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세월호 피해자 진술> 3월 24일 광주고법 피해자 진술 내용입니다.

irene777 2015. 3. 31. 17:04



3월 24일 광주고법 피해자 진술 내용입니다.


416 가족협의회


- 2015년 3월 25일 -





어제는 광주고법 201호실에서 이준석 등 15명에 대한 항소심이 있었던 날입니다.

지난 3월 10일 기일에서 피고인들이 워낙 얼굴에 철판을 깔고, 

진술을 진행 하기에 경종을 울리려고 했는데 역시나 헛수고였던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분이 풀리지 않는 군요.


아래의 내용은 어제 재판정에서 제가 피고인들을 향해 제발 반성하라고...

부탁드리는 글입니다.


—————


피 해 자 진 술

2015년 3월 24일 광주지방법원




저는 피고인들이 지난 3월 10일 기일에서, 너무나도 감동적이고 가슴 벅찬 진술을 많이 하였기에, 이 부분에 대하여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잠깐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피고인들은 자신의 잘못으로 304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한 반성은커녕, 1심에 이어 여전히 뻔한 거짓된 진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부분의 피고인들은 ‘퇴선 행위는 선장의 지휘를 받아서 해야 했다며, 모든 책임을 선장에게 미루고 있습니다. 


또한, 기관실 선원들은 구내전화, 무전기, 휴대 전화 등을 이용하여 선장에게 연락하여 퇴선 명령을 상의하는 것을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준석 선장은 퇴선방송을 지시한 사실은 정확히 기억을 하는데, 나머지 상황과 진실은 당황해서, 공포스러운 상황이어서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든 피고인들은 자신한테 유리한 것은 매우 또렷하게 기억을 하고, 불리한 것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 날 재판정에는 유가족들의 피맺힌 탄식과 어이없는 웃음이 교차했습니다. 가끔 심장을 찢는 박장대소도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원통하고 억울한 죽음을 개그콘서트 주제로 이용한 것 같은, 한마디로 기분이 매우 더러운 하루였습니다.

어쩌면 피고인들은 오늘과 4월 7일 기일까지, 단 두 번만 얼굴에 철판을 깔고, 양심을 속여 가며 거짓 진술에 성공만 한다면 매우 흡족한 선고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잔뜩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304명이 사망한 사건의 차원을 넘어, 단원고 교감선생님이 자살을 했고, 사고 초기 먼저 간 자식새끼가 보고 싶어서 어느 어머님께서는 자살을 기도했던 사건이기도 합니다. 단원고 생존 여학생은 하늘나라로 먼저 간 친구가 보고 싶어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얼마 전 1심 재판정에서 이 사건과 관련하여 증언한 바 있었던 의인 김동수씨도 ‘사는 것이 너무 비참하다. 아무 쓸모도 없는 손이라서 잘라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힘겨운 삶을 포기하려 했던 슬픈 사건이기도 합니다. 피고인들은 자신의 형벌을 줄이려 거짓 진술을 하지 말고, 향후 많지 않은 기회를 이용하여 진심으로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이 사건과 관련한 많은 피해자들에 대한 예의이며, 용서를 받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비양심적인 행위로 인하여 진실이 또다시 침몰한다면, 형벌에 앞서 천벌이 여러분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 사건은 법과대학 학생, Law School생 등 많은 후학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건입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행정대학원 재난정책학 모 교수는 이 사건을 연구하는 논문을 작성 중에 있으며, 향후 텍스트를 개발하여 대학원 교과 과정에 편입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항소심 판결의 선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존재하는 한 법조계에서, 그리고 학계에서 영원히 연구되고 평가할 사건이란 점과, 피고인들이 은폐한 진실은 피고인들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후손들이 이 땅에서 영원히 불명예스럽게 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반드시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이준석 선장의 퇴선에 대한 지휘명령이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아주 웃긴 논리입니다. 또한,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작년 9월 23일 이윤철 증인의 증언대로 조타실에서는 1항사 강원식과 신정훈, 2항사 김영호, 3항사 박한결의 순으로 지휘 명령체계가 이관되어야 했었습니다. 이미 8시 55분에 ‘본선 배 넘어 갑니다.’라고 제주 VTS에 구조를 요청했던 강원식이 탈출이 완료되는 9시 46분까지 이준석의 얼굴만 쳐다보고, 퇴선 명령이 내려지길 기다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지나가던 개가 웃을 노릇입니다.


