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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수현이의 '버킷리스트'마저..."공연 방해 의심"

irene777 2015. 3. 11. 01:53



단원고 수현이의 '버킷리스트'마저..."공연 방해 의심"

스탠딩 공연임에도 예매와 취소 반복..."경찰 수사 요청"


- 오마이뉴스  2015년 3월 8일 -





▲ 8일 오후 4시 16분 홍대 롤링홀 공연장.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부제: 2학년 4반 이야기), 그 첫 공연이 시작됐다.   ⓒ 김지혜



"우리 아이도 살아 있다면 저 무대에 있을 수 있을 텐데..., 정말 보고 싶어요, 너무 보고 싶습니다." 


8일 오후 4시 16분 서울 홍익대 앞 롤링홀 공연장.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부제 : 2학년 4반 이야기), 그 첫 공연이 시작됐다. 신나는 리듬의 록음악이 홀을 가득 메웠다. 이를 공연장 한 켠에서 지켜보던 고 홍순영군의 어머니 정순도씨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음악이 절정에 치달을수록 정씨의 흐느낌 소리도 커졌다. 


이 공연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군이 작성한 버킷리스트 중 "ADHD 공연 20회 하기"를 이뤄주기 위해 시작됐다. 'ADHD'는 수현군이 단원중학교 2학년 때부터 활동한 학교 음악밴드다. 총 멤버 8명 중 수현군을 비롯해 단원고에 입학한 고 홍순영, 오경미, 김건우, 이재욱 학생은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단원고가 아닌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한 멤버 3명이 이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무대에 오른 것이다. 키팝, 킹스, 포브라더스, 브리즈, 트랜스픽션, 딕펑스, 타카피, 크라잉넛 등 록밴드들도 ADHD와 함께 추모공연을 펼쳤다.




▲ 'ADHD'는 수현군이 단원중학교 2학년 때부터 활동한 학교 음악밴드다. 총 멤버 8명 중

   수현군을 비롯해 단원고에 입학한 고 홍순영, 오경미, 김건우, 이재욱 학생은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날 김재강(드럼), 나기훈(베이스), 김재성(기타)군 등 

3명이 올라 무대를 꾸몄다.   ⓒ 김지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밴드는 ADHD였다. 김재강(드럼), 나기훈(베이스), 김재성(기타)군 등이다. 이들은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공연에 흔쾌히 응했다. 무대에 오르자 나머지 다섯 명의 멤버들의 빈자리를 느끼는 듯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악기를 조율했다. 


이들은 YB의 <박하사탕>, 이어 국카스텐의 <거울>, 마지막으로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 세 곡을 차례차례 연주했다. <거울>과 <크게 라디오를 켜고>는 생전 수현군이 좋아하던 노래였다. 각 곡의 노래는 브로큰발렌타인, 게이트플라워즈 등 프로 밴드의 보컬이 피처링으로 도와줬다. 


처음의 긴장한 모습은 사라지고 이내 관객들과 호응했다.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관객들에게 부탁했다.


"늦게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여기 오신 취지 잊지 말아주세요. 가슴속 깊이 간직해주세요."




▲ ADHD의 공연 모습. 김재강(드럼), 나기훈(베이스), 김재성(기타)군은 

  이날 YB의 '박하사탕', 이어 국가스텐의 '거울', 마지막으로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 3곡을 차례차례 연주했다.   ⓒ 김지혜



공연 하루 전 예매 취소 반복... "일부러 방해하려는 세력 의심돼"


그러나 이번 공연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인터파크를 통해 판매되고 있던 표가 대량으로 예매됐다가 취소되는 사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티켓팅을 도운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일부러 공연을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이 전 판사는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예매하고 취소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공연은 지정좌석제가 아니라 스탠딩 형식"이라며 "다른 공연처럼 좋은 자리가 나오지 않아 예약취소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10여 명 정도 사람이 다량의 티켓을 예약했다가 취소하기를 반복했는데 이는 명백한 업무방해"라며 "인터파크에서 이들의 명단을 받았고, 곧 경찰에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이날 공연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군이 작성한 

   버킷리스트 중 “ADHD 공연 20회 하기”를 이뤄주기 위해 시작됐다. ⓒ 김지혜



부침을 겪었지만 공연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성황리에 이뤄졌다. 공연 시작 40여 분 전부터 공연장 밖은 티케팅을 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공연기획자 윤솔지씨는 "(롤링홀에) 400명 정도 예상했지만 450여 분 와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10대 중·고등학생부터 40~50대까지 다양했다. 김정우씨는 "막내아이와 먼저 하늘에 간 수현이 나이가 같다"며 "이미 고인이 된 아이들이지만 여기 모인 우리들의 온기라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민씨도 "이 자리가 비어 있길 원하지 않아 공연을 보러왔다"며 "더 많은 사람이 채워져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가 되더라도 많이 와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 공연 시작 40여 분 전부터 공연장 밖은 티케팅을 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 김지혜



- 오마이뉴스  김지혜 기자 -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87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