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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변담화’로부터 배우는 소통의 3가지 요소

irene777 2015. 3. 16. 17:19



‘노변담화’로부터 배우는 소통의 3가지 요소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KPCC) 소장


- 진실의길  2015년 3월 16일 -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하면서도 불행했던 대통령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함 없이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즈벨트를 꼽습니다. 1929년 경제대공황으로 미국경제가 쫄딱 망한 상황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잡느라 ‘뉴딜정책’까지 들고 나오며 갖은 고생을 다했는데,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진주만 폭격으로 제2차 세계대전으로까지 끌려들어가 침략전쟁 종식을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일본이 패망하기 직전인 1945년 4월 전쟁의 끝을 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 식으로 쉽게 비교해서 이야기하자면 IMF 외환위기와 한국전쟁을 동시에 겪으면서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한 격입니다. 윈스턴 처칠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최고의 공로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과실을 전혀 맛보지 못했지요. 음식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다했는데 후임자 해리 트루먼이 다 먹은 셈입니다.


그렇지만 루즈벨트 대통령의 진면목은 따로 있습니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무려 30회 이상 가진 ‘노변담화’(fireside chat)로 상징되는 소통의 아이콘이라는 점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중요한 시기마다 가진 라디오 연설을 ‘노변담화’라고 하는 이유는 당시 대부분의 가정에서 라디오가 거실에 있었고, 온 가족이 난롯가에 모여 앉아 라디오를 청취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라디오를 들었던 미국 국민들은 마치 루즈벨트 대통령이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 ‘chat'이라는 친근한 명칭이 붙은 거죠.





루즈벨트 대통령이 노변담화에 심혈을 기울인 데에는 2가지 큰 목적이 있었습니다. 첫째, 미국 사회 전반의 인프라와 법령을 재정비해야만 비로소 실행 가능한‘뉴딜정책’에 대해 미국 국민으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대규모 토목공사를 감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절대적인 동의가 있어야만 하며, 야당의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불식시킬 만한 충분한 명분과 비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이 같은 소통을 위한 노력에 미국 국민들 대다수가 감동받아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지요.


둘째, 루즈벨트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참전하는 것에 대해 미국 국민들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국의 참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심혈을 기울여 설명했고, 미국의 소중한 아들들이 국가를 위해 싸우다 전사할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지만 후손들에게 정의와 평화를 물려주기 위해 우리 모두가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진심을 갖고 설득했습니다. 그는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했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미국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고 강조하며 설득해나갔습니다.


비록 70여 년 전이라는 까마득한 과거이지만, 저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노변담화’로부터 소통의 3가지 요소를 배우게 됩니다.


첫째,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진실하고 정직해야 된다는 점입니다. 뉴딜정책이나 세계대전 참전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이야기하고, 불리하거나 논란이 될 수 있는 팩트를 숨기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루즈벨트의 ‘노변담화’가 30회 이상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미국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노무현·이명박 두 대통령이 TV연설을 야심차게 추진했다가 용두사미가 된 것은 진실성이 미흡했기 때문이지요.


박근혜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號도 80여 년 전 루즈벨트 대통령이 처해있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경제는 가계부채 급증, 전세 대란, 디플레이션 가속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몰락, 청년실업 만성화, 노인 빈곤층 급증 등으로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고, 북한정권의 몰락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통일에 대한 준비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가 약속했던 공공부문 개혁, 경제민주화, 연금재정 개혁 등 또한 이해당사자 간 갈등 조정 때문에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둘째,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에는 국민만 믿고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전쟁을 피하려 하지 않고,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정면 돌파하여 궁극적 승리를 거뒀다는 데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30대 때부터 앓아온 질병(소아마비)에도 불구하고 전운에 휩싸인 세계 각지를 종횡무진 누볐고, 그것이 죽음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셋째, 여당과 골수 지지그룹에만 의존하여 쉽게 정치를 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는 점입니다. 1932년에 대통령에 당선된 루즈벨트가 그 후 3번 연속으로 대선 승리를 거두며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국민과의 신뢰를 쌓는 데에 모든 것을 내던진 그의 진정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후 미국 헌법에 3선 금지 조항이 신설됨으로써 루즈벨트는 미국 역사의 지워지지 않는 전설로 남게 되었지요.


페이스북에서 많은 분들과 진심을 갖고 소통함으로써 갈등과 불신으로 가득찬 대한민국 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다는 저의 작은 소망도 그 뿌리는 루즈벨트의 ‘노변담화’가 주는 역사적 교훈과 닿아 있습니다. 저 같은 필부를 감히 루즈벨트 같은 인물과 비교조차 할 수 없지만,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상 이곳에서 소통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할 생각입니다. 묵묵히 저를 지켜보시면서 슬그머니 다가와 격려해주시고 성원해주시는 많은 페친님들이야말로 제게는 너무도 큰 보람이자 선물입니다. 거듭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2015년에도 이곳에서의 소통을 통해 더욱 많은 깨달음과 감동을 얻기를 저 스스로도 기대를 하게 됩니다. 여러분 모두의 삶과 사업에 더욱 큰 발전이 있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출처 :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650&table=byple_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