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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소설> 노란리본의 분노⑧ - 대통령 취임식 첫날, 이런 말 나눌 줄은...

irene777 2015. 3. 21. 23:08



<세월호 소설>


대통령 취임식 첫날, 이런 말 나눌 줄은...

[노란리본의 분노] 무능한 보수 그리고 전시작전권 문제


- 오마이뉴스  2015년 3월 20일 -




2018년 2월 25일 06 : 58 PM


"그럼 계속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단, 우리 군과 미군의 정보감시태세를 뜻하는 워치콘(Watch Condition )과 방어준비태세를 뜻하는 데프콘( Defense Readiness Condition )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워치콘은 총 5단계인데 평상시에는 4단계를 유지합니다. 그런데 이제 그 워치콘을 4단계에서 3단계로 올려야 될 상황입니다. 워치콘 3단계는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발동합니다. 이 때는 정보요원의 근무를 강화하고, 전원이 정위치에서 대기하게 됩니다." 


"그럼 데프콘은?"


"그 다음 데프콘 발령문제… 사실 워치콘보다는 바로 이 데프콘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고 매우 골치가 아픈 문제입니다. 데프콘은 워치콘 발령 상태에 따라 격상을 검토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연동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워치콘을 4단계에서 3단계로 올린다고 해서, 데프콘도 똑 같이 격상시키지는 않습니다. 보통 평상시에 유지되는 데프콘 상태는 총 5단계 중 4단계입니다." 


"그러니까 강 교수 얘기는, 데프콘을 4단계에서 3단계로 올리게 되면… 뭔가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긴다는 뜻 아니오?"


"네, 그렇습니다. 데프콘 4단계보다 더 구체적인 형태의 긴장상태가 전개되거나… 혹은 군사적인 충돌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졌을 때, 데프콘은 3단계로 격상되게 됩니다. 이 때는 전군의 휴가나 외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비상대기상태에 돌입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골치 아픈 문제'라고 표현한 것은, 바로 이 데프콘 3단계가 되면… 우리 한국군이 가지고 있는 군 작전지휘권을, 한미연합사 측으로 넘겨야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데프콘의 단계를 올리는 것 자체가… 한·미 양국 대통령 간의 합의사항으로 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데프콘 3단계가 되면, 우리가 군사주권을 우리 스스로 포기하고… 미군의 지시를 받아야 된다는 뜻입니다. 대한민국의 군통수권이 미국 측으로 넘어가고, 국가의 운명마저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니…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군 작전지휘권. 그러니까 그게 최초로 미군에게 넘어갔던 게… 이승만 정권 때의 일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국민들에게는 안심하라고 속인 채… 불과 3일 만에 이승만 대통령은 한강 다리를 끊고 후방으로 도망을 가버립니다. 다시 16일이 지난 후에, 당시 맥아더 사령관에게 군을 대신 지휘해달라는 편지를 보냅니다. 바로 이 때 대한민국의 군 작전지휘권이 최초로 미군에게 넘어간 것입니다."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의 편지, 훗날 언론에 의해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현 작전상태가 계속되는 동안의 지휘권 일체를 이양하게 된 것을 기쁘게 여기며… 한국군은 귀하의 휘하에서 복무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할 것이며…"라는, 참으로 굴욕적인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여기에 대해, 박정희 정권시절 주한미군 사령관을 역임했던 리처드 스틸웰은 이런 말을 했다.


'the most remarkable concession of sovereignty in the entire world'

( 전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형태로 주권을 양보한 사례 )


"대통령님, 잠시 이 대목에서 머리도 식힐 겸 해서…. 제가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허허허. 그럼 그렇게 합시다. 강 교수가 갑자기 무슨 문제를 낼지 궁금한데?"


"네, 제가 문장 전체를 외울 수가 없어서, 마침 제 휴대폰에 그 내용을 저장해둔 게 있는데…. 이 말을 했던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이 과연 누구인지를 맞추시면 되겠습니다."


얘기를 끝냄과 동시에, 민혁이 휴대폰 화면에 뭔가를 띄워서 대통령에게 보여준다. 거기에 이런 내용들이 적혀 있다.



