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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불통정치’, 남은 3년이 더 두렵다

irene777 2015. 3. 2. 02:38



최악의 ‘불통정치’, 남은 3년이 더 두렵다


부정선거 논란으로 2년 ‘질질’

구중궁궐 문고리 권력에 갇혀 외면·무시 전략으로 일관


- 미디어오늘  2015년 2월 25일 -




“모든 지역과 성별과 세대의 사람들을 골고루 등용하여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을 최대한 올려서 국민 한분 한분의 행복한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자 소망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다음날 당선인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1개월 만에 낙마한 장차관급 공직자는 무려 7명에 달했다. 2013년 1월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2월 13일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 3월 4일 김종훈 미래부장관 후보자, 3월 18일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3월 21일 김학의 법무부 차관, 3월 22일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3월 25일 한만수 공정거래위원회 내정자 등이다.


그야말로 ‘인사참사’였다. 박 대통령의 ‘수첩인사’를 두고 ‘살생부’ ‘데스노트’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결국 청와대는 취임 1개월만인 3월 30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대통령이 아닌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명의였고 그것마저 김행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했다. 사과는 17초 만에 끝났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인사는 현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수첩 속에만 있는 폐쇄적인 인사를 해왔기 때문에 인사가 폭 넓게 안됐고 이것이 결국 소통부재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 여론분석센터장도 “이명박 정부는 유정복, 최경환 등 친박인사를 장관에 임명해 여당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였는데 현 정부는 당은 비박계로 넘어간 상황임에도 친박계 중심으로 인사를 한다”며 “이는 당청간의 잠재적 갈등요인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 박근혜 대통령   ⓒ 연합뉴스


 

‘소통부재’는 권위주의적 행태와 연결되기도 한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전문가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문가의 45%(106명)이 박 대통령 직무수행 저해의 원인으로 ‘국민과의 소통 부족/권위주의적 행태’를 꼽았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도 “박근혜 정부 2년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가 아닌 힘에 의존해 국정을 운영하는 1970년대의 통치”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 1년차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과 관련해서도 소통 부재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조직적으로 국정원의 조직적인 여론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돼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박 대통령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9월 여야대표와 3자회담에서 “(당시) 내가 국정원에 지시할 위치가 아니었고 도움받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수사 중이고 재판 중인 사건에 대통령이 사과할 수는 없다”면서 “댓글 의혹 사건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족하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원 전 원장의 유죄 판결 이후에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정권 2년차에도 소통 부재는 계속됐다. 특히 세월호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불통’ 그 자체였다. 박 대통령은 면담을 요청하며 청와대 앞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는 유가족을 만나지 않았다. 심지어 국회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을 스쳐지나가 논란이 됐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박 대통령은 ‘무한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야 유가족을 만나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5월 19일 대국민담화에는 세월호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4개월만인 9월 16일 박 대통령은 세월호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수사권 및 기소권을 주자는 유가족 등의 요구에 대해 “세월호 특별법도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고 희생자 뜻이 헛되지 않도록 외부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요구를 불순한 외부세력 뜻으로 본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가 매듭지어지기도 전인 11월에는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이 터졌다. 세계일보는 지난 해 11월 28일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내부 문건을 폭로했다. 그동안 비선실세로 지목받았던 정씨가 문고리 권력으로 분리는 청와대 측근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을 퍼뜨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청와대는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해당 문건이 청와대 핵심 측근 3명의 이름을 실명으로 언급됐다는 점, 외부에서 작성된 문건이 아니라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됐다는 점 등을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평가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응답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께서는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이라며 감쌌고 세 비서관에 대해서도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윤회 실세 논란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일” “바보 같은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이례적인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는 “여러 사람을 만나 의견을 들어봐야 판단에 도움이 되는데 측근들의 말만 들으니 판단이 안될 뿐더러 말을 전달하는 사람들(문고리 3인방)에게 권력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김기춘 비서실장 문제만 봐도 이제는 국민도 지치고 언론도 지쳐서 누구를 (비서실장으로) 내놔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늑장 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이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어느 것 하나만 꼽아서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소통만의 문제라고 볼 게 아니고 인사, 국정 방향, 철학 등 모든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어렵다고 본다. (박근혜 정권은) 이미 실패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