜 반대하냐고?"에 이어 반론 성격의 윤성한 논설위원의 해설 기사를 게재합니다. 미디어오늘은 생산적인 논쟁을 계속 이어가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편집자 주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청회를 앞두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국회 공청회에서는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 점이 최대 쟁점이 될 것이다.
여야는 이미 김영란법의 2월 국회통과를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기자협회 등 일부 언론계 직종단체와 이에 동조하는 글을 쓰고 있는 일부 신문·방송사의 기자들 그리고 이상민 법사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 새누리당 소속의 상당수 법사위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아 2월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JTBC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 60% 이상이 언론인이 포함된 김영란법의 국회통과를 바라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국민 다수의 여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일부 언론 및 기자들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정치인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반대론자들은 ‘민간영역에 대한 과잉규제’ ‘언론자유의 침해’ ‘언론의 자율규제 가능’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기자는 이들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명분의 설득력이 부족하며 오히려 자신의 기득권에 안주하여 변화를 거부하는 태도로 비쳐지고 있다. 이들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왜 문제인지 6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기회주의
지금 이 법을 반대하고 나선 일부 언론들과 기자들은 무지한 기회주의자들이다. 김영란법이 정무위를 통과한 것은 올 1월이었지만 언론인을 포함시키기로 여야가 합의한 것은 지난 5월이었다. 당시 여야 정무위 간사들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언론브리핑까지 했다는 게 김기식 새정치 민주연합 정무위 간사의 설명이다. 당시에는 아무런 말이 없던 언론들이 1월 정무위를 통과하자 정치권의 음모를 거론하며 문제 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왜 지난해 5월에는 문제 삼지 않았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세월호 참사 때문이었다고 판단할 있다. 수년째 잠자고 있던 김영란 법을 깨운 것 또한 세월호 참사였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관피아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부패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에는 한국언론의 문제점 또한 극명하게 드러났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란 용어가 본격 등장했고, ‘전원구조’ 오보와 ‘KBS길환영 사장퇴진 사태’가 상징하듯 ‘권언유착’, ‘무책임’, ‘선정성’ 등 한국언론과 기자들의 문제점이 총체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기자들과 언론사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앞다투어 반성하는 제스춰를 보이기도 했다.
그 즈음, 국회 정무위에서 여야가 언론인 등을 김영란 법의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합의한 것이다. 당시 언론들은 국민 여론이 무서워 김영란법에 자신들이 포함된 문제에 대해 ‘찍소리’도 못했다. 그런데 8개월이나 시간이 흘러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지난 1월 국회 정무위에서 법안이 통과되자 그제서야 ‘법안을 무산시키기 위해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법안에 끼워넣었다’는 식의 ‘정치적 음모론’을 거론하며 법안에 반대하는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소나기 피해 제 밥그릇 챙기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의 모습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말 기자들은 기회주의자의 준말이란 말인가.
▲ 1월 20일 뉴스타파 방송 클로징멘트를 하는 최승호 앵커
2. 이기주의
언론인 등이 포함된 김영란법을 반대하는 언론사와 기자들의 기사, 칼럼, 사설 들을 보면 업종 철저한 업종 이기주의에만 빠져 있다. 언론의 보도에선 언론인과 함께 적용대상자로 추가 포함된 사립교원들의 반응이나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전교조, 교총 등 교육계의 대표 단체들은 오히려 이 법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라고 해서 사립학교 교원과 교원들의 가족으로까지 법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 좋기만 하겠는가. 하지만 그들이 김영란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교직사회의 정화를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인들만이 스스로를 ‘민간영역’이라는 논리로 내세우며 법적용의 예외로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적인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언론인들은 ‘언론자유’란 명분 아래 스스로를 건드릴 수 없는 특권집단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김영란 법이 정치권력에 의해 악용되어 자신들을 옥죄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언론인의 부패 처벌은 ‘직업윤리’나 ‘사내윤리’ 규정 등을 통한 자율규제에 맡겨달라고 말한다. 물론 언론인들에게는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언론계를 벗어나 있는 국민들에게 현실적인 설득력이 전혀 없다. 언론계 내부에서나 통 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순진한 직종 이기주의다.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면 답이 나올 일이다.
