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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주저하는 정부...정치적 꿍꿍이 있다"

irene777 2015. 3. 14. 03:17



"세월호 인양 주저하는 정부...정치적 꿍꿍이 있다"

<인터뷰> 정성욱 세월호가족대책위 인양분과장


- 오마이뉴스  2015년 3월 13일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갈수록 언론 보도가 적어 여론 주목도가 낮아지고 있다. 아직도 세월호 안에는 9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다. 가족들은 실종자의 뼈라도 찾아야겠다고 인양을 촉구하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세월호가족대책위와 국민대책위는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14일까지, 안산에 있는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도보 행진을 했다. 장장 450km다. 대부분 반별로 나눠 걸었지만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니었다. 


행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5일 도보 행진을 기획한 세월호가족대책위 인양분과장을 맡은 정성욱씨를 안산합동분향소에서 만났다. 정성욱 분과장은 단원고 희생자인 정동수군의 아버지다. 다음은 정 분과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고 정동수 학생의 아버지 정성욱씨   ⓒ 이영광



-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14일까지, 안산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도보 행진을 마쳤는데 소감이 어땠나요?

"도보 행진하면서 많은 국민이 아직도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준다는 걸 느꼈어요. 또, 진실 규명과 희생자 수습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학생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아, 학생들도 여기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참 고마웠고, 그래도 아직까지는 살 만한 나라라고 느꼈어요."


- 시민들은 어떤 얘기를 하던가요?

"시민들이 하는 얘기는 두 가지예요. 돌아오지 못한 분들을 어떻게 하면 빨리 돌아오게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이 무엇인지와 세월호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등을 궁금해하세요."


- 도보 행진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인양분과 TF는 진도에서 관련한 업무를 도와주는 팀이었죠. 수색이 지난해 11월 11일에 종료돼 인양분과로 바뀌었어요. 인양에 대해서 조사를 시작했지만, 돌아오지 못한 9명이 (마음에) 걸렸어요.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미안함을 덜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도보 행진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또 하나는 세월호에 대해서 언론이나 정치권 그리고 정부가 입을 다물었잖아요. 그래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싶어서 고민하게 됐어요."


- 실종자 가족들 반응은 어땠어요?

"실종자 가족들은 많이 좋아하셨어요. 그분들도 아이를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잖아요. 저희는 찾았지만, 그분들은 못 찾았잖아요. 간절하다 보니 많이 호응해 주고 참여도 많이 해 주었어요. 특히, 다윤이 어머니 같은 경우에는 몸이 아프신 데도 같이해 주셨어요."


- 도보 행진은 단원고 유가족만 했나요? 아니면 일반인 유가족도 참여했나요?

"도보 행진은 단원고 유가족뿐만 아니라 일반인과 화물 피해자 그리고 생존자까지 다 같이 참여했어요."


- 반별로 구간을 나눠서 걸은 것 같은데.

"1월 26일에 시작해서 1반부터 하루씩 반별로 돌아가면서 걸었어요. 마지막 2월 14일은 진도에서 전체 가족이 걸어서 팽목항에 들어갔어요."


- 완주자도 있나요?

"완주자는 저를 포함한 단원고 학부모 16명,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1명입니다. 일반 시민도 6명이나 되요."


- 처음부터 완주할 계획이셨나요?

"저는 처음부터 완주할 계획으로 시작했어요. 반별로 나눈 것은 지금 회사에 다니시는 분도 계시고, 가족 대책위 분들도 각자 맡은 일이 있고 해서 나누게 되었어요."


- 완주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처음 3일이 가장 힘들었어요. 평소 회사하고 집만 알던 사람들이 하루에 23~26km를 걷다 보니까 온몸에 무리가 온 거예요. 특히, 어머니들은 더 그렇죠. 운동한다고 해도 10km도 못 걸을 때가 많잖아요. 하루에 그만큼 걷는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은 아니죠. 그러다 보니까, 처음 3~4일은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다리가 붓고, 물집이 생기고... 그 이후에는 오히려 달라졌죠. 포기를 안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죠. 아프면 아픈 대로 걸었어요."


- 중도에 포기하신 분은 안 계세요?

"한 분도 안 계세요. 앞서 말씀드린 분들이 처음부터 완주자로 나섰죠. 거기에 유가족이지만 스태프로 옆에서 지켜보신 분들이 7명인데 그분들 포함해서 전부 완주했어요."


-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개인적으로 생각한 것은 '내가 왜 이 짓을 해야 하나? 왜 거리로 나와서 시민들을 상대로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고 하소연하면서 눈물을 흘려야 하나'였어요. 정부에서 해상 사고라고 하는데... 맞아요. 일종의 사고잖아요. 사고가 나면 사고를 처리해 주는 게 정부의 일이잖아요. 