<민혁이 대통령에 보낸 휴대폰 메시지>


우리가 독자적으로 지휘권을 갖지 못한 것은 주권국가로서는 창피한 일이었다. 


민족자존이다, 자주외교다 해서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국가 안보 면에서 아무리 평시라 하지만 지휘권을 갖고 있지 못함으로써 일종의 패배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더구나 미국 측이 감군, 철군을 거론할 때마다 얼마나 우여곡절을 겪었는가. 


나는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취임할 때만 해도 한국군 내부에서는 '미군이 서울에서 나가면 큰일 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우리 스스로 문제를 결정할 때가 왔고, 그만한 자신을 가질 때도 됐다'고 판단했다.



"이건… 노무현 대통령께서 하셨던 말씀 아니오? 이거 문제가 너무 쉽구먼!"

"하하하. 대통령님. 죄송하지만 틀리셨습니다. 이건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퇴임이후, 본인의 회고록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어? 뭐라고? 아니,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정말 이런 얘기를 했단 말이오?"

"우선, 사연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기에 앞서서… 제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신문기사 하나를 마저 보셨으면 합니다. 1987년 9월 15일자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 1987년 9월 15일자 동아일보 기사   ⓒ 동아일보



"그러니까 1987년 6월항쟁 당시, 군사독재타도와 민주주의 쟁취라는 구호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터져 나오자…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전두환 정권과 민정당은 당황한 나머지, 자중지란에 빠지게 됩니다. 4·13 호헌조치를 발표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뜻을,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정면으로 뒤집는 선언을 해버린 것입니다. 그게 바로, 이른바 '6·29 선언'이었는데…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겠다는 게 그 핵심 내용이었지요. 뭐 사실… 이런 내용은 제가 굳이 설명 드리지 않아도 될 부분들이고, 이제부터가 본론입니다."


"그래요. 뭐가 됐든 본론이 중요한 것 아니겠소? 하하하."


"네. 당시 민정당 대선 후보였던 노태우 총재가… 87년 9월, 갑자기 미국을 방문하게 됩니다. 대통령 선거일이 채 몇 달 남지 않은 시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행보였는데… 9월 15일 워싱턴 포스트지와 회견했던 내용이 바로 이 동아일보 기사에 실린 것입니다."


"흠… 어디 보자… '민정당의 노태우 총재는 한국에서 독자적인 작전권을 갖기 위한… 노 총재가 주권국가가 독자적인 군사작전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고…' 허허허. 정말 이런 일이 다 있었네? 그러니까 강 교수가 하고 싶은 얘기의 핵심은…"


"군 작전지휘권 반환문제를 놓고 보수 세력들이나 군 일부에서는, 여전히 '빨갱이, 좌파, 종북'등의 딱지를 붙이려고 애를 쓰지만… 사실상 이 문제를 가장 먼저 거론한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실제로 대선 공약으로 작전지휘권 반환문제를 내건 채 당선이 되었고, 이 연속선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때 평시작전권이 마침내 우리 쪽으로 넘어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군 작전지휘권 반환 주장이 종북이라면… 노태우, 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이야말로 종북의 원조가 되는 셈이지요. 그리고 '자주국방' 노선을 가장 먼저 추진했던 것 역시… 다름 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 때의 일입니다."


"맞아요. 주권국가가 자국의 군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게 왜 이념대결의 문제가 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예요. 일본에도 주일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일본은 독자적인 군 작전권을 갖고 있질 않소? 지난 대선 때, 이 문제와 관련해서 나를 종북으로 매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소. 어쨌거나, 이런 사실은 우리 국민들 모두가 꼭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그나저나 평시 말고 전시작전권까지 반환하기로 합의를 했던 건, 노무현 대통령 때의 일, 맞지요?"


"네, 맞습니다. 2006년 8월, 당시 부시 미국 대통령이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버웰 벨 주한 미군사령관한테 '한국은 전시 작전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고, 한국이 원하는 대로 최대한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래서 2006년 9월에 있었던 노무현 - 부시 한·미 정상회담에서 작전권 전환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고… 그 다음해인 2007년 2월, 한·미 양국 국방부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 17일자로 전환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때 당시, 합의를 도출했던 국방부 장관이 바로…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았던 김장수 주 중국대사입니다."