김영란 법의 적용을 받을 다른 직업군의 종사자들과 형평성도 문제가 된다. 자율규제를 이유로 언론인만을 제외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공무원이나 법조인, 교직원, 국회의원, 공사 임직원, 공직자 유관단체 임직원 등은 집단자체가 부도덕해서 자율규제가 안 된다고 주장에 다름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공직자윤리법 등 다른 규제법령이 있는데도, 김영란법으로 인해 이중규제를 받게 된다.
일부 언론인은 김영란법이 권력이 언론을 탄압하는 데 악용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럴 가능성은 전교조 교사, 야당 의원, 야당 성향의 공무원 등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2,000여명의 해직자가 발생했던 전교조도 이런 주장을 하지 않는다. 언론자유는 스스로가 부패구조에서 자유로울 때 가능하다. 부패한 언론인에게 ‘언론자유’는 없다. 직종이기주의를 ‘언론자유’란 숭고한 가치로 포장하지 말자.
▲ YTN 뉴스 캡처 화면
3. 표리부동
언론과 언론인은 그 어느 직종보다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이런 혜택을 받을 때는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조하던 언론이 김영란법 앞에서는 우리는 ‘민간영역’일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표리부동’한 태도다. 언론사와 언론인이 국가로부터 받는 특혜는 수없이 많다. 현재 지역신문특별법에 의해 지역신문들 또한 매년 100억원 이상 직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2014년에는 국고출연금만 50억원을 포함 111억원이 지원됐다.
참여정부시절에서는 상당수 신문사들은 ‘신문발전기금’에 의해 국가예산지원을 직접 받았다. 인터넷신문들 또한 ‘서버비용’ 등 운영비용을 직접 지원받기도 했다. 국가는 ‘신문유통원’이란 배달회사까지 세워 신문을 배달해 주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신문사들은 지금도 부가가치세와 특별소비세 면제, 준조세로서 채권매입 면제, 우편과 철도운송요금 할인 등의 세제혜택을 받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국가의 자산인 주파수를 독점적으로 위탁받아 수십 년간 땅집고 헤엄치는 경영을 해왔다. 광고 또한 국가가 설립한 광고공사에서 대행해 주었다. 이를 통해 군소방송사의 경영을 지원하고, 광고주로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줄여 주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주파수를 무상으로 할당받았다. 전파사용료도 거의 없다시피 한다. 통신사업자의 1%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민간영역에 있는 통신사업자들이 경매제도 등을 통해 엄청난 사용료를 내고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의 종사자들에게는 청와대, 국회, 정부청사,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기관의 건물에 상주공간 즉, 기자실 또는 브리핑 룸으로 불리는 공적 공간이 주어진다. 기자 개인들에게는 연말정산에서도 기자들의 ‘취재수당’은 월20만이내에서 비과세 대상이 된다. 국가가 설립한 언론진흥재단은 언론인들에게 저술지원비, 해외연수지원 등 각종 지원혜택을 준다. 다른 업종처럼 대출을 해주는 게 아니라 직접적인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이 같은 국가의 각종 혜택들이 공·민영 구분없이 한국의 언론사와 언론인들에게 왜 주어지겠는가? 그것은 한국 주요언론사와 소속 언론인들이 그만큼 권력과 유착되어 온 결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이 ‘국민복리’와 ‘국가운영’에 필요한 공공 서비스의 제공자로서 그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국가의 ‘특혜’를 국민들이 용인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혜택들을 받았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언론인과 언론종사자들이 김영란법 앞에서 그저 ‘민간영역’이기에 법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하고 있다. 이 모습을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 2월 9일 김영란법과 관련 앵커브리핑을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
4. 피해망상
