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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물의 왕국’ 박대통령 눈에는 왜 배신만 보일까…?

irene777 2015. 8. 6. 15:53



‘동물의 왕국’ 박대통령 눈에는 왜 배신만 보일까…?


진실의길  김용택 칼럼


- 2015년 7월 20일 -





당시 나는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기’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 모처 식당에서 그와 점심을 하며 하루 일과를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박근혜 대통령은 “TV프로그램 중 ‘동물의 왕국’을 즐겨본다”고 답변했다. “왜 동물의 왕국을 즐겨보세요?”하고 재차 질문하니, “동물은 배신하지 않으니까요”라고 답했다.

 

아버지에게 혜택 받은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등을 돌리는 것을 보며 쌓인 ‘배신의 분노’를 삼키며 보냈을 지난 30여 년.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 세월은 너무 길었던 것일까? …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이란 남들이 느끼는 것보다 깊고 강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 박영선, 「누가 지도자인가」 에필로그 중





  이미지 출처 : 뉴스팡팡



‘자기 수준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말하고 즐기는 모든 것은 자신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책을 보더라도 만화를 보는 사람이 있고 탐정소설을 보는 사람도 있다. 연애소설을 즐겨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에세이나 소설을 즐겨 보는 사람도 있다. 똑같은 돈을 쓰더라도 기호에 따라 취향이나 수준에 따라 보다 효용가치를 다르다.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도 그렇다. 어떤 사람은 ‘연속극을 좋아하고 어떤 이는 뉴스만 즐겨 본다. 음악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화나 토론 프로그램을 좋아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가는 그 사람의 취향이나 기호 혹은 수준이겠지만 그런 프로그램을 즐기면서도 정작 그 프로그램이 제작 방영되는 제작자의 의도나 그 프로그램 속에 숨어 잇는 이데올로기를 알고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1994년 박근혜 전육영재단이사장과 박영선 MBC기자와의 대담에서 박 전 이사장이 ‘동물의 왕국’을 좋아한다고 한다는 대담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유승준사건의 배신이 그의 트라우마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배신’에 대한 후유증(?)이 사람들의 입방아를 만든 것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박근혜대통령이 지금도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박근혜대통령이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 그 프로그램 속에 담겨 있는 이데올로기를 알고 있었을까?





한때 어린이에게 큰 인기가 있었던 ‘개구리 왕눈이’라는 일본판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가난하고 자그마한 개구리 왕눈이와 그의 여자 친구 아롬이, 무지개 연못의 권력자 투투(아롬이의 아버지), 투투의 부하인 가재,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하는 메기 등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정의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왕눈이의 용기만 보이고 ‘계급간의 갈등과 계급을 초월하는 사랑, 권력가의 횡포, 그리고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하는 권력’이 보이지 않는 시청자에게는 왕눈이의 용기만 보일뿐이다.





지금 40대 연령층에게는 1980년대 람보(원제:First blood)라는 영화를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람보세대(?)들은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이 영화를 두고 두고 잊을 수 없다. 당시 전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몰고 온 이 영화는 3편까지 제작되어 액션 영웅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던 이영화는 미국이 벌인 침략전쟁을 정당화했던 영화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월남전쟁의 귀환병인 주인공 람보는 종이쪽지 한 장으로 징병당해 ‘조국인 미국을 위해’ 결사적으로 싸운다. 총 221회의 폭력과 108명의 죽는 장면이 등장하여 기네스북에 최고의 폭력적인 영화로 기록되기도 했던 이 영화는 월남인의 고통이 아니라 미국의 시각에서 미국의 정당성을 그린 영웅 이데올로기가 담겨 있다.

 

현상이란 눈으로 볼 수 있지만 현상 뒤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사람들은 보지 못한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과자 하나도 맛만 좋다고 사 먹이다가는 아이의 건강을 잃게 할 수도 있는데… 과자 속에는 숨어 있는 ‘이윤의 극대화’라는 자본이 숨겨놓은 진실이 보일 리 없기 때문이다.


과자뿐만 아니라 세상사가 다 그렇다. 우리가 주식으로 매일 먹고 있는 식자재에도 농약이나 식품 첨가물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소비자들은 알지 못하고 있다. 아프면 찾아 가는 병원. 의사가 처방해 주는 약 속에 담겨 진 제약회사의 이데올로기를 아는 환자들은 얼마나 될까? 약에 대한 신뢰가 환자의 몸속에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앗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들은 말해주지 않는다.   

 

유신시대 교과서에는 박정희가 심어놓은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독약이 들어 있었지만 교사들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이런 교과서를 열심히 가르쳤다. 우리가 매일같이 보고 듣는 뉴스 속에도 뉴스 생산자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는 독자들이 얼마나 될까? BBC와 내셔널지오그래픽, 그리고 NHK를 비롯한 유럽의 최고 다큐제작사들이 제작한 이 동물의 왕국은 ‘배신의 분노’를 삼키며 30여 년을 살아 온 박근혜대통령의 눈에는 ‘배신을 하지 않는 동물들’만 보이겠지만 이 다큐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동물의 왕국은 겉으로는 ‘대자연의 위대함, 동물보호와 자연의 소중함, 그리고 생태계의 신비를 느낄 수 있도록…’ 보이지만 그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배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강자의 논리가 숨어 있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동물세계의 질서가 인간세상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는 시청자는 얼마나 될까?


제작자의 이데올로기를 읽지 못하고 현상만 보는 독자나 시청자의 수준으로 소비자는 늘 희생자가 된다. 강자의 논리, 지배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민초들에게는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으로 그들은 자기 수준만큼의 세상을 산다. 문화 속에 담긴 강자의 논리, 상업주의 논리, 자본의 논리, 마피아들의 논리를 언제쯤이면 민중들이 깨우칠 수 있을까?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yt_kim&uid=166>