교통사고만 나도 보험사가 와서 처리하죠. "배를 인양하겠다"는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안 하잖아요. 한편으로는 '이러면 안 되지, 우리 아이들 어떡하나? 어떻게 해서든지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또,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가족은 어떻게 하나?' 등 등 여러 생각을 했어요. 한 번 더 사고에 대해 뒤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도보 행진 수확은 국회의원들 입을 열었다는 거예요"




▲ 세월호참사 실종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농성장에서 

도보행진 서명결과 발표 및 4.16국민연대제안 기자회견에서 '세월호를 인양하라'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한숨을 내 쉬고 있다.   ⓒ 이희훈



- 도보 행진 후에 정부에서 무슨 얘기가 있었나요?

"정부는 아직도 아무 얘기가 없어요. 다만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입에다 자물쇠를 채우고 있었는데, 도보 행진 후에 입을 열었어요. 대부분 인양하는 쪽으로 말을 해요. 새누리당 같은 경우에는 당정청 회의로 논의해 주겠다고 해 논의되는 상황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원내대표께서 한목소리를 내주겠다고 했어요. 이번 도보 행진에서 큰 수확이라면 국회의원들의 입을 열었다는 거예요."


- 도보 행진 중 가장 힘들었던 건 뭔가요?

"저희가 행진할 때, 일부 시민들이 '보상 다 받았는데, 왜 저래?' 하는 식의 눈빛을 보냈어요. 하지만 저희는 보상을 받지 못했어요. 시민들의 그런 눈빛과 야유에 (마음에) 상처를 받고 힘들어서 많이 울었죠."


- 도보 행진을 할 때,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아요.

"특히, 전라도 쪽에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경기도나 충청도에선 그냥 지나갔는데, 전주와 정읍에 들어갔을 때는 에피소드가 참 많았어요. 그리고 광주와 나주, 전주에서는 초중고 학생들이 나와서 '힘내'라는 피켓을 들어 주었죠. 전주 풍남문에서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저금통을 깨서 유가족에게 주었는데, 큰 감명을 받았어요. 정읍에서는 고2 학생들이 3반 어머니들과 함께 걸어서, 그때 어머니들이 많이 웃었죠. 아이들이 저희를 위해서 노래도 부르고 위로해 줄 때, 눈물이 많이 났어요."


- 현재 세월호 인양문제는 어떻게 되어 가나요?

"정부에서 인양 발표만 해주면 되는데, 계속 질질 끌고 있어요. 전 세계적인 인양업체들이 계획까지 세워서 준비하는 상태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정부만 인양 여부에 대해 말을 안 해요.


지난 1월 23일에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서 현대보령호가 해양탐사를 했어요. 저희 생각엔 정부 측에서 시간을 끌기 위해 작업한 거라고 생각해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거죠. 이미 9월에 그 작업은 했어요. 그 데이터만 가지고도 충분히 인양 가능성이 나와요. 또, 인양업체가 결정되면 그 업체가 들어와서 다시 조사를 해야 해요. 그러니까 정부는 시간 끌기용 작전을 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어요."


- 그렇게 보는 이유는 뭐예요?

"정치적 꿍꿍이가 뭔지는 모르지만, 있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엔 내년 총선을 대비한다고 봅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거기까지 내다봐요."


- 세월호가 커서 인양이 쉽지 않다고 하던데요?

"세월호가 큰 건 저희도 인정하지만, 인양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해요. 현대보령호에 탑승한 영국 조사 전문업체 에이더스(ADUS)사 관계자들도 같은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 인양에 돈이 많이 든다고도 하는데 어떤가요?

"세월호는 돈과 따질 수 없는 문제로 봐야 해요. 세월호 안에는 아직도 9명이 있잖아요.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 전쟁 유해 발굴을 계속하잖아요. 우리 정부도 그들을 국민으로 생각한다면 돈 문제를 떠나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부와 새누리당이 지난해 여름에 인양하자고 했을 때 가족들이 거부했잖아요. 만약 그때 가족들이 찬성했다면 달라졌을까요?

"그 당시 인양에 대한 보고서가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정부는 그 보고서를 다 거부했어요. 7개 업체가 인양하겠다고 보고서를 냈는데, 다 거절한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저는 언론 플레이였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4일,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조사특위를 '탐욕의 결정체'라고 막말했는데...

"저는 무시합니다. 막말에 다 대응하고 신경을 쓰다 보면 제가 스트레스 받아서 뭔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개가 짖는다고 생각합니다."



- 오마이뉴스  이영광 기자 -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88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