"아니, 김장수씨라면… 세월호 참사 때,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해서 물의를 일으키고… 결국 그것 때문에 물러났던 사람 아니오?"

"대통령님도 그렇게 알고 계시는 군요. 하긴, 당시 대부분의 언론들이 김장수 실장의 해임 사유에 대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발언 때문이라고 보도를 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허? 그럼, 강 교수가 보기에는 세월호 때문이 아니라,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 아니오?"


"네.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과 더불어 김장수 실장의 전격적인 경질 발표가 나왔던 게 2014년 5월 22일의 일입니다. 그런데 둘 다 후임자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해임을 해버렸습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라인을 책임지는 사람들을 동시에 그렇게 갑자기 해임을 해버리면… 당분간 업무공백으로 인해, 안보문제에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권력 핵심에서 이 두 사람에 대해 뭔가 매우 언짢게 생각하는 일이 없었다면, 그런 식의 조치는 없었을 거라는 게 당시의 제 판단이었습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 정 해임을 해야겠다고 판단을 했다면, 후임을 정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

"그렇습니다. 세월호와 관련된 발언이 김장수 실장의 해임사유가 될 수 없었다는 점은… 불과 몇 달 뒤에 밝혀지게 됩니다.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 역시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는 말을 나중에 똑 같이 했던 것입니다. 그것도 공식석상에서 두 번씩이나…"


"흠… 얼핏 기억이 나는 것도 같은데, 그게 아마 국회에서 있었던 일 아니었소?"

"네, 2014년 7월 10일,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했던 김기춘 실장이 '청와대에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그런( 컨트롤타워 ) 말이 나오겠지만,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 재난의 최종 지휘본부는 안전행정부 장관이다'라고 발언을 했고, 몇 달 뒤인 10월 28일 국회 운영위 대통령실 국정감사장에서도 똑 같은 말을 되풀이 했던 것입니다."


"그럼, 강 교수는… 김장수 실장이 그토록 전격적으로 경질됐던 사유가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요?"


"저는 김장수 실장의 당시 해임 사유가, 지금까지 얘기해왔던 전시작전권 반환 문제와 관련이 있거나… 아니면, 남재준 국정원장과의 갈등문제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닐까… 그렇게 추측했습니다. 워낙 스토리가 긴 얘기다 보니, 지금 그 얘기를 이 자리에서 전부 말씀 드리기는 그렇지만… 우선, 김장수 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라이벌 비슷한 관계였다는 건, 당시에 공공연한 사실이었습니다. 김장수 실장이 육사 2년 후배인데… 참여정부 시절부터 두 사람은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때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서로 간에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 


그리고 또… 김장수 실장이 해임이 되자마자… 미국 측에서 한반도에 대한 사드 배치문제가 본격화 된 점이나, 불과 몇 달 뒤 미국 측과 전격적으로 작전권 연기에 합의한 일 등이 과연 우연의 일치였겠나 하는 의문을 저는 갖고 있습니다. 김장수 실장은 오래 전부터 작전권 반환에 대해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던 반면, 남재준 원장은 여기에 대해 가장 대표적으로 반대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은 필연적이었을 테고, 또 김장수 실장을 그대로 청와대에 둔 채 작전권 연기를 합의한다는 건 뭔가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겠습니까? 


