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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를 남기고 떠난 사람 - 시사IN 주진우 기자

irene777 2015. 7. 1. 02:36



‘물음표’를 남기고 떠난 사람


- 시사IN  2015년 6월 30일 -





▲ 유병언



유병언 전 회장의 죽음에는 풀리지 않는 의혹이 너무 많다. 우선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국과수도 사인을 밝힐 수 없었다. 일단 자살과는 거리가 멀다. ‘죽을 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살아야 한다’는 게 유 전 회장의 지론이다. 순천으로 도피하는 길에 유 전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겁나서 검찰에 안 가는 게 아니다. 이미 두 번이나 가지 않았느냐. 지금 들어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번에는 끝까지 가보겠다.”


저체온증으로 숨졌을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한다. 이재옥 박사는 “저체온증으로 자연사했다는 말을 듣고는 크게 웃었다. 회장님은 오래전부터 자연과 계절에 맞춰 체온 관리를 해온 분이다”라고 말했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멀리하고, 겨울에는 난방기구를 잘 쓰지 않았다고 한다. 유 전 회장은 내복을 입고 있었다. 먹지 못해서 저체온증이 왔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유 전 회장에게는 육포가 남아 있었다.




▲ 6월12일 전남 순천의 매실밭에서 발견된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



  유 전 회장은 신도들에게 전쟁이 나면 경기 안성, 경기 남양주 금남, 경북 청송, 전남 순천 등지로 모일 것을 지시했다. 신도들에게는 평소 산에서 사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은 “회장님이 먹는 풀, 못 먹는 풀을 다 알고 있다. 전쟁이 날 경우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산에서 몇 달이든 살 수 있는 생존력이 있는 분이다”라고 말했다.


고령인 유 전 회장의 건강이상설도 근거가 약해 보인다. 도피 당시 유 전 회장의 건강은 어느 때보다 좋았다. <시사IN>이 입수한 동영상 속에서 유 전 회장의 발걸음은 뛰는 듯 가벼웠다. 유 전 회장은 도주하면서 자필 문서를 남겼다. “내 노년의 비상하는 각오와 회복되는 건강을 경험하며….”


유 전 회장의 소지품 중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머스터드소스와 2003년산 빈 소주병 등이 있었다. 빈 술병을 물병으로 사용했다는 경찰의 설명이다. 유 전 회장은 먹는 것에 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사람이다. 술은 아예 마시지 않는다. 더구나 유 전 회장은 구원파가 자급한 유기농 식재료나 음식이 아니면 손도 대지 않았다. 유 전 회장이 순천으로 도피한 상황에서도 운전기사 양회정씨는 일주일에 두어 번 안성 금수원에 다녀왔다. 유 전 회장이 먹을 유기농 식재료를 챙기기 위해서였다. 양씨는 순천에서 대형 냉장고와 냉동고를 사기도 했다. 위생에 관한 한 유 전 회장은 결벽증 수준이다. 진찰하는 의사가 도중에 손을 씻지 않으면 그냥 병원을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유 전 회장은 용의주도한 사람이다. 순천으로 도피하면서 가장 먼저 챙긴 것이 20억원에 달하는 현금이었다. 유 전 회장은 수사관이 들이닥치자 순천 송치재 별장 다락방에 숨었다. 다락방에 현금 8억3000만원과 16만 달러가 든 가방 2개만 가지고 숨어 있었다. 다락방을 나서면서 김엄마의 천 가방에 스쿠알렌과 육포, 콩을 챙기면서 현금을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유 전 회장의 안경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도 풀리지 않는 의혹이다.


구원파의 한 관계자는 “구원파 사람들은 회장님이 아름다운 곳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부분이 누군가에 의해 타살당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시사IN  주진우 기자 -



<출처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3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