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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강윤 - 대통령 지지율을 징비록 시청률 3배로 만들 비법

irene777 2015. 3. 23. 02:05



[이강윤의 쓴소리]


대통령 지지율을 징비록 시청률 3배로 만들 비법

아직 레임덕이 아닌 이유… 세금 누수만 잡아도 막판 반전 가능


- 미디어오늘  2015년 3월 19일 -




▲ 이강윤

국민TV  ‘이강윤의 오늘’ 앵커



요즘 <징비록>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라던데 바빠서 보실 틈은 없으실 테고, 혹시 들어 아시는지요? 류성룡의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양반들은 납세 대신 자기 곳간을 채우고, 양민들만 세금내느라 허리기 휜다. 양반은 무섭고 양민은 두렵지 않느냐”라며 선조에게 철저한 혁신을 주장합니다. 그런데 선조는 왕권의 기반인 양반 편을 드느라 그 간(諫)을 물리쳤고, 백성들은 등을 돌려 선조는 결국 ‘령’이 안서는 주상이 되고 맙니다. 픽션이 아니라 사서에 나오는 얘깁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E.H.카의 말, 4~500년이 지나도 정확히 들어맞더군요.


지난 1~2월 대통령지지율이 30% 아래로 곤두박질치자 레임덕 얘기가 나왔습니다. 청와대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한참 떨어지자 당 사람들이 더 이상 청와대 눈치 안보는 건 물론이고, 청와대 말을 안들을거라면서 레임덕이 임박했다는 겁니다. 과거 경험으로 보건데, 맞는 추론일 겝니다. 요즘 대통령지지율이 30% 후반대로 회복됐다고 하지만, 그거에 안심하시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29%나 39%나 만족스럽지 못하기는 매 한가지 아니겠습니까? 지지율 1~2%포인트 오르내리는 건 ‘병가지상사’일터이니 주간 단위 숫자 변동은 크게 중요치 않습니다.


저는 ‘여의도 관측’과는 달리, 레임덕이 내년 초 까지는 오지 않으리라 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치 않는 콘크리트 지지층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께는 아직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기회는 다름 아닌 세금도적 때려잡기입니다.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발언하셨더군요.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 “우리 군의 무기수주 납품과 이와 관련된 각종 비리가 속속 확인되고 있어 국민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런 비리들은 오랫동안 쌓여온 심각한 적폐들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해서 사리사욕을 채우려 했던 범죄다”. 대미는 이 대목이더군요. “이렇다할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는 더더욱 깨끗한 정부, 청렴한 인재,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대한민국의 경쟁력으로 발전시켜야하겠다”고요.


맞습니다. 어느 누구 하나 토를 달래야 달 수 없는 주옥같은 말씀입니다. 정치성향이나 진영을 떠나 부패청산과 세금도적척결에 반대할 이 뉘 있겠습니까. 문제는 현 정부가 그것을 추진할 자격이 있는지, 척결한다면 어디까지 뿌리뽑을 수 있을지, 혹시 부패-세금도적 척결의 배후에 어떤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은 아닌지 등 일 겁니다.


좀 거칠더라도 바로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비리척결이라는 명분이 훨씬 거룩하고 막중하기 때문에, 자격 여부는 부차적 문제로 돌려질 수 있습니다. 군인 출신 대통령들이 좋아한 단어에 이런 게 있었지요. “발본색원”. 그 말 그대로 뿌리 째 확실히 뽑아낸다면 현 정권의 비리척결 자격 여부 시비는 힘을 잃을 것입니다. 설령 모종의 정치적 차원에서 비리-세금도적 척결에 나섰다 하더라도, 말씀드린대로 발본색원하고 사회구조를 바꿔낸다면, 이 시비 역시 유야무야될 것입니다. 그만큼 부패-세금도적척결의 명분은 강력하고 거룩하다는 말씀입니다. <징비록> 시청률이 11% 정도 된다는데, 대통령께서 선조와 달리 조세정의를 세우고, 비리를 척결하면 대통령지지율이 징비록시청률의 서너 배를 웃도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대통령께선 실패확률 보다는 성공확률이 아직도 높습니다. 지난 17일 국무회의 발언 중 제가 ‘대미’라고 꼽은 부분, “더더욱 깨끗한 정부, 청렴한 인재,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대한민국의 경쟁력으로 발전시켜야하겠다”는 대목에는 약간 부연이 필요합니다. ‘청렴한 인재’요? 이건 지난 2년 동안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여권 지지층 조차도 넌덜머리를 냈고, 이게 대통령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요인이었는데, 측근 보좌진들의 보고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청렴인재 등용에 대한 기대는 앞으로도 무망하다고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수사학적 잔치는 거두시면 좋겠습니다. 청렴인재 등용 실패에 따른 민심이반은 회복하기 힘드리라 판단됩니다만, 만회의 길은 딱 하나입니다. 강조하신 비리척결과 세금도적 때려잡기입니다. 청렴치 못한 인재가 이 거룩한 명분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을지, 수행하더라도 ‘령’이 설지 당연히 의문입니다. 이런 의문 불식시키는 방법 역시 딱 한가집니다. 총리에게 지시‘만’ 하지 말고, 대통령께서 직접 팔 걷어부치고 나서십시오. 청와대에 직할 ‘특별 별동대’ 만드십시오. 그 강한 카리스마와 단호한 의지, “암덩어리를 제거하겠다”는 초강력 신념으로 직접 챙기십시오. ‘대통령의 아젠다’, ‘정권의 아젠다’로 만드시라는 말씀입니다. ‘지지율 풍선’에 큰 구멍이 뚫려있지만, 세금도적때려잡기가 반창고 역할은 충분히 해서, 바람이 더 이상 빠져나가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 박근혜 대통령과 이병호 국정원장   ⓒ 청와대