또한, 기관실에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휴대전화나 무전기 또는 유선 전화로 이후 승객구조와 관련한 선장의 명확한 판단을 들어야 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세월호가 침몰해 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선장의 유효적절한 퇴선명령이 없었다면, 오히려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조타실에서 선장이 심장마비로 사망을 했는지, 아니면 테러를 당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보다 인간적이고 객관적이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 연락만 기다리고, 명령만 기다렸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피고인들은 공포감에 휩싸여 구조를 위한 아무런 행위도 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한 몸 돌보기에 급급했다는 주장과는 달리, 자신들의 안전한 탈출과 탈출 후 벌어질 일에 대해 대책을 세웠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 근거로 사고발생 이후부터 탈출 시 까지 전화통화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피고인들은 사고발생 직후부터 세월호 탈출 전까지 강원식 4회, 김영호 1회, 박한결 5회, 손지태 5회, 신정훈 4회, 오용석 4회, 조준기 1회 등 총 25회의 전화와 문제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이 긴박한 상황에서 단순히 안부전화만 했을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사람은 아마 이 자리에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은 세월호 탈출 이후 같은 날 11시 까지 약 55통의 문자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점과, 구속 시점인 4월 19일 22시 까지 청해진 사건의 피고인들을 포함하여 약 1만 여 통, 그리고 피고인들 간 1천여 통의 전화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았음을 감안한다면 1심판결문 135페이지의 ‘피고인 김영호, 신정훈은 세월호에서 탈출한 후 해경이 정해준 모텔에 함께 머물렀고, 피고인 강원식은 목포에서 혼자 지내다가 피고인 김영호, 신정훈이 머물던 모텔을 방문한 적이 있다. 피고인 이준석은 사고 직후 해경의 집에서 머물다가 구속되었기 때문에 그 이전에 다른 피고인들과 만나거나 사건에 관한 대화를 나눈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 만일 검찰이 의심하는 것과 같이 세월호 조타실 내에서 피고인들이 퇴선경위에 관하여 허위 진술을 하기로 모의 하였다면 피고인들은 퇴선명령의 내용과 시기에 관하여 일관되고 동일한 진술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판단은 정황 증거를 인정하지 않은 매우 안타까운 판단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유능한 선원으로서의 피고인들의 능력은 의심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15명 모두가 김동수, 서희근, 김홍영 등 화물 기사들 보다 인지능력, 판단능력,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고 확신하지는 않습니다. 피고인들보다 선상 경험이 없고, 침몰 및 승객구조에 대한 교육 훈련이 전혀 없었던 화물 기사들은 자신들의 목숨만 돌보지 않고, 소방호스 등을 이용하여 많은 생명을 구조했습니다.


그렇다면 공포심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는 긴박한 상황에서, 무전 교신 등을 통하여 해경이 도착한다는 정보를 독식을 하고, 승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하므로 써 승객들의 이동 자체를 무력화 시킨 상태에서,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자신들만 안전하게 탈출한 피고인들의 주장을 이 재판부에서는 100% 믿어서는 아니 되며, 엄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피고인들의 진술을 정확히 종합해 보면, 기관실에 있던 피고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았던 사람들입니다. 물론 따뜻하고 끈끈한 뱃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동료애 때문이었겠지만,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기관장 박기호는 즉시 전화를 걸어 기관실로부터 탈출을 지시했고, 제때에 구명조끼를 찾아 입었고, 뛰어 내리지 않아도 될 시기를 정확히 맞추어 해경이 도착했고, 바로 눈앞에 외부로 나가는 출입문 앞에서, 말 그대로 구조되기를 기다리면서 여유 있게 캔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기회를 하느님이 선물했기 때문입니다.


304명의 소중한 목숨이 별이 되는 그 순간에도 하느님은 피고인들에게만 아주 커다란 특권을 주었던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정말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었는지, 아니면 피고인들이 만든 기회인지 이 재판부에서 정확히 판단해 주실 것을 강력히 희망합니다.


대통령, 안보관리실, 해수부, 행안부, 해경, P123정, 목포해경, 서해해경,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 박한결, 조준기, 신정훈, 박경남, 오용석, 박기호, 손지태, 이수진, 전영준, 이영재, 박성용, 김규찬. 혹시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이들은 이 사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구조의 의무가 있거나 구조 책임이 있는 자들입니다.


저는 이 사건의 피해 당사자로서,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보낸 무능한 애비로서, 이들의 구조행위에 대하여 냉정하게 점수로 평가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낙제점도 아닌 “0”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록을 학교생활에 비교한다면 전교생이 전 과목을 동시에 “0”점을 받은 것과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통상적으로 한 학교 전교생이 동시에 “0”점을 맞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전교생이 동시에 “0”점 맞을 확률은 지금까지,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도 있을 수없는 경이적인 기록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동시에 “0”점을 맞기로 합의하고, 답안지에 이름만 쓰고 제출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기록이라고 감히 저는 단정했습니다.


그 불행한 상황이, 최악의 상황이 왜 세월호 내에서 벌어졌을까요? 그것은 망망대해에서 피고인들이 승객들을 선실 내에 가두어 두고 ‘안으로 들어가라. 거기서 대기하라. 객실에 가서 대기하라.’라고 방송하면서, 해경이 도착할 것을 침착하게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도착 즉시 자신들에게만 퇴선명령을 내리고, 안전하게 탈출했기 때문에 가능한 점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탈출 전, 탈출 후부터 구속되기까지 피고인들은 대면하여, 전화로, 카톡으로, 문자메시지로, 다른 사람들의 중계방송을 통하여 거짓 진술을 하고, 오락가락 진술을 하고, 기억이 안 난다하고, 진술했던 것을 뒤집으면 생각보다 작은 형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을 것이고 이를 공유하고 모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들에게 다시 한 번 강력하게 부탁드립니다.


우리 아이들은 피고인들의 적극적인 구조 행위를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기다리라. 해경이 출동하고 있다’라는 선내 방송만 없었다면, 밖으로 나가란 단 한마디의 말만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가족의 품에 안겨 있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당신들의 가슴속 한편에 양심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남아있다면, 그리고 집에서 걱정하고 있는 당신들의 가족이 많이 그립다면 그 급박한 상황에서 도대체 왜 그러한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했는지 이 법정에서 진실을 고백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러한 피고인들이 존재하기만 하다면 저는 더 이상 그들을 미워하지 않을 것이며, 이 재판부에 피고인들을 선처해 주실 것을 호소하는 탄원서라도 제출할 의사가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이상입니다.





<출처 : http://416family.org/6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