세월호 참사가 터졌음에도 청와대 내부에서는 자기들끼리 치열하게 권력투쟁을 벌이는 데만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는 사실이… 문건유출파동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저는 이 문제 역시, 그런 내막이 있었으리라 조심스럽게 추측합니다. 어쨌거나 후임도 정하지 않은 상태의 전격적인 경질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를 놓고 볼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장수, 남재준 이 두 사람에 대해 대단히 불쾌한 감정을 가졌던 건 틀림없습니다. 세월호와는 별개의 뭔가가,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요… 일단 어쨌든, 그 얘기는 나중에 다시 또 자세히 듣기로 하고,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서… 그럼 대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왜 기존의 합의를 뒤집으면서까지 전시작전권을 그렇게 연기를 했던 것인지, 강 교수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우선,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상당기간 미국의 지원과 영향력 행사는 불가피합니다. 이른바 'Bridging Capability(보완전력)'라는 것인데… 이를테면 핵우산 제공 같은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비핵화 정책을 고수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미국의 핵우산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전시작전권을 가져온다고 해서, 미국과의 군사적인 동맹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는 시각은 전적으로 오류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스스로 주권국의 위치를 포기하며 전시작전권 반환을 연기했던 건… 보수 세력과 우리 군 일각에서, 전시작전권 환수를 미군 철수와 동일시하는 착각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설사 남북통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주한미군은 동북아시아의 균형자 역할을 위해 한국에 계속 주둔을 해야 한다… 그런 입장을 오래 전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고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게 우리의 국가이익에 부합한다는 뜻입니다."


"그럼 우리가 작전권을 계속 미국 측에 의존할 경우, 구체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까?"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만에 하나 실제로 전쟁이 벌어져서 북한을 점령할 경우… 점령의 주체가 과연 누구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전시작전권이 미국에게 있기 때문에, 당연히 점령주체 역시 미군이 될 것이고… 우리정부는 배제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광복 직후에 미국과 중국이 자기들 마음대로 한반도를 둘로 쪼갰듯이, 북한을 신탁통치하거나 다시 절반으로 나누자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불행한 과거사가 또 다시 재연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장 상징적인 사건 하나를, 우리는 똑똑히 체험한 바 있습니다. 2010년 11월에 있었던 연평도 포격사건이 바로 그것입니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한민구 합참의장에게 '단호하게 대응하되 확전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상당한 사전 준비가 없이는 전면전이 일어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확전과 전면전의 개념도 구분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이, 당시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모든 언론에 보도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요. 나도 기억이 납니다."


"또 다른 문제는 '단호한 대응'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를, 대통령부터 합참의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군 수뇌부가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 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한민구 합참의장이 공대지 무장을 한 F-15K 전투기를 현장으로 보내라고 지시를 했는데, 이때 갑자기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떤 문제였죠?"


"당시에 전투기로 타격하는 문제에 대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군 수뇌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군 수뇌부는, '전투기 타격은 유엔사령부 교전규칙에 따라 미군의 협조를 받아야 투입할 수 있고, 표적 선정과 항공작전은 미 7공군 사령관 소관이므로 그 협조를 받아야 한다.'… 이런 엉뚱한 답변을 했던 것입니다. 북한이 아무리 도발을 하더라도 미군이 허락을 안 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전투기 투입도 지시할 수 없다는… 황당한 설명입니다. 그러자 그 다음날 화가 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교전규칙을 개정하라고 군에 지시를 했는데, 글쎄 이게… 불난데 기름을 끼얹듯이 논란을 더욱 더 부추기고 말았습니다."


"허… 거참. 우리 전투기를 전장에 투입을 하는데 미군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자, 한민구 합참의장이 '국지전에서 전투기로 타격하는 것이 교전규칙 사항인지, 아니면 한국 정부가 자위권 차원에서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인지'… 그걸 묻는 질의서를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때는, 당시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교전규칙 사항이므로 우리 독단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이미 국회에서 보고를 한 상황이었습니다."


"아니? 그게 도대체 맞는 말이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소? 그런 말도 안 되는 교전규칙이 실제로 존재한단 말이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한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한민국 군 수뇌부 전체가, 전 세계를 향해 참으로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민구 합참의장의 질의서에 대한 주한미군사령관의 답변이 정말 걸작이었습니다. '그건 한국 정부가 자위권 차원에서 알아서 결정할 일이다'라는 답변서가 곧바로 도착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그걸 대체 왜 우리한테 묻냐?'… 뭐 그런 얘기였던 것이죠. 더군다나 교전 다음 날 한미연합사 간부회의에서는 더더욱 낯 뜨거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갈수록 태산일세. 대체 어떤 일이 있었소?"


"당시 한미연합사 정보작전부장이었던 존 맥도널드 소장이, 우리 측 군 수뇌부에게 엄청나게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겨우 미군 일개 소장이, 우리 측 군 수뇌부에게 화를 내요? 대체 어떤 말을 했다는 거요?"