김영란법이 정치권력의 탄압도구로 사용될 것이라고 호들갑 떠는 언론인들은 도대체 얼마나 비판적인 언론활동하고, 그로 인한 탄압을 받아왔기에 저토록 걱정을 하는 것일까? 그런데 정작 정권과 회사로부터 탄압을 받은 언론인들이 김영란법이 자신들을 옥죄는 법이 될 것이라며 비판하는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 이후 가장 많은 탄압을 받은 언론사 중 하나인 MBC. 그 MBC에서 해고당했거나 회사를 나온 언론인들이 부지기수다. 그들 중 대표적인 인사들인 뉴스타파의 최승호 앵커와 JTBC의 손석희 앵커다. 이들이 김영란 법에 언론인이 포함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부패구조를 청산하고, 언론인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일부 반대론자는 이들 언론인들이 순진하다고 평가한다. 스스로 대단히 비판적인 언론인이라는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되지만, 최승호 앵커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듯 김영란법에 걸려들 사람들은 ‘비판적’ 언론인보다 권력과 기업에 가까운 부패 언론인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취재원과의 일상적인 식사자리는 관계가 없을 것이다. 한 끼에 1인당 100만원하는 김치찌개가 과연 있을까? 권력이 바보가 아닌 이상 언론인이 취재원과 간단한 식사를 한 것 두고 그 언론인의 뒤를 캘까? 오히려 역풍을 부를 짓이다.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 ‘동일인으로부터 회당 100만원, 1년에 3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기란 정말 쉽지 않다. 고액의 물건을 받거나 골프·룸싸롱 접대를 받는 게 아니면 정상적으로 취재하고 보도하는 기자는 얻어먹으려 해도 얻어먹기 힘든 액수다. 또한 정상적인 홍보활동을 하는 기업들도 결코 제공하기 어려운 액수다. 그렇다면 상식을 뛰어넘는 비정상적인 고액의 접대를 주고받을 언론인들과 취재원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5. 유체이탈
김영란법을 반대하는 언론인들은 언론인이 포함된 문제로 인해 김영란법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며, 김영란법의 통과를 위해서는 쟁점이 되는 언론인을 적용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형적인 ‘유체이탈’식 화법이다. 자신들이 반대해서 빚어진 문제인데도 마치 자신은 이해관계를 초월한 제3자의 객관적인 주장인양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완구 총리의 ‘김치째게’ 발언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 않는가. 반대하는 기자들을 염려해 김영란법을 자신이 막았다고 말이다.
자신들이 가장 큰 이해관계자로서 반대하고 있으면서도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정직하지 못한 글쓰기다. 내 손은 안대고 코풀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23일 국회 법사위에서 김영란 법에 관한 공청회가 열린다. 각 언론사의 수많은 취재기자들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닌 듯 ‘유체이탈’ 식의 정직하지 못한 기사는 쓰지 않기를 바란다.
6. 양두구육
김영란법 정무위법안 반대론자 중에는 언론인의 부패를 규제하는 법은 김영란법이 아니라 대상을 언론인만 특정하는 별도의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 체계를 따지자면 틀린 말은 아니다. 정무위 간사인 김기식 의원도 최선의 법안은 규제대상별로 반부패법안을 따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공무원은 공무원 대로, 교사는 교사 대로, 언론은 언론인 대로 말이다.
현재의 정무위에서 통과된 김영란법은 세월호 참사 이후 조속히 우리사회의 부패구조를 차단하라는 국민적 열망에 따라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법이다. 현재 국회의 논의구조 속에서 나온 현실적 정치의 산물이다. 2012년 김영란 전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의해 제안된 후 국회의 정무위를 통과하는데만 3여년이 걸렸다. 지금 규제 대상별로 따로 입법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김영란 법을 제정하지 말자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언론인만을 규제하는 법을 별도로 만들자고 한다면, 그 법이야 말로 ‘언론자유탄압법’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금 김영란 법에서 언론인을 제외하고 언론인들만을 상대로 하는 반부패법을 만들자는 주장은 언론인을 반부패법의 적용대상에서 영원히 제외하자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팔겠다는 의도다.
- 미디어오늘 윤성한 논설위원 -
'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 퇴계-고봉의 향기로운 ‘편지 교제’ (0) | 2015.02.25 |
---|---|
<칼럼> 쥐나라 백성은 왜 고양이 대통령을 뽑을까요? (0) | 2015.02.25 |
외신, 韓 벌써 차기 대권 후보들 부상 (0) | 2015.02.25 |
"손목 다쳐 안 보내려고 했는데...너 없는 집 적응이 안돼" (0) | 2015.02.25 |
설날, 팽목항을 찾은 사람들 (0) | 2015.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