“부정부패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적폐”라고 하셨지요. 맞습니다. 5.16쿠데타 이후 지속된 군부독재정권 40년 간 정경유착, 힘 센 자와 돈 많은 자의 결합을 통해서 부정부패는 대한민국의 ‘구조’가 돼버린지 오래입니다. 이후 민주정부 시절을 거치면서도 이 연결고리는 해체되지 못했습니다. 방산비리는 그 또아리를 더욱 공고히 해왔습니다. 접대와 인사라는 이름으로 세금 빼먹고 나랏돈 훔쳐가는 게 일상사가 됐고, 가진 자들의 결탁에 의한 부패와 세금도적질은, 죄의식은 커녕 부끄러워하지 조차 않게 돼버렸습니다. 나라를 지킨다는 구국의 장성, 별 하나 만드는데 10억씩 든다더군요. 그 많은 육해공 장성 들이 지금 방산비리 때문에 줄줄이 불려가서 조사받고 있지 않습니까. 오죽하면 현직 해군총장이 어느날 갑자기 사표내고 며칠 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해 새벽 3시 반까지 조사받지 않았습니까.


대통령께서는 비리-세금도적척결이라는 명분과 칼을 동시에 쥐고 계십니다. 이게, 제가 대통령께서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실패할 확률보다 아직은 높다고 보는 근거입니다. 사회분위기 드잡이용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시면 됩니다.


차제에 한 가지 더 말씀 드립니다. 세월호인양 여부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 여당 내에서 “큰 돈이 든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거 아니냐” 등등의 말이 나오더군요. 돈이 얼마가 들어도 그건 해야만 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9분의 시신이 찾아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 째는, 왜 그 큰 배가 침몰했는지, 초기 구조활동은 왜 실패했는지, 앞으로 이런 사고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온갖 증거들의 보물창고이기 때문입니다. 돈이 아무리 들더라도 그런 돈은 써야 합니다. 세금도적 때려잡아서 줄줄 새던 나랏돈 바로잡고, 그 돈으로 세월호인양 같은 데에는 아낌 없이 써야 합니다. 한 달 쯤 뒤면 세월호참사 1주기입니다. 대통령으로서 선언하시길 바랍니다. “국내-외 모든 기술진을 동원해서,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건져올리겠다”고요. 세월호선체가 더 이상 녹슬기 전에, 그래서 사고원인도 함께 녹슬어 미궁이 되어저리기 전에 말입니다. 비리척결해서, 지하경제 활성화인지 양성화인지 해서 확보되는 재원으로, 그런 곳에 돈 쓰십시오.


저는 대통령께서 당선인 시절인 지난 2013년 1월, 한국일보에 “지지 여부를 떠나 박근혜정부가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썼습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왜? 대통령이 실패하면 결국 우리가 낸 세금이 헛 돈으로 버려지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성향이나 생각은 달라도, 내가 낸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똑같습니다. 오해 소지가 큰 말씀입니다만, 무릅쓰고 드립니다. 보수-진보니, 선택적-보편적복지니 하는 어려운 말은 당분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세금도적떼만 확실히 잡아주십시오. 실패하지 않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자, 현 상태에서는 마지막 조건이기도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강윤  국민TV ‘이강윤의 오늘’ 앵커 -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2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