"내가 이라크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이다. 이라크의 이제 막 새로 생긴 신생군대도, 목숨이 걸린 위기상황이면 자기들이 알아서 스스로 판단을 한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지자, 한국 합참으로부터는 뭘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그걸 묻는 전화가 매시간, 매 분마다 수도 없이 걸려온다. 도대체 한국군이 어떻게 이라크 군보다 못하단 말인가?…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허허, 거 참. 아무리 지난 정권 때 일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다 얼굴이 화끈 거리네. 어떻게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럴 수가 있단 말이오? 이거야 원 쯧쯧쯧…"

"그런데, 이 사태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습니다."


"그게 뭐요? 나라 부끄러운 얘기는 이제 나도 그만 들었으면 싶은데…"


"아닙니다. 들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대통령님부터 이 문제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그 하이라이트라는 건, 당시 국방부 대변인의 브리핑이었습니다."

"대체 어떤 내용이었기에 하이라이트라는 거요?"


"'그건, 당신들이 자위권 차원에서 알아서 결정할 일이다'라는 주한미군사령관의 답변서가 도착하기 전까지… 합참에 소속된 우리 한국 측 장군들은 둘로 편이 나뉘어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고 합니다. 자위권이냐, 교전규칙이냐를 놓고 서로 의견이 엇갈렸던 것이죠. 그런데 결론이 잘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당시 국방부 대변인은 언론을 상대로, '이 문제가 자위권과 교전규칙 중 어디에 해당되는지 국제법 학자에게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뭐 이런… 정말 말도 안 되는 브리핑을 했던 것입니다."


"이거야 원!! 당장 코앞에서 포탄이 떨어지고 전쟁이 벌어졌는데, 그걸 국제법 학자한테 물어본다? 그것 참… 아무리 전시작전권이 미국한테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군 수뇌부의 장군이라는 사람들이 그걸 일일이 남들한테 물어봐야 돼? 도대체 그 사람들, 어떻게 장군 계급장을 달았는지 오히려 그게 더 궁금한 일 아니오?"


"차라리 우리 합참에 국제법 학자나 변호사를 불러서, 전투기를 띄울까요? 말까요? 혹은, 미사일을 쏠까요? 말까요? 하고 묻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하하하.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가 평시작전권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엉터리 군 수뇌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그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 이 때 증명된 것입니다. 이 땅의 보수 세력들은 끊임없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강조해왔지만, 이승만이나 이명박 정권 때… 실제 전쟁터에서 그들이 보인 모습은 철저히 비겁하고 무능·무책임한 것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전시작전권 문제는 나중에 시간 있을 때 더 논의하기로 하고, 그래서 결론이 뭐요? 어쨌거나, 데프콘은 전시작전권이 미국 측으로 넘어가는 문제가 있으니, 3단계로 올리지 않고 평상시의 4단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그런 얘기지요?"

"네, 그렇습니다. 데프콘은 진돗개나 워치콘과는 상관없이 4단계 그대로 유지해야 합니다."


"그럼 좋소. 군사적인 비상조치들은 그렇다 치고, 추가로 더 필요한 조치들은 또 없소?"


"구체적으로 군 병력들을 이동 배치해야할 부분들이 있는데, 그건 좀 나중에 말씀드리기로 하고, 다음으로는 경제 분야에 있어서 시급히 취해야할 조치들이 있습니다."


"경제 분야에 대한 조치라… 당장 뭐가 우선 필요한가요?"


민혁과 대통령의 대화는 이제 조금씩 더 중요한 핵심들로 이어지고 있었다. 듣고 있는 대통령이나 의견을 얘기하고 있는 강민혁, 두 사람 다 진지하기 짝이 없는 모습들. 그러다 보니 병실에 있다는 사실도 잊을 정도로… 그들의 대화는 점점 깊어만 간다.


대통령 취임식 첫날. 이런 얘기들을 나누게 될 줄은 참으로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 창밖의 어둠은 더욱 더 짙어져만 가고 있었다.



- 오마이뉴스  정소앙 기자 -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9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