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칼럼> 다시 불러 보는 노래

irene777 2015. 4. 23. 07:39



다시 불러 보는 노래

박정희에서 박근혜로 옮겨온 시대


진실의길  김갑수 칼럼


- 2015년 4월 21일 -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 -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시인이 이 노래를 부른 것은 박정희의 10월유신이 있던 1972년이었다. 이 시는 사랑 또는 자유와 정의가 실종된 시대의 비극적 인식을 가차 없이 드러낸다.


시구처럼, 당시 우리는 소중한 것들과 결별해야 했다. 그러고는 기껏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다 대고 사랑한다고 읊조려야 했다. 우리가 내려앉을 땅은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는 성긴 눈송이처럼 눈뜨며 떨며 한없이 떠다니며 살아야 했다.





그로부터 40여 년, 오늘의 우리는 어떠한지. 그때와 지금이 많이 다른 건지. 별로 아니 전혀 다른 것 같지가 않다. 우리의 자유와 인권은 급속도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남북관계가 험악한 것도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권력자가 아버지에서 딸로 옮겨왔을 따름이다.


권력 횡포와 경제 위기로 벼랑에 몰린 약자들은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그때 역사를 고쳤던 사람들은 지금도 역사를 고치고 있다. 그때 방자했던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방자하다. 그리하여 그때 서러웠던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서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항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희망은 절망 가운데에서 피어난다. 

어둠이 짙을수록 빛이 더 강한 법이다. 

조그맣더라도 다시 사랑노래를 불러보자.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c_booking